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평규 S&T 회장님의 단식 농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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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M&A의 3대 귀재'로 불리는 최평규(55.사진) S&T그룹 회장이 단식 농성을 벌이고 있다. 그룹 내 자동차 부품회사인 S&T대우(옛 대우정밀)의 극심한 노사 갈등을 보다 못한 최 회장이 현장에 직접 뛰어들어 '단식'이라는 초강수를 꺼내들었다.

S&T대우 관계자는 "최 회장이 18일 오후 부산시 기장공장 내 사내식당에서 단식 농성을 시작했으며, 19일 현재까지 물을 제외한 일체의 음식물 반입을 거절하고 있다"고 전했다. 사내식당은 노조 집행부 사무실 바로 아래에 있다.

최 회장은 19일 보도자료를 통해 "노조의 지속적인 불법 행위에도 불구하고 대화 가능성을 열어놓기 위해 단식 농성에 들어간 것"이라며 "추석 이전에 노사 갈등을 완전히 해결한 뒤 모든 임직원이 편한 마음으로 고향에 갔으면 하는 게 유일한 바람"이라고 밝혔다.

S&T그룹 13개 계열사 가운데 가장 강경한 투쟁을 벌여온 S&T대우를 기점으로 그룹 전체에 안정적인 노사관계를 만들려는 최 회장의 의지를 몸소 보여주는 것이라고 그룹 관계자가 전했다. 최고경영자의 건강은 그룹의 장래와 직결되는 만큼 노조가 하루빨리 대화의 장으로 나와 달라는 무언의 시위로도 해석했다.

S&T대우 노사 갈등의 핵심은 금속노조를 통한 산별 교섭이다. 노조는 "지난해 대우정밀을 인수할 때 금속노조 산별 교섭에 참여했던 관행을 그대로 유지한다는 기본합의서를 작성했지만 이를 지키지 않고 있다"며 내년부터 금속노조 산별 중앙교섭에 참여하겠다는 확약서를 요구했다.

이에 사측은 "서면 확약서를 제출하기는 어렵다"며 올해 말까지 공동대책위를 구성하자는 안을 제시했다. 해외로 사업을 이전할 경우 90일 전에 노조와 합의하는 등의 중앙교섭 요구안은 현실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게 이유다. 노조가 지난달 29일부터 파업에 들어가자 사측은 이달 3일부터 직장폐쇄로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최 회장의 단식농성에 대해 노조 집행부는 "파업 철회는 불가능하다"고 주장하며, 최 회장의 추석 전 조기 타결 당부를 외면하고 있다. S&T대우는 GM대우의 대형 협력사로 지난해 53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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