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개혁 할 수 있다] 4. 정치자금 '투명화' 속속 타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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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정치개혁 협상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국회 정개특위는 국민의 따가운 시선과 비난 여론을 의식한 때문인지 그간 꺼려했던 방안들마저 주저없이 수용하고 있다.

우선 '검은 돈'으로 낙인찍힌 정치자금을 투명화하는 방안이 속속 타결되고 있다. 정치자금법 소위는 최근 고액 기부자의 신상을 공개하고, 개인의 후원금 기부 한도도 대폭 낮추기로 합의했다. 지구당 후원회도 폐지한다.

기업의 후원금 기부도 금지했다. 대신 일반 유권자들의 후원금 기부를 독려하기 위해 정치자금 기부 시 10만원까지 세액공제를 실시키로 했다. 대가성이 의심되는 기업의 뭉칫돈에 의존하는 대신 일반 국민들로부터 조금씩 걷도록 유도하겠다는 뜻이다.

개인후원회의 연간 모금한도도 현행 3억원에서 1억5천만원으로 낮춘다. 후원금 영수증의 선관위 제출도 의무화했고 1회 50만원 이상 정치자금 지출시에는 반드시 수표나 신용카드를 사용토록 했다.

정치자금법 위반 시 처벌도 대폭 강화된다. 피선거권 제한 조항이 신설돼 1백만원 이상 벌금형을 받았을 경우 5년간, 징역형의 경우 10년간 공직 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또 출마예정자가 불법 정치자금을 받았을 때의 처벌을 강화하고 공소시효도 크게 늘릴 전망이다. 정치자금을 사적인 경비나 부정한 용도로 쓴 경우의 처벌조항도 신설,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돈의 흐름은 투명하게 감시하고, 불법 행위가 드러날 경우 재기가 불가능하도록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부분적으로는 각 당의 이해관계가 얽혀 난항을 겪는 일도 있다. 특히 열린우리당이 종종 개혁안에서 후퇴하는 모습을 보여 "말로만 개혁을 외친다"는 빈축을 사고 있다. 후원회 폐지의 경우 한나라당은 중앙당, 시.도지부 후원회의 폐지를 주장하나 열린우리당은 현행 유지를 고수하고 있다. 고액 기부자의 신상공개도 원칙에는 합의했으나 세부 기준에서는 한나라당이 연간 50만원 이상, 민주당은 연간 1백만원, 열린우리당은 2백만~3백만원 이상을 주장하고 있어 큰 차이를 보인다. 개인의 기부금 후원 한도에 대해서도 한나라당은 연간 1백만원을, 열린우리당은 5백만원을 주장하고 있다.

정당법 소위에서는 '돈먹는 하마'로 불리던 지구당의 전면 폐지라는 성과를 올렸다. 지구당 유지에는 한달에 최소 2천만~3천만원이 든다는 게 통설이다. 대신 선거일 전 1백20일부터 선거일 후 30일까지 1백50일간 지역에 선거사무소만 설치토록 했다. 또 비례대표 공천 시 여성에게 50% 이상 할당하고 순번도 '지퍼'식으로 배정토록 했다. 당내 경선탈락자는 무소속으로도 그해 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선거의 '경기규칙'에 해당하는 선거법의 협상에서도 성과가 많았다. 우선 선관위의 조사권이 한층 강화된다. 선거범죄 혐의자에 대해선 현장에서 동행을 요구할 권한이 주어지고 선거법 위반 혐의자나 금융기관에 대해 통장사본, 거래상대방의 인적사항 등 관련자료도 요청해 받아볼 수 있게 된다.

정치 신인들의 진입 문턱을 낮추기 위해 선거일 전 1백20일부터 선거운동이 가능토록 했다. 또 신인들의 손발이 묶여 있는 동안 현역 의원들이 무제한으로 유권자를 만날 수 있어 '형평성'논란을 불러일으켰던 현역 의원의 의정보고회도 선거일 전 90일부터는 전면 금지키로 합의했다. 그러나 의원정수와 선거구 획정 문제는 여야간 첨예한 이해 대립으로 이렇다할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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