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진혁칼럼>金정부의 남은 시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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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金泳三대통령은 선거가 없는 유일한 해인 금년엔 일 좀 해보자고 民自黨전당대회까지 연기했다.그러나 5개월이 지나고 있는 금년도 이대로 가다가는 일하기는 틀린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작년말 UR파동 이후 닥치고 있는 각종 懸案을 보면 일은커녕 터지는 파동.사건의 뒷감당에도 쩔쩔매는 지경이다.農安法파동이 그렇고,曹溪宗사태,尙武臺.韓藥業士 자금의혹 등이 다 그런 例다.게다가 정부 각 部處간의 밥그릇 싸움.몸사리기로 주요 정책의 표류현상이 빚어지고 있다.UR 타결 이후의 농업대책을 놓고 농림수산부와 교육부,농림수산부와 보사부가 맞붙어 있고 수도권 공장문제를 놓고는 상공자원부.건설부가,정보산업을 놓고는 과기처.체신부가 대립하고 있다.黨政간에도 자주 으르렁대고 내각과비서실의 관계도 확연치 않다.
딱한 것은 이런 혼선.표류가 빚어지는데도 이를 수습.교통정리할 조정력이 정부에서 나오지 않는다는 점이다.경제정책 갈등에 경제부총리의 조정이 없고,李會昌씨 사임파동 이후 총리실은 조정에 나서면 안되는 것처럼 되어있다.그렇다고 대통령 이 일일이 챙기는 것 같지도 않고,비서실은 이례적으로 공개적인 질책을 받고 반성을 한다지만 대책이 없기는 마찬가지인 것 같다.뭔가 획기적 변화가 없는한 금년 후반기도 이런 식으로 굴러갈 수 밖에없다. 그럼 내년에는 좀 나아질까.내년은 더 어려울 것이다.
15개市.道의 시장.지사와 2백75명의 시장.군수.구청장,5천여명의 광역.기초의회 의원을 뽑는 4大지방선거가 6월에 실시되는 내년은 거센 정치바람으로 차분히 國政을 추진하고 업적 을 쌓기는 어려운 분위기가 될 게 뻔하다.가령 서울에 야당시장이 나오고 지방의 두세곳 또는 서너곳에서 야당시장.지사가 나올 경우 國政은 어떻게 될까.지금 중앙정부 자체의 조정도 안되는 판에 야당시장.지사들이 독자성.차별화를 부르짖는 다면 중앙과 지방,지방과 지방간의 갈등.혼선은 없을 것인가.
내년 지방선거는 곧이은 96년 總選,97년 大選과 바로 연속선상에 있기 때문에 次期정권을 다투는 前哨戰의 성격이 강하다.
야당은 總選.大選전략으로 움직이고,民選의 자부심에 주민 지지를업은 시장.지사들은 콧대높게 나올 가능성을 충분 히 생각할수 있는데 그럴 경우 金정부한테서 전국적 차원의 國政조정.추진력이나올 수 있을까.
만일 96년 總選에서 與小野大라도 된다면 金정부의 任期末은 말 그대로 엉망이 될 것이다.
이렇게 볼 때 金정부로서는 정말 일할 시간이 없고,좋든 싫든내년 선거문제-효율적 任期관리문제-후반기 漏水방지책등이 지금부터의 과제가 되고 있다.
金대통령이 이제와서 과거 총리.부총리를 지낸 경제계 元老나 평의원들을 만나는 것을 두고 혼자 뛰는 개혁에서 함께 뛰는 개혁으로 간다는 말이 나오지만 때는 이미 상당히 늦은 감이 있다.진작부터 더 폭넓은 包容의 자세로 民主系니 非民 主系니 따지지 말고 國政의 효율성과「사람備蓄」을 착실히 추진했어야 했을텐데 그동안 너무 편을 갈랐고 이미 마음상한 사람도 적지 않은 것 같다.
그러나 돌이킬 수 없는 지난 날은 지난 날이다.지금부터라도 일은 해야 하고 정치일정에도 대비해야 할 것이다.
그러자면 우선 무엇보다 급한 일은 金정부에 부족한 조정력과 전문성을 확보하는 것이다.자존심 높은 文民정부에 國政난맥이니 정책표류니 하는 비판이 거침없이 쏟아지는 昨今의 상황을 극복하자면 전문성을 가진 國政팀이 내각과 비서실에 布陣 하고 이들이권한과 책임을 함께 갖고 의욕적으로 國政을 추진하는 체제가 돼야 한다.대통령이 혼자 뛰는 방식이 아니라 전문성과 권한을 가진 팀이 체계적으로 뛰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
***心機一轉 새모습을 그리고 言路개방.정치활성화등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같은 정책이라도 여론과 국회에서 걸러지고 견뎌내는 과정을 거쳐야 안정적 추진과 유효한 실시가 보장되는 것이다. 일할 시간은 없고 정치일정은 다가오고 있다.金대통령이 心機一轉,國政운영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야 할 때다.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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