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영화제 필름마켓 美 대형영화사 외면 한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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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칸영화제 필름마켓(見本市)이 유럽영화의 전반적 침체를 반영하듯 예년에 비해 썰렁한 분위기 속에 진행되고 있다.마켓에 참여한 영화인들은 지난해보다 10%정도 증가한 4천여명에 이르지만거래되는 영화량은 오히려 작년보다 적다는 잠정집 계가 나오고 있다. 미국의 AMF,이탈리아의 MIFED등과 함께 세계 3대영화마켓의 하나로 꼽히는 칸 필름마켓(MIF)이 올해는 제대로주도권을 행사하지 못한다는 말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흥행성이 높은 작품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미국의 메이저 영 화사들은아예 마켓에 부스를 설치하지않고 주변의 고급호텔에 임시사무소를설치해놓고 있다.세계 대부분의 나라에 영화를 직배하고 있는 그들 입장에서는 굳이 마켓에서 영화를 팔려고 애쓸 필요가 없기 때문이지만 이들의 오만함이 유럽이나 제 3세계 영화인들의 빈축을 사고 있는 것은 틀림없다.
따라서 필름 마켓은 마치 제3세계국가들의 영화홍보장으로 변한느낌마저 준다.터키 문화부 영화진흥과의 벨마 바스는 『미국영화의 영향력이 날로 커지다보니 필름마켓의 존재의의가 갈수록 줄어드는 것같다』고 말하고 있다.한국의 경우도 예외 는 아니다.영화진흥공사에서 설치한 부스에도 내방객은 그리 많지않은 편이다.
영진공의 이정호이사는『상담건은 3~4건 있지만 계약은 체결된 것이 없다』고 말한다.
칸 필름마켓이 기우는데는 사이비업자들이 적지않게 참여하고 있다는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참가하는 영화사.딜러들중 상거래의 예를 제대로 지키지않는 사람들이 상당수 있다.가령 미국의 영화중개인들이 운영하는 비전 인터내셔널과 MDF社는 한국영화사들을상대로 촬영에 들어가지도 않은 영화를 계약했다 2,3년후 해약하고 계약금도 제대로 돌려주지 않는등 횡포를 부리고 있는데도 이번 마켓에 이름을 바꾸어 버젓이 참가하고 있다.이번에도 몇몇한국영화사들은 이곳에서 제시하는 저렴한 가격에 솔깃해 상담중이라고 한다.
칸영화제 필름마켓에 참가한 한국영화인들이 지나친 경쟁을 벌이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이번 영화제에는 한국의 영화사 관계자들이 2백여명 정도 참가하고 있는데 한국인끼리 경쟁이붙어 가격만 올려놓은 사례가 빈발하고 있다.특히 구체적으로 영화를 제대로 검토하지도 않은 채 가격만 물어보는 업자들이 많아쓸데없이 가격을 부풀리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런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한국영화 수출상담은 예년에 비해 수확이 클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이는 한국영화 해외판권을 가지고있는 외국배급회사들의 활동이 활발하기 때문이다.
『그섬에 가고 싶다』(박광수 감독)의 전세계판권을 가지고 있는 네덜란드의 포르티시모社는 마켓에서 시사회를 개최하고 이 영화가 올 로카르노영화제에서 수상가능성이 큰 작품이라는 것을 홍보하는 등 적극적인 판매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또『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박종원 감독)의 유럽배급을 맡고 있는 프랑스의 셀를로이드 드림스社는 두번이나 시사회를 개최하면서 각국의 업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영화제가 종반에 이르면서 경쟁부문작품들이 영화딜러들에게 속속매매되고 있다.이란의 키아로스타미 감독의『올리브나무 건너편』이미국의 미라막스社에 팔렸으며 장이모(張藝謨)감독의『삶』은 홍콩의 새무얼 골드윈社가 전세계 배급권을 따냈다.
한국 영화사들도 경쟁부문작품에 눈독을 들이고는 있으나 작품값이 지난해보다 올라 선뜻 나설 수 없는 입장이라고 한다.
[칸(프랑스)=李揆和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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