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봉사 똑 부러지게 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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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김승연 회장이 집행유예로 풀려나면서 한화그룹도 기지개를 켜고 있다. 한화 측은 회장 문제가 일단락되면서 그동안 미뤄 왔던 해외 사업과 그룹 홍보활동을 강화할 계획이다.

그룹 관계자는 “회장 문제가 일단락됨에 따라 그룹의 비상체제는 서서히 해체될 것”이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그렇다고 당장 회장이 업무에 복귀하는 것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아직 건강이 좋지 않아 당분간 병원에서 치료와 요양을 받아야 한다는 설명이다.

회사 핵심 관계자는 “최소한 대선 전까지 활동을 본격적으로 하긴 어렵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건강도 추스르고, 정국의 변화도 지켜봐야 하기 때문에 애써 활동 재개를 앞당길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일단 김 회장은 요양과 사회봉사명령 이행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원래 회사 측은 판결이 나기 전까지 여러 가지 시나리오 중에 외국으로 일정 기간 요양을 가는 것도 고려했다. 하지만 사회봉사명령을 받은 상태라 해외 출국이 여의치 않고, 무리해서 해외로 갈 경우 여론이 악화될 수도 있어 이 안은 없던 것으로 됐다.

회사 관계자는 “회장 성격상 사회봉사명령도 제대로 이행할 가능성이 크다. 본인도 사회봉사명령을 받고, ‘이번 기회에 제대로 한번 해 봐야겠다’고 말씀하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회장은 성격상 꼼수를 쓰실 분은 아니다. 오히려 법원에서 명령한 것 이상의 봉사 활동을 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그냥 200시간을 채우고 오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사회공헌 활동으로 연결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한화그룹은 일단 금춘수 경영기획실장을 중심으로 계열사 책임 경영 체제를 좀 더 유지할 전망이다. 대신 금 실장이 김 회장과 긴밀히 커뮤니케이션을 할 것으로 보인다.

구속 중 김 회장은 정신적 충격으로 인해 외부 사람을 일절 만나지 않았다. 회사와 관계된 보고도 받지 않고, 가족들만 만났다고 한다. 때문에 한화 그룹에서 추진하던 각종 글로벌 사업이 계속 미뤄져 왔다.

그룹 홍보실은 “회장님이 병원에 계시지만 그동안 공백을 가졌던 그룹 현안에 대해 보고를 받고 계신다”고 말했다. 공백기 동안 달라진 사업 진행 현황이나 진행하다 중단된 계약, M&A 관련 사안을 챙기고 있다는 얘기다.

김 회장이 일선에 나서진 않더라도 결정권자의 신체가 자유로워진 만큼 그동안 추진해 왔던 글로벌 경영과 관련된 중요한 업무는 속도를 낼 전망이다.

한화그룹 측은 ▶한화건설의 해외 엔지니어링 회사 인수 ▶㈜한화의 미국 항공기 부품회사 인수 ▶한화증권의 카자흐스탄 합작 증권사 운영 ▶한화석유화학의 중동 석유 합작 프로젝트 ▶한화종합화학의 미국 첨단 자동차 소재 업체 인수 등 글로벌 사업이 임박한 주요 현안이라고 밝혔다.

그룹 관계자는 “건설은 이번 건이 성사되면 주택 위주의 내수 업체에서 플랜트 등 수출 산업으로, ㈜한화는 군수업체에서 첨단업체로, 석유화학은 중동 현지 진출을 통한 장기적 생존력 확보로 기업 구조가 완전히 바뀐다”고 설명했다.

한화그룹은 김 회장 폭행사건 직전에 그룹 CI를 바꾸고, 그룹 방향도 내수 중심에서 글로벌로 바꾸는 등 변화를 시도했다. 지난 1월에는 방콕에서 계열사 사장과 임원 50여 명을 소집해 15시간 동안 마라톤 ‘글로벌 전략회의’를 열고 해외 진출 전략을 논의했다.

당시 한화그룹은 전체 매출의 10% 수준인 해외 매출 비중을 2011년까지 40%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등의 장기 목표도 함께 세웠다. 한화 관계자는 “불미스러운 일로 시기는 약간 지체됐지만 이제 다시 본격적으로 글로벌 경영을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석호 기자 luk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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