전례로 본 안보리 제재절차/무기유입 저지… 단계적 강도 높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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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해상·항공봉쇄 수순 가능성
급기야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 조치가 취해지는 것인가. 경제제재 조치가 가해진다면 어떤 단계와 과정을 거칠 것인가.
『핵연료봉 추후계측이 불가능해졌다』는 한스 블릭스 국제원자력기구 사무총장의 최종 통보가 유엔안보리에 전해짐에 따라 유엔 주변은 사실상 제재조치에 대한 검토를 시작했다.
아직 타협의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나 현재로서는 제재조치로 갈 수 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것이 지배적인 분석이다. 한국의 유엔대표부도 유엔의 제재조치가 발동되는 상황에 대한 구체적 검토에 들어갔다.
현재 유엔 안보리가 제재조치를 취하고 있는 대상은 이라크를 비록해 리비아·소말리아·앙골라·신유고·아이티·남아공 등 7개 나라다. 「안보리는 국제평화와 안전의 유지 또는 회복을 위해 필요한 제재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유엔헌장 39조에 따른 것이다.
제재조치가 취해진다고 해서 한꺼번에 결정·집행되는 것은 아니다. 이라크는 첫 제재조치(90년 8월6일)가 취해진 이후 2년이 넘는 기간에 안보리가 일곱번에 걸쳐 제재결의를 해왔다. 신유고에 대해서도 여덟번 제재결의를 했다.
이처럼 나눠 하는 것은 약한 제재부터 단계적으로 강도를 높여 나가는 과정에서 당사국의 태도변화를 기대하자는 취지다.
첫 제재결의는 우선 제재위원회를 설치하고 무기 금수조치를 취하는 것이다. 이렇게 시작해 해외자산 동결이나 석유금수,또는 배의 정박금지·해상봉쇄·항공봉쇄 등 단계적으로 목을 조여나가는 수순이 보통이다.
구체적으로는 당사국 형편에 따라 다른 제재내용을 담아 왔다. 이를테면 석유가 젖줄인 앙골라·아이티 같은 나라에 대해서는 「석유금수」가 취해졌는가 하면 오히려 산유국인 리비아같은 나라에 대해서는 「정유관련 부품과 장비」를 금수시키는 내용이 들어있다.
신유고에 대해서는 유통의 근간인 해상 및 다뉴브강의 통행권을 제한한 조치가 취해졌었고,이라크의 경우는 석유거래 자금을 유엔이 관리하도록 하는 결의도 내려졌었다.
경제제재는 경제의 대외의존도가 큰 나라일수록 약효과 큰 법이다. 밖에서 조금만 조여도 큰 고통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 조치는 유엔안보리에 상당한 고민을 안겨줄 가능성이 크다. 북한 경제가 워낙 고립적으로 꾸려져 왔기에 웬만한 경제봉쇄에는 끄덕도 않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북한에 경제제재 조치를 취하기로 일단 결정되면 처음부터 강도가 높은 조치가 나올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유엔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유엔 안보리 주변에서 거론되는 방안은 우선 일본 항구를 비롯해 외국항구에 북한선박이 기착하지 못하게 하는 것에서 출발해 강도를 더 해가는 것이다.
한편 지금까지 안보리가 제재결의안을 채택하는 과정에서 가장 많이 기권한 나라는 중국이다. 신유고에 대한 여덟번의 제재결의중 절반을 기권했다. 대북제재 결의에서도 중국 태도가 가장 큰 변수다.<유엔본부=이장규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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