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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고독은 나눌 수 없는 숙명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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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CEO 전성시대다. 1997년 외환위기 전까지만 해도 CEO라는 단어는 지금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만큼이나 낯선 말이었다. 하지만 불과 10년 만에 CEO는 대학생들이 가장 선망하는 직업 중 하나가 되었다. 높은 보수, 멋진 세단, 바쁜 일상, 잦은 해외 출장, 고급스러운 주말나들이, 품격 높은 와인 등이 최근의 CEO의 겉모습이다. 하지만 그게 다일까? 아무리 얇게 베어도 양면이 있다. CEO의 또 다른 단면인 절대 고독은 누구와도 나누기 어렵다. 오너, 주주, 노조, 경영성과, 경제환경, 리더십…. CEO는 이런 밀림 속을 묵묵히 헤쳐가는 나그네다.


“지난해 연말, 하루는 포스코에서 하는 청암재단 이사회 모임에 나갔어요. 그 직전에 제가 혈관 확장수술 했었는데 알고보니 이구택 회장도 몇 년 전에 수술을 받았답니다. 처음 듣는 얘기였어요. ‘당신은 건강한 줄 알았는데?’ 이렇게 얘기하니까 ‘CEO의 건강 상태는 비밀이라서 그동안 말 못했다’고 하더군요. 참, 나….”

얼마 전 싱가포르에서 만난 이채욱 GE 헬스케어 성장시장 사장과 나눈 얘기다. 별것 아닌 이야기 같지만 CEO란 자리가 얼마나 관리되는 자리인지 알 수 있다. 아파도 아프다고 맘대로 이야기할 수 없는 것이 바로 CEO다. CEO의 건강 상태도 중요한 정보이기 때문이다.

실제 삼성 등 대그룹 회장들의 건강 상태는 극비에 속한다. 국가의 CEO라고 볼 수 있는 대통령의 건강 정보도 국가 기밀에 속하는 사항이다. 많은 사람에게 알려져 있지만 많은 것이 가려진 사람이 바로 CEO다.

CEO는 외로울까? 이 질문에 김효준 BMW코리아 사장은 이렇게 답을 내놨다.

“사실 CEO의 책무는 외로움도 허용하지 않는다. 출근할 때의 CEO 얼굴 모습에서 직원들은 하루를 읽는다. 혹시 불편한 일이 있더라도 밝은 모습, 환한 웃음으로 인사해야 직원들이 편안하게 일을 한다. CEO가 굳은 표정으로 있으면 직원들은 이유를 모른 채 걱정하게 된다. 시장이나 고객은 더하다. CEO의 표정과 열정으로 회사의 미래를 가늠해보기도 한다. CEO는 스스로의 감정을 통제하고 사적인 생각이나 행동이 회사의 공적 업무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를 늘 생각해야 한다. 엄청난 자기 절제력이 필요한 것이다.”

감정까지 통제하는 마당에 자신 몸이 아픈 것을 맘 편하게 드러내기는 어려울 것이다. 자기 절제는 고독을 동반한다. 폭음한 다음날 옆자리 동료와 어제 술자리의 전과를 무용담처럼 늘어놓는 직장인들로서는 납득이 안 가는 일이다.

과장된 이야기일까? 현대자동차 부회장을 지낸 박병재 영창악기 부회장은 ‘요즘 외로운가?’라는 질문에 “너무 바빠서 외롭다고 느낄 시간이 없었던 것 같다”고 답했다.

“제일 부러운 사람은 부회장이야”

통속적인 답변 같지만 실제로 이렇게 생각하는 CEO들이 많다. 심지어 인간의 본성인 외로움을 부정하는 사람도 있다. 한 중견기업 회장은 “많은 CEO는 회사에서 선봉장이므로 약한 이미지를 주기 싫어합니다. 비록 개인적으로 외로움을 타더라도 외부에 드러내거나 그런 모습으로 비치길 바라지 않습니다”고 정중히 이번 질문에 이의를 제기했다. 김효준 사장도 “근본적으로 프로페셔널한 CEO는 외로움을 드러내고 이야기할 수 없는 것 아니냐?”고 덧붙였다.

CEO들은 무엇이 두려운 걸까? 평범한 감정인 외로움을 왜 겁내는 걸까? 많은 CEO는 ‘외로움’이란 단어를 부정하고 싶어 하고, 느끼고 싶어 하지 않는다. 또 그렇게 비치는 것을 싫어한다. 사장을, 회장을 바라보는 수십, 수백, 수천 명의 눈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이 나약해지면 회사도 나약해지리라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고 있는 까닭이다.

사람들 앞에서 항상 자신감 넘치게 비전을 제시하고, 호탕하게 웃고, “걱정마, 잘될거야”라고 얘기한다. 자신을 따르는 수많은 사람 앞에선 쓰러지기 직전까지도 나약함을 보이지 않는다. 자신이 무너지면 모든 것이 한꺼번에 무너진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 외롭다. 껍질이 단단한 나무일수록 속은 여리다. 심지어 텅 비었다. 갑옷을 입은 동물들의 속살은 대부분 연하다. 갑옷 한 꺼풀만 벗기면 CEO도 인간의 내면에 충실한 사람이다.

CEO는 외롭다. 돈, 명예, 수많은 약속, 화려한 자리, 충분한 보상이 따르는 CEO가 외롭다고? ‘일에 치여 야근하면서도 항상 월급 전날만 되면 돈이 떨어지고, 그래서 앞으로 내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나’하고 걱정하는 내 자신이 더 외롭지 CEO가 어떻게 외로울 수 있을까? 수많은 직원과 임원의 보좌를 받고, 말 한마디면 그 사람들을 움직일 수 있는 CEO가 왜 외로운가? 뒤를 받쳐주는 마땅한 후배도 없고, 앞에서 잘 끌어주는 선배도 없이 혈혈단신 일하는 내가 더 외로운 것 아닌가? 많은 직장인이 이렇게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인터뷰를 한 많은 CEO가 최근에도 외롭고, 지금도 외롭고, 최소한 한 달에 두 번 정도는 외로움을 느낀다고 말하고 있다. 왜 그들은 외롭다고 느낄까?

“사장의 고민은 누구와도 나눌 수가 없어요. 부장은 이사가 있고, 이사는 사장이 있지만 사장은 누가 있어요? 그렇다고 회사 이야기를 밖에 나가서 시시콜콜 할 수도 없잖아요. 내가 제일 부러운 사람이 부회장이야. 허허.”

한 중견기업 회장의 이야기다. 같이 얘기할 사람이 없어 사장들의 속은 타고 있다. 부인을 붙잡고 고민을 다 상담할 수 있을까? 불가능한 일이다. 과장만 돼도 회사 일을 집에 가서 일일이 설명할 수 없다. 설명하기엔 너무 복잡하고, 그냥 들어 달라기엔 너무 재미없기 때문이다.

멀리 미국에서 공부하고 있는 안철수씨(안철수연구소 창업자)는 “CEO는 자신이 스스로 우선 순위를 정해서 일을 하는 능동적인 입장임에도 불구하고, 좋은 경영진과 스태프진과 함께 일을 함에도 결국 최종적인 결정과 그에 따른 책임은 혼자 지게 마련이기 때문에 그러한 순간에는 외로울 수밖에 없는 것 같다”고 메일을 보내왔다.

“일 시키고 기다릴 때 괴로워”

어떤 일도 최종 결정은 CEO의 몫이기 때문에 외로움을 나눌 수는 없다. 안씨는 또 “지금은 학생 신분으로 학교에서 짜놓은 일정에 따라 움직이고, 주위에 나와 똑같이 고생하고 있는 학생들에게 둘러싸여 있기 때문에 외로움을 별로 못 느낀다”고 덧붙였다.

나이 차이에도 같은 처지에 있는 많은 학생을 통해 위안을 삼을 수 있지만, CEO는 직원으로 둘러싸여 있어도 결국엔 혼자다. 대부분의 회사에 CEO는 한 명이고 그에게 팀은 없다. 많은 팀이 그에게 결재를 받고 지휘를 받을 뿐 그가 팀 소속은 아니기 때문이다. CEO의 고독은 원초적으로 이런 존재감에서 온다. 그와 똑같은 지위에 있는 사람이 회사 내에는 자신 말고 아무도 없다. 그래서 CEO는 언제나 혼자다.

CEO의 외로움은 자신의 막중한 자리와 관계가 깊다. 많은 사장이 중요한 결단을 내려야 할 때 정신적으로 중압감을 느낀다. ‘중요한 결정인데 물어볼 사람이 없을 때’ ‘부족한 데이터를 근거로 무언가 결정해야 할 때’ ‘회사와 조직에 큰 변화를 일으켜야 할 때’ 그들은 외로움을 느낀다.

“어떤 경우 사장인 저도 판단할 근거가 없는데 결정해야 할 때가 있어요. 임원들은 제 입만 바라보고 있고, 시간은 없다고 하는데 저도 막막하죠. 저라고 뭐 별 수 있나요? 하지만 그 한순간에 한마디 결정을 하면 이후 여러 가지가 잇따라 벌어지죠. 사람도 뽑고, 옮기고, 돈도 투자됩니다. 그리고 사람을 해고하기도 하죠. 실패하면 다 누구 책임입니까?”

한 벤처기업 사장의 이야기다. 많은 CEO는 자신도 불안하고, 걱정되는 상황에서도 겉으로 확신에 찬 어조로 말한다. 아니 말해야 한다. 그리고 직원들이 나가면 불안함과 외로움이 엄습한다. 때론 그 후에 닥칠 일에 대한 두려움에 떨기도 한다.

뭐니뭐니 해도 가장 괴로운 건 사람에 관한 일이다. 인간이다 보니 사람에게 이해 받지 못하고, 사람에게 안 좋은 일이 생기는 결정을 하게 될 때 자신의 자리에 허탈함을 느낀다.

▶고독을 활용하는 CEO 빌 게이츠 회장과 이건희 회장은 외부와의 단절을 통해 경영현장에서 떨어져 새로운 전략을 가다듬는다. 행사 중 무언가 골똘히 생각하는 두 사람.

GE코리아의 황수 사장은 “사장은 회사의 장기적 전략과 성장 방향을 직원들에게 제시하며 팀워크와 헌신을 요구하는데, 직원들은 성과에 따른 단기적 보상에 지나친 관심을 보일 때 외로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현구 까사미아 사장도 “직원들이 내 결정을 이해하지 못하고 자신들의 주장만 되풀이할 때 참 답답하고 외롭다”고 토로했다. 이런 차이는 사장은 100m 앞을 보는데 직원은 10m 앞만 보고 있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다.

이화경 오리온그룹 사장은 그래서 “일을 시키고 나면 기다리는 게 가장 어렵다. 직원이 나의 호흡에 맞춰 쫓아올 때까지 기다린다. 그게 굉장히 고독한 일이다”고 털어놨다. 높이 서서 멀리 보는 사장과 눈앞의 일밖에 볼 수 없는 직원들 사이에 생기는 숙명적인 간극이다.

남자가 여자를 다 이해 못하고, 여자도 남자를 다 이해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바로 앞에 일만 가지고 매달리는 직원의 처지는 이해되지만 그렇다고 마음까지 흔쾌해지는 건 아니다. 이해되기 때문에 나무랄 수 없고, 그래서 더욱 속으로 삭일 수밖에 없다. CEO란 자리가 외로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

CEO가 아니라도 조직의 리더는 외롭다. 인류학자 데스몬드 모리스는 자신의 저서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불운한 일이지만 진정한 지도자는 아무하고도 진정한 우정을 맺을 수 없다. 진정한 우정은 지위가 비슷한 사람들 사이에서만 충분히 표현될 수 있다. (중략) 사회적 피라미드의 정점에 서 있는 지도자는 완전한 의미의 친구를 영원히 가질 수 없다.”(데스몬드 모리스 『인간동물원』, 서광원 『사장으로 산다는 것』에서 재인용)

많은 CEO가 가장 외로웠던 순간으로 “회사 사정으로 같이 일하던 직원을 해고했을 때”나 “믿었던 직원이 다른 회사로 옮겼을 때”를 꼽았다. 특히 그 직원에 대해 사적으로 잘 알던 사람이면 사장으로서의 고독감, 자괴감은 더욱 크다.

“한번은 구조조정 결정을 내렸는데 그 대상자 명단에서 내가 결혼식장에 갔었고, 가족 모임에도 갔던 직원이 있었습니다. 그 명단을 보고 말할 수 없이 괴로웠죠. 부인도 알고, 꼬마 애들도 봤었는데… CEO란 자리가 그렇습니다.” 웅진씽크빅 김준희 사장의 경우다.

자신이 직원을 지켜주지 못할 때 못지않게 믿었던 직원이 떠날 때 드는 배신감과 외로움도 크다. “제가 이 회사의 사장으로 일하면서 정말 아끼던 직원이 있었습니다. 이 회사를 이끌어나갈 수 있는 재목이라 확신했었죠. 저도 좀 더 신경을 쓰며 그 친구를 도와줬고요. 하지만 어느 순간 이 직원이 회사를 그만둔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매번 느끼는 외로움, 허전함이었지만 그때 당시에는 사람에 대한 믿음이 어디까지 가능할까 하는 의문이 들더군요.”(이강호 한국그런포스펌프 사장)

숫자로 사람을 계산하고, 실적으로 능력을 파악할 것 같은 CEO지만 그들도 역시 인간이다. 감정의 흔들림도 있고, 불공평하게도 정이 가는 직원도 있다. 그래서 그들도 상처 받는다. 겉으론 여전히 갑옷을 입고 있지만 속까지 쇳덩이는 아니기 때문이다.

살아있는 경영의 대가로 불리는 잭 웰치 GE 전 사장은 이런 CEO들의 고민에 대해 가차없는 해결책을 제시한다. “(CEO는) 직원을 내보낸다든가, 프로젝트 지원을 중단한다든가, 공장문을 닫는 등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할 때가 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어려운 결정을 내리면 불평도 나오고 저항도 있다. 리더가 할 일은 그들의 말에 귀 기울이고 자신의 입장을 명확히 설명하되 밀고 나가는 것이다. 리더란 인기상을 타려고 경합하는 것이 아니라 앞서서 이끄는 사람이다. 공직 선거에 출마할 필요는 없다. 이미 뽑혔기 때문이다.”

명쾌하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그런 잭 웰치는 외로움이 없었을까? 중압감이 없었을까? 아마 그도 한국 CEO와 비슷한 고민을 했을 것이다.

CEO들은 외로움을 어떻게 해결할까? 외롭다고 사람을 찾거나 더 바쁘게 보내지는 않는다. 오히려 혼자 생각하거나 책을 읽거나, 운동을 한다. 종교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기도로서 내면을 다듬고, 가족과 깊이 있는 대화를 하면서 혜안을 얻는 사람도 있다.

비즈니스와 관계 없는 오랜 친구와 만나 일상에서 해방되기도 하고, 영화에 빠지기도 한다. 많은 CEO가 자신의 외로움을 또 다른 내면으로의 여행으로 달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외로움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고, 그것이 CEO의 숙명임을 알기 때문이다.

“직급 오를수록 외로움 강도 커져”

“직원들과 얘기한다고 이해된다면 그것은 외로움이 아니다”고 문영주 롸이즈온 대표는 말했다. 대기업에서 오래 근무한 박병재 부회장은 “직급이 올라갈수록 외로움의 강도와 깊이는 더해진다. 이는 자신의 권한과 책임이 그만큼 커졌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CEO 중 일부는 임원회의나 이사회를 통해 외로움과 중압감이라는 짐을 나눌 수 있다고 말했다. 더 많은 사람은 인터뷰에서 그런 회사 내 조직이 근원적인 고독을 씻어 줄 수 없다고 했다. 같은 CEO와 대화를 통해 동병상련의 정을 나누기도 한다.

숙명적인 외로움이 CEO들에게 해가 되는 것일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세계 최대 소프트웨어 업체인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회장은 1년에 두 차례씩 자신의 별장에서 ‘생각 주간(Think Week)’을 갖는다. ‘생각 주간’에 그의 별장을 찾는 사람은 하루 두 차례씩 간단한 음식을 넣어주는 관리인뿐이다.

빌 게이츠는 스스로 외부와 단절된 고독한 시간을 갖는다. 삼성그룹의 이건희 회장 역시 고독을 경영의 에너지로 전환시켰다. ‘코쿤(은둔자) 경영자’라고 불릴 정도로 어떤 문제가 생기면 혼자 골똘히 사색에 잠기는 이 회장은 고독한 자신과의 싸움을 통해 오늘날의 삼성그룹을 일궜다.

감정적 외로움과 의식적인 고립은 서로 다르긴 하지만 외로움이 숙명인 CEO로서는 이를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중요하다. 대중(직원)과 다른 생각, 다른 해법을 제시해야 하는 리더(CEO)는 사실 대중과 일정한 격리가 필요하다. 다른 생각을 위해서는 다른 공간과 시간, 감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외로움은, 그것이 감정적인 것이라도 이용하기에 따라 큰 에너지가 될 수 있다. 쉽진 않지만 숙명처럼 따라오는 외로움도 활용하기에 따라서는 또 다른 경영 전략으로 쓸 수 있다. 그렇지 않더라도 걱정할 필요는 없다. 누구나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나의 가장 외로웠던 순간, 고독했던 결정들

김효준 BMW코리아 사장

“1995년 초 미국계 제약회사인 신텍스의 대표이사 부사장으로 재직하면서 흡수합병으로 회사의 문을 닫게 됐다. 130여 명의 직원에게 해고 통보서를 보낼 때의 고독함을 잊을 수 없다. 이 회사에서 10여 년간 열심히 일한 임원을 내보낼 수밖에 없을 때 개인적 친분과 CEO의 책무 사이에서 심한 외로움을 느꼈다. 그나마 내게 주어진 인센티브를 포기하면서 직원들에게 더 많은 보상금이 가도록 한 것이 위안이었을까?”
 

안철수 안철수연구소 창업자

“회사 업무 이외에도 업계 전체의 발전에 관심이 많다 보니 업계에 대한 조언과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는 편이다. 99년에 벤처 광풍의 한가운데서 ‘벤처기업은 95%가 망하는 법이다’라는 인터뷰를 했다. 벤처는 성공의 보증수표라는 인식이 만연한 상황에 경각심을 불어넣기 위한 발언이었는데 일부 사람의 오해 및 인식 부족으로 한동안 마음 고생이 많았던 적이 있었다.”
 

이강호 한국그런포스펌프 사장

“정말 아끼던 직원이 어느 순간 회사를 그만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매번 느끼는 외로움, 허전함이었지만 그때 당시에는 ‘사람’에 대한 믿음을 다시 생각했다. 하지만 알프레드 지 수자의 ‘사랑하라.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이란 문구처럼 저는 또 다른 새로운 인연을 기대해 본다.”
 

박병재 영창악기 부회장

“2006년 5월부터 연말까지 부도로 어려움에 처한 회사를 다시 회생시키기 위해서, 장기 비전을 세우고 회사를 새로운 모습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CEO로서 단호히 결정해야 할 많은 부분이 있었다. 조직의 변화, 시스템의 변화, 현재 개혁해야 할 부분들을 결정하고 추진하는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외로웠지만 CEO라면 피할 수 없는 일들 아닌가?”
 

황수 GE코리아 회장

“2002년부터 2006년까지 맡았던 적자회사(GE삼성조명, GE조명일본 등)를 가장 수익성 높은 회사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겪었던 직원들과의 마찰과 불협화음으로 매우 외로운 시간을 보냈다. 회사의 성장이 직원들의 미래를 담보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신념으로 어려움을 돌파했던 나의 생각에 대해 직원들은 때로는 반발했고 때로는 전력을 쏟지 않았다. 그러나 마침내 성공적인 턴어라운드(흑자전환)가 이뤄졌고, 여기에 헌신한 직원들의 성취를 높게 평가하고 이를 상부에 보고함으로써 그동안의 반발과 오해는 사라졌다.”
 

김준희 웅진씽크빅 사장

“구조조정 결정을 내렸는데 대상자가 사적으로 알고 있던 사람이었다. 어디서 결혼했고,애가 몇 명인지까지 알고 있었고 눈에 선했다. 그럼에도 구조조정은 불가피했다. 내가 이 일을 하고 살아야 하는가라는 자괴감이 들었다.”
 

이현구 까사미아 사장

“직원들에게 회사의 현황을 말하고 이해를 구했으나 반응이 미지근했을 때 외롭고, 승진 인사 때 누구를 결정해야 하는 것인가가 항상 어렵다. CEO로서 인사평가는 겸허하고 외로운 결단이 요구되는 작업이다.”
 

문영주 롸이즈온 대표

“새로운 임원이 회사에 들어왔는데 그 임원과 기존 직원들의 갈등이 심해졌다. 양쪽의 의견과 입장이 충분히 이해가 갔지만 어느 편을 들 수 없고 어느 쪽과도 이야기 할 수 없었다. 해결방법을 놓고 혼자 고민하는데 갑자기 외롭다는 생각을 했다.”

IMF 극복한 이헌재 전 부총리의 ‘외로움’

CEO뿐 아니라 어떤 곳이든 조직의 수장은 외로운 법이다. 최종 의사결정을 혼자 내려야 하고 그 짐을 고스란히 짊어지고 가야 하기 때문이다.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는 1998년 환란 이후 국민의 정부 초대 금융감독위원장 겸 금융감독원장을 맡았다. 이 자리는 외환위기 극복의 사령탑이다. 은행·기업 구조조정을 진두지휘하며 대한민국 경제지도를 새로 그리는 막중한 자리다.

이 때문에 수많은 로비와 압력이 따를 수밖에 없었다. 이 전 장관 개인적으로는 한국 경제의 사활이 걸린 일들을 처리하면서 숱한 고뇌에 빠졌다. 당시 그는 봐달라며 찾아오는 친한 금융인, 기업인들을 결코 만나지 않았다. 이 전 장관은 “인간적으로 참, 미안하구먼….”이란 말을 자주 했다.

그의 주변에는 수많은 사람이 있었으나 외로웠다고 한다. 자리를 함께했다는 소문만 나도 구설수에 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오랜 지기인 오호수 전 LG증권 사장과 밤에 조용한 곳에서 ‘폭탄주’를 마시며 고독을 달랬다.

그 자리에서는 결코 경제나 일에 대한 얘기는 나누지 않았다. 일상의 가벼움만 필요했지 업무의 무거움은 가급적 피하고 싶었던 것이다. CEO나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갖는 동병상련일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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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소속기관

생년

[現] 삼성전자 대표이사회장

1942년

[現] 포스코 대표이사회장
[現] 한국철강협회 회장
[現] 한국발명진흥회 회장

1946년

[現] 인베스투스글로벌 회장
[現] 법무법인세종 고문
[前] 한국증권업협회 회장

1944년

[現] 안철수연구소 이사회 의장

1962년

[現] GE헬스케어 사장(아시아 성장시장 총괄)
[現] 한국다국적기업최고경영자협회 회장

1946년

[現] 미디어플렉스 사장
[現] 롸이즈온 대표이사

1956년

[現] 영창악기제조 부회장
[現] 현대산업개발 상근고문

1942년

[現] 롸이즈온 대표이사

1963년

[現] 까사미아 대표이사

1949년

[現] 김&장법률사무소 비상임고문
[前] 재정경제부 장관(부총리 겸임(제4대))

1944년

[現] 웅진씽크빅 대표이사사장

1958년

[現] GE코리아 대표(총괄 사장)

1960년

[現] 한국그런포스펌프 대표이사사장
[現] 청석펌프 대표이사사장

195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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