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지 토산품 바가지요금에 관광객 불만-제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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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기념품을 하나도 구입하지 못했어요.지금이라도 구입할까해서….』 제주도에 신혼여행을 온 李신재씨(31.서울시종로구무학동)는 탑승시간을 30여분 남기고 신부와 함께 공항내 기념품매장을둘러보다가 마땅한 기념품이 없는듯 다른 매장으로 발길을 옮겼다. 李씨부부가 기념품을 사지못한 것은 H관광지에서 진주목걸이를사려했으나 입구쪽과 관광지내 매점에서의 가격차가 3만원이상이나돼 믿을수 없었기 때문이다.
제주도 관광협회가 지난해 10월 관광객 1천5백16명을 대상으로 관광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기념품업소에 대한 불만으로는 「가격이 비싸다」가 30.9%로 가장 많았으며 「업소들간의 가격차이」가 21.7%,「특산품 부족」20.3%,「 정찰제가 아니라서」가 14%로 나타났다.
또한 기념품을 구입하지 않은 이유로는 「바가지요금이라고 생각돼서」가 43%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제주산이 아니라고 들어서」가 22.1%,「좋지않아서」가 15%등의 순으로 나타나 기념품에 대한 신뢰도가 극히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
관광과 쇼핑은 떼어놓을수 없는「함수관계」에 있음에도 불구하고기념품이 관광객들로부터 푸대접을 받는 것은 여러가지 이유가 있다. 제주도공예협동조합에 따르면 제주도내 토산품업소에 진열돼 있는 상품 가운데 「돌하루방」등 20%만이 제주도내 업체가 공급한 「토종 토산품」이고 나머지 80%는 타시.도에서 생산된 「전국 공통의 제품」일뿐더러 디자인과 포장 역시 낙후 됐다는 것. 연간 3백50만명의 관광객이 찾아드는 토산품시장을 두고도제주산 토산품이 빈약한 것은 92개 도내 업체들 가운데 대부분이 자본금 5천만원이하의 영세업체라 투자와 신상품개발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柳하영 제주도공예협동조합이사장은『신상품 개발을 위한 기술인력의 부족과 낙후된 유통구조등이 걸림돌이 되고 있다』며『관광기념품 가운데 농축수산물의 가공은 1,2,3차 산업을 연계할 수 있는 전략산업인데도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은 미약한 실정』이라고 밝혔다. 제주관광에 있어 또 하나의 문제는 악천후때나 야간에 갈만한 곳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Y여행사의 金모씨는『날씨관계로 한라산등반이 취소될 때면 관광객들을 모시고 갈만한 곳이 없어 곤욕을 치르는 사례가 허다하다』며 『악천후때 유일하게 안내되는 곳이 자연사박물관이지만 한꺼번에 입장할 수 없어 일정을 포기하는 수가 많다』 고 말했다.
金모씨는 또『국내 최고의 관광지라고 하면서 야간관광상품 하나없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며『최소한 민속공연을 관람할 수 있는 상설공연장이나 향토야시장 정도는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濟州=高昌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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