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당문학상 문인수씨 시 '식당의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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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씨(左), 문인수씨(右)

제7회 미당문학상 수상작으로 문인수(61)씨의 시 '식당의자'가, 황순원문학상 수상작으로 김연수(37)씨의 중편소설 '달로 간 코미디언'이 선정됐다. 미당 서정주(1915~2000) 선생과 소설가 황순원(1915~2000) 선생의 문학정신을 기리기 위해 2001년 제정된 미당문학상과 황순원문학상은 중앙일보와 문예중앙이 주최하고 LG그룹이 후원한다. 미당.황순원문학상은 국내 최대 규모의 문학상이다. 미당문학상 상금은 3000만원, 황순원문학상은 5000만원으로 각 부문 국내 최고 액수다. 모두 26명의 심사위원이 투입됐고, 8개월 동안 81종의 문예지를 검토했다. 문인수.김연수씨의 수상 의의를 짚는다.

◆비주류의 승리=문인수씨는 이른바 '변방의 시인'이었다. 42세에 문예지 '심상'으로 등단한 늦깎이이고, 대구를 무대로 활동하는 지방 시인이다. 무엇보다 그의 최종 학력은 고졸이다. 동국대 국문과를 6개월만 다녔을 따름이다. 시인은 "허위 학력 파동으로 소란스러운 이때 큰 상을 받게 돼 감개가 무량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문씨 시의 매력은 야생성에 있다. 규범에 매이지 않는 상상력과 자유로운 표현력은 그의 시를 설명할 때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더욱이 그는 늘 저 낮은 세상을 바라본다. 번듯한 시 수업 한 번 받은 적 없는 시인이기에 외려 구현할 수 있는 작품세계다. 수상작 '식당의자'는 식당 천막 아래 놓여 있는 플라스틱 의자를 소재로 한 작품이다. 시인은 허름한 의자에서 삶의 그늘을 찾아낸다.

◆프로 정신의 개가=김연수씨는 자타가 공인하는 '프로 소설가'다. 94년 등단한 이래 한 번도 대중과 타협하지 않고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구축했다. 가볍고 쉬운 읽을거리가 판치는 요즘에도 교양소설의 전통을 묵묵히 따르고 있다. 그는 자신을 "프로 소설가"라고 소개하며 "소설은 나에게 숭고하고 신성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수상작 '달로 간 코미디언'은 김득구 사건을 배경으로 한 소설이다. 82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권투 경기에 목숨을 걸었던 한국인 청년의 비극을 소설은 집요하게 파고든다. 김득구 사건을 통해 80년대란 시대의 암울한 풍경이 낱낱이 드러난다.

수상작은 예심에서 유일하게 심사위원 전원 추천을 받은 작품이다. 최종심에서도 "현실과 허구를 교묘히 오가는 작가의 솜씨가 뛰어나다"란 평가와 함께 심사위원 전원 일치로 수상작이 됐다. 미당.황순원문학상 시상식은 중앙 신인문학상 시상식과 함께 10월 26일 오후 6시 서울 대한상공회의소 대회의실에서 열린다. 미당.황순원문학상 수상작품집(중앙북스)은 이번 주말께 서점에서 구입할 수 있다. 한편 중앙 신인문학상 당선자는 20일 발표한다.

손민호.이에스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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