康장관 vs 宋총장, 검찰 인사 '샅바싸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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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강금실(康錦實) 법무부 장관이 29일 홍석조(洪錫肇) 법무부 검찰국장과 이종백(李鍾伯) 인천지검장을 전격적으로 맞바꾸는 인사를 했다. 법무부는 이날 오전 康장관과 송광수(宋光洙)검찰총장의 협의를 거친 초임 지검장급 간부 7명에 대한 인사를 발표한 뒤 오후에 검찰국장 경질을 발표했다. 하루에 인사를 두번 단행한 것이다.

이 때문에 법무부와 대검은 물론 전국 검찰 간부들은 이날 특히 洪국장 경질에 관심을 보이며 인사 배경을 탐문하는 등 술렁거렸다.

검찰국장은 인사.예산 업무의 실무 책임자다. 법무부 장관의 핵심 참모인 것이다. 이런 역할과 위상 때문에 역대 검찰국장은 대부분 '검사장의 꽃'으로 불리는 서울지검장으로 영전하거나 고검장으로 승진해 왔다. 洪국장의 경질은 관례를 벗어난 것이다.

적지 않은 검찰 관계자들은 洪국장이 康장관과 宋총장 사이에 최근 불거졌던 인사 갈등에 희생됐다고 보고 있다. 그가 많은 검사들의 의견을 수렴한 끝에 康장관의 노선을 적극 따르지 않은 것이 장관의 눈 밖에 나는 이유가 됐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법무부는 "洪국장이 업무 과중으로 힘들어한 데다 일선 지검장 경험도 필요해 자리를 옮기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康장관과 宋총장은 이날 오전 발표된 지검장급 간부 인사와 관련해 심각한 의견 대립을 보였었다.

검찰 관계자들에 따르면 康장관은 서울지검 산하 5개 지청이 지방검찰청으로 승격되는 2월 1일자로 지검장급 이상 검찰 고위 간부에 대한 대규모 인사를 단행할 작정이었다. 그러나 宋총장은 '2월 소폭인사-총선 후 대폭인사'를 장관에게 건의했다는 것이다.

宋총장은 "대검 중수부가 불법 대선자금 수사에 전력을 기울이는 마당에 대규모 인사를 단행하면 조직이 동요하는 데다 총선을 앞두고 불법선거사범을 효율적으로 단속하려면 지금 체제를 유지한 뒤 총선 이후 본격적인 인사를 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입장이었다고 한다.

결국 법무부는 "고위 간부들에 대한 전면적 인사는 4.15 총선 이후에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宋총장의 주장이 관철된 셈이다. 게다가 최종 인사권자인 청와대도 효율적 선거사범 단속이 필요하다는 차원에서 대검 측 입장을 수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소폭 인사'에 합의한 뒤에도 康.宋 두 사람 사이에 또 한차례 의견대립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康장관은 자신의 최측근을 규모가 큰 검찰청 지검장으로 발령내려 했고 宋총장은 이에 반대했다고 한다. 이 측근이 지난해 징계위원회에 회부됐던 전력을 문제삼은 것이다.

결국 康장관은 뜻을 이뤘다. 총장이 양보한 결과다.

한편 법무부는 "지검장급 이하 간부들과 평검사들에 대한 대규모 인사는 2월 중순 단행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대검 측은 이들에 대한 대규모 인사도 총선 이후 실시하자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康.宋 갈등이 2월은 물론 길게는 4월에도 재연될 가능성이 남아 있다.

조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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