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 클로즈 업] 맵시있는 부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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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신 남녀와 신혼 부부들의 작은 집에도 물론 부엌은 있다. 그러나 "마지막으로 가스레인지를 켜 본 것이 언젠지 기억이 안 난다"는 당신. 지하철역에서 산 토스트를 씹으며 이른 아침 사무실에 들어서고, 회식이다 접대다 늦은 밤에야 집에 돌아오는 하루하루가 이어진다. '집에서 밥 해 먹을 일'이 좀처럼 없는 그대들에게 부엌은 좁은 집만 더 좁게 만드는 무용지물이라고 불평하지는 않는지. 한뼘이 아까운 우리집, 부엌 공간을 2백% 활용해 보자.

부엌에서 파티를 열자=가끔 친구들이 놀러 올 때마다 솔직히 불편했을 것이다. 교자상을 펴놓고 앉을 만큼 거실이 넓은 것도 아니고, 4인용 식탁에 과연 누구를 앉혀야 할지 고민스럽다. 부엌을 당신의 파티 공간으로 활용하라. 과감하게 식탁을 치우고 폭 50㎝ 미만의 길쭉한 상판을 얹은 테이블을 높게 짜 넣는다. 아랫부분에 와인을 보관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면 더 편리하다. 저렴한 와인 한두병과 상비해 둔 치즈.크래커 등 안주를 테이블에 올려 놓으면 파티 준비 끝.

부엌에서 거실까지 음식을 내갈 필요가 없는 당신만큼이나, 자리에 얽매이지 않고 이리저리 걸어다니며 즐길 수 있는 친구들에게도 편한 일이다. 파티란 원래 서서 하는 법이지만, 카페에서 본 것 같은 키높은 의자 한 두개쯤은 꼭 들여 놓을 것. 앉아서 쉬고 싶어 하는 친구도 있을 게고, 당신도 아침에 시리얼 한 그릇쯤은 앉아서 먹고 싶을 테니까.

사치스러운 한 평의 즐거움=음식 냄새가 밴 곳에서 파티를 할 순 없다. 녹차벽지를 바르면, 85%까지 탈취되는 효과가 있다. 자연소재라 건강에도 좋고, 마른 녹차잎이 붙은 듯한 도돌도돌한 질감과 깊은 녹색이 분위기도 돋운다. 그러나 가격이 만만치 않다. 4폭짜리 한 롤(대개 두 롤이면 방 하나를 다 바를 수 있다)에 15만원까지 하는 경우도 있다. 다행히 부엌은 싱크대가 한쪽 벽면을 차지하는 등 벽지를 바를 부분이 많지 않다. 한 롤을 여러집이 나눠 쓰는 것도 방법. 자연산 풀로 바르면 소위 도배 냄새도 나지 않는다.

수납장 길이만큼 부엌이 커진다=아늑한 파티 공간을 만들고 싶은데, 쓰지도 않는 주방기구며 그릇들을 둘 데가 없다면? 큰 맘 먹고 버리고 나면 꼭 써야 할 때 아쉬운 법. 거실과 부엌 사이에 천장까지 수납장을 짜 넣는다. 수납 효과를 극대화하면서 공간을 분리하는 효과도 있다. 단, 거실쪽과 완전히 분리되면 좁은 집이 더 답답해 보이니 수납장 가운데 부분을 튼다. 밝은 노랑 등 튀는 색상의 수납장으로 공간에 표정을 주는 것도 좋다.

글=구희령 기자

사진=박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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