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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엔 만남이 있고 소리엔 추억이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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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주악천인상(奏樂天人像), 신라, 국립경주박물관소장(上). 김홍도, 무동도, 18세기, 국립중앙박물관 소장(左). 옥적(玉笛), 통일신라, 김승태 소장, 한국국학진흥원기탁품(右).


기다리던 아기의 첫 울음, 엄마 품에서 듣는 심장박동 소리, 고소한 냄새가 날 듯한 뻥튀기 기계소리, 아파트 층간소음 다툼…. 일상엔 소리가 널려 있다. 소리는 때로는 소망이지만 대개는 소음이다.

 국립민속박물관이 국립국악원과 함께 스쳐 지나가는 소리를 붙잡아 생각거리를 던지는 전시를 기획했다. ‘소리-만남, 생각, 그리고 추억’ 특별전이다. 삼국시대부터 20세기에 이르기까지 소리와 관련된 유물 240여점을 전시했다. 그림·유물·미디어아트로 소리를 ‘보고 듣는’ 전시다.

 전시는 4부로 구성돼 있다. 제1부 ‘소리를 만나다’에서는 자연의 소리를 다뤘다. 인간에게 가장 처음 시작되고 가장 끝까지 남는 감각이 바로 청각이라 한다. 처음과 마지막을 함께 하는 것은 바로 소리인 셈이다. 첫 전시품은 신사임당의 ‘초충도’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설치작가 심현주 씨의 ‘호접지몽(胡蝶之夢)’이다. 6폭 병풍 한 폭 한 폭에 엽서 한 장 만한 LCD 화면을 설치해 ‘초충도’ 속 곤충의 움직임을 자연의 소리와 함께 보여준다. 민속박물관답지 않은 발상의 전환이다.

 제2부 ‘소리를 생각하다’에는 옛 사람들의 소리에 대한 믿음을 다뤘다. 만파식적(萬波息笛) 설화가 대표적이다. 『삼국유사』에 따르면 신라 신문왕은 동해 어느 섬에 있는 대나무를 베어 피리를 만들었다. 낮이면 갈라져 둘이 되고 밤이면 합쳐져 하나가 되는 신기한 대나무였다. 동해 용왕이 돼 나라를 지키겠노라던 선대 문무왕의 뜻이 깃든 대나무라 했다. 이 대피리를 부니 나라의 모든 걱정·근심이 해결됐다고 전해진다. 신라시대의 주악천인상(奏樂天人像)에도, 통일신라 시대의 옥피리에도 기원의 의미가 담겨 있다.

 제3부 ‘소리를 즐기다’에서는 조선시대의 풍류(風流) 개념을 조명한다. 회화를 통해 풍류의 이미지를 들여다보고, 악보와 악기 속에서 풍류의 자취를 되짚는다. 특히 전시실에 스크린을 마련해 김홍도의 ‘무동도’에 실제 악기 소리를 입혔다. 터치 스크린 속 해금·대금·북연주자를 건드리면 각각의 악기 소리가 나오고, ‘연주듣기’를 누르면 삼현육각(三絃六角)이 어우러진 소리를 감상할 수 있다.

 마지막 ‘생활 속의 소리’에서는 추억의 소리를 모았다. 다듬이 소리와 떡메 소리부터 1900년의 에디슨 축음기, 40년대 라디오, 60년대 뻥튀기 기계 등 향수를 자아내는 생활사 자료들이 등장했다.

 전시에 맞춰 국립국악원은 다음달 17일과 31일 민속박물관 강당에서 가야금병창·대금산조·서도민요 등 국악공연을 펼친다. 전시는 11월 5일까지. 추석 연휴에도 개관한다. 02-3704-3153

권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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