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매거진>슛쟁이의 메카 伊축구가 휘청거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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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이탈리아 프로축구 무대는 항상 월드컵 무대를 방불케하는 열기로 불을 뿜는다.월드컵을 통해 월드 스타로 浮上한 선수들은 어김없이 이탈리아 축구 무대로 자리를 옮기기 때문이다.제노바의 루드 굴리트(네덜란드),로마클럽의 알렌 복시치(크 로아티아),파르마의 아스프리야(콜롬비아),유벤투스의 안드레아스 뮐러,로마클럽의 토마스 헤슬러,유벤투스의 위르겐 콜러(이상 독일)등 세계 각지에서 온 스타들이 이탈리아 무대를 수놓고 있다.94미국월드컵에 진출한 24개국의 5백28명 선수들 또한 이탈리아 무대를 갈망하고 있다.그러나 정작 이탈리아 프로축구가 큰 위기를맞고 있어 94미국 월드컵에서 떠오를 스타들의 꿈은 이뤄지지 않을 전망이다.
프로축구 클럽 구단주들은 뇌물 공여.사기 혐의로 조사를 받고있으며 축구협회의 재정은 이미 바닥난 상태다.
지난해 국제축구연맹 선정 최우수선수에 오른 이탈리아 최고 스타 로베르토 바지오는 최근 소속팀 유벤투스가 홈경기에서 AC밀란에 1-0으로 패한뒤『내가 모든 것을 다할 수는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지난 시즌 16골을 기록,최고 골게터로 부상한 바지오의 포지션은 원래 게임 메이커인 미드필더.팀의 요구로 공격 일선에 나선 것이다.견디다 못한 바지오는 팀에 공격진을 강화해줄 것을 요구했다.
금목걸이.조랑말 머리등 세련된 외모와 예절을 갖춘 불교신도로정평이 나있는 바지오.약 30억원의 연봉을 받는 그가 공개적으로 팀을 비난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나 바지오의 계속되는 요구도 쇠귀에 경 읽기.
팀이 바지오의 요구를 무시해서가 아니라 파산 위기에 몰린 이탈리아 프로축구리그의 위기를 보여주는 사례에 불과하다.
오랫동안 피아트그룹의 막대한 지원을 받았던 유벤투스는 극심한재정난을 겪고 있다.자동차산업 불황으로 일자리를 빼앗기지 않을까 두려워하는 종업원들에게 막대한 돈을 들여 새 선수를 사온다는 사실을 이해시키기는 쉽지 않다.
AC밀란의 구단주 실비오 베르투스 코니는 2년전 신인 지안루이지 렌티니를 영입하기위해 약 1백11억원을 투자했던 것과 달리 리그 득점 3위를 달리고 있는 나폴리클럽의 다리오 폰세카(우루과이)를 비슷한 금액에 트레이드하겠다는 제안을 거부했다.
불황을 겪고 있는 구단에는 너무 큰 부담이었기 때문이다.
또 지금까지 축구의 인기를 이용하려는 정치인의 비호와 불법대출 등으로 구단을 운영해온 일부 구단주들의 부정과 비전문성도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전임총리 안드레오티의 절친한 친구인 지우세페 치아라피코는 AS로마팀 구단주로 취임할때 은퇴한 명골키퍼 디노조프(52)가 여전히 현역으로 뛰고 있는 것으로 착각할 정도였다.
치아라피코는 지난해 이탈리아를 휩쓴 개혁의 파고속에 뇌물 수수.사기 혐의로 구속됐다.구속 당시 그의 빚은 무려 수백억원에이르렀다.
나폴리팀 구단주도 같은 혐의로 구속됐는데 나폴리팀 역시 약 4백억원의 빚에 몰려 파산지경이다.
더욱 심한 경우는 AC투린클럽 구단주인 지안마우로 보르사노.
국회의원이자 금융인인 보르사노는 사회당 당수를 지낸 베티노 크락시의 절친한 친구로서 구단주로 재직당시 가공의 선수를 봉급수여자 명부에 등록시켜 돈을 빼돌려온 사실을 시인했다.
또 AC밀란으로부터 렌티니의 공식 이적료 외에 수십억원의 세금을 포탈하려 했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라지오클럽.파르마클럽.제노바클럽의 구단주 또한 조사를 받고 있다. 부정부패에 찌든 프로클럽, 경제불황으로 불어닥친 재정난과 함께 화려한 이탈리아 무대도 서서히 사그라지고 있는 것이다. 〈辛聖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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