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씨 "열심히 수사 임할 것" 에쿠스 타고 병원 응급실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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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18일 밤 신정아씨가 서울 서부지검 청사를 나와 박종록 변호사의 에쿠스 승용차에 타고 있다. [사진=김성룡 기자]

"물의를 일으켜 죄송합니다. 앞으로 진행될 수사에 열심히 임하겠습니다."

18일 오후 10시. 구속영장이 기각돼 풀려난 신정아(35)씨는 서울서부지검 청사 현관을 나오며 기자들의 질문에 짤막하게 대답했다.

신씨는 두 손을 꼭 모아쥐고 고개를 푹 숙인 채 걸어나왔다. 이틀 전 인천공항 입국 당시에 입었던 베이지색 재킷과 청바지를 그대로 입고 있었다. 그는 검찰 조사에 지친 듯 몹시 피곤한 표정이었다.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졌으나 신씨는 더 이상 답변하지 않았다.

이날 오후 8시쯤 법원의 영장기각 소식이 전해지자 검찰청사 앞에는 100여 명의 취재진이 풀려날 신씨를 취재하기 위해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취재 열기가 과열되자 검찰은 취재진에게 사전에 약속된 포토라인을 지켜줄 것을 여러 차례 당부했다. 취재진 외에 지나가던 시민들도 신씨의 모습을 지켜보기 위해 모여들었다. 한 시민은 "얼굴을 한번 보러 왔다"며 휴대전화 카메라로 신씨를 찍기도 했다.

신씨 측 박종록 변호사는 기자들의 추격이 걱정되는 듯 "오늘은 검찰 수사도 없으니까 제발 집에 잘 들어갈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신씨는 박 변호사와 함께 청사 밖으로 나와 곧바로 박 변호사의 검은색 에쿠스 차량을 타고 정문 밖으로 빠져나갔다.

이때부터 취재진과 신씨의 심야 '추격전'이 벌어졌다. 오후 10시10분 서부지검을 출발한 신씨의 에쿠스는 마포대교 밑에서 강변북로로 접어들어 구리 방향으로 달리다 강동구 쪽으로 빠져나갔다. 에쿠스 뒤에는 거의 전 언론사의 차량이 따라 붙었다. 강동구로 진입한 에쿠스는 취재 차량을 따돌리기 위해 골목길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에쿠스는 취재진이 계속 따라붙자 포기한 듯 오후 11시쯤에는 한 주유소에 들러 주유하기도 했다. 추격 과정에서 한 언론사 차량은 일반 시민의 승합차와 접촉사고를 내기도 했다.

에쿠스는 오후 11시15분쯤 천호4동 강동가톨릭병원으로 들어갔다. 차에서 내린 신씨는 변호인과 응급실로 들어갔다. 응급실 입구엔 병원 직원들이 서서 외부인의 출입을 통제했다. 병원 관계자는 "응급실은 중환자들이 있는 곳이어서 기자들의 출입을 허용할 수 없다. 환자들이 잘못되면 책임을 질 거냐"며 기자들을 막았다.

권호 기자 ,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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