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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바람·파도를 잡아라" 기업들, 차세대 신재생 에너지 사업 잰걸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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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태양과 바람·파도를 다스리는 기업이 재계 판도를 바꾼다’.
 5년, 10년 뒤의 먹거리를 찾고 있는 국내 기업들이 앞다투어 재생 에너지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이런 움직임은 석유 등 화석연료 수급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경고음이 잦아진 요즘 더욱 빨라지고 있다. 재생 에너지 분야는 태양광이나 풍력·수소 등을 전기 에너지로 바꾸는 차세대 유망 사업. 특히 지구온난화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면서 재생 에너지 분야에 대한 기업들의 관심이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산업자원부 김기준 신재생에너지팀장은 “세계 시장을 3분한 미국과 일본·유럽에 비해 관련 사업 진출이 뒤졌지만 국내 기업들의 따라잡는 속도가 빨라 글로벌 시장에서도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업종 가리지 않고 뛰어들어=기존의 에너지 전문 업계는 물론 정보기술(IT)·중공업·제철·건설 등 업종을 불문하고 신재생 에너지 분야에 출사표를 던지고 있다. 포스코·두산중공업은 액화천연가스(LNG) 등에서 수소를 뽑아내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용 연료전지 분야에서 적지 않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세계 최대 조선사인 현대중공업도 태양광 전지와 모듈 개발에 팔을 걷어붙였다. 렌털 서비스를 주력 사업으로 삼아온 웅진그룹의 경우 계열사인 웅진에너지를 통해 태양광전지에 사용되는 잉곳(실리콘 덩어리) 양산을 서두르고 있다. 또 선박용 엔진을 만드는 STX엔진도 풍력발전 쪽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이 회사는 이미 제주 지역 세 곳에 풍력발전소를 세운 데 이어 새만금 풍력단지도 조성 중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최근엔 아제르바이잔과 20㎿급의 풍력발전소 설비를 공급하는 양해각서(MOU)도 체결했다”고 말했다. 동양제철화학도 2013년까지 1조5000억원을 투입해 전북 군산에 태양광전지 핵심 소재인 폴리실리콘 공장을 세울 계획이다.

 ◆계열사 연합 작전 벌이는 대기업 그룹=주요 대기업 그룹들은 계열사별로 각기 다른 임무를 맡기는 ‘연합 작전’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다. 이 중 가장 발걸음이 빠른 곳은 LG 그룹. LG의 IT 서비스 계열사인 LG CNS는 올 초 경북 문경에 태양광 발전소를 세웠다. 또 충남 태안군과 2012년까지 5200억원을 들여 세계 최대 신재생 에너지 산업 단지를 세우기로 합의했다. LG그룹은 또 태양광 발전과 건축 외장재를 접목해 전기를 생산하는 사업(LG화학)과 땅속의 지열을 이용한 하이브리드 냉난방 시스템 개발(LG전자)에도 착수했다.

 삼성은 삼성전자·삼성SDI·삼성종합기술원·삼성물산 등 주요 계열사들이 협력 체제를 구축하고 태양광전지 등 재생 에너지 사업 진출을 타진 중이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는 올 8월 LCD 총괄 석준형 차세대연구소장 산하에 태양 에너지 연구와 사업화를 탐색하는 전담 조직(광에너지랩)을 만들었다. 이 밖에 현대·기아차 그룹은 2020년까지 연료전지차 상용화를 목표로, SK그룹은 SK에너지 산하 연구소를 중심으로 수소 스테이션과 연료전지 개발에 전력을 쏟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강희찬 박사는 “국내 기업들이 관련 소재·부품과 핵심 기술에서 글로벌 기업에 비해 3∼4년 뒤처진 데다 관련 설비 수입이나 시스템 설치 쪽에 치우쳐 있다”며 “이로 인해 자칫 ‘산업은 없고 시장만 커지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표재용·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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