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파 신도시 건설 늦어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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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송파 신도시가 건설될 서울 송파구 장지동 지역. 멀리 보이는 아파트 건설 단지가 장지택지개발지구다. [사진=조문규 기자]

송파 신도시 건설이 교통망 구축을 둘러싼 정부와 서울시의 의견 대립으로 당초 예정보다 최소 3개월 늦어졌다. 지금도 정부와 서울시의 의견이 팽팽히 맞서는 데다 연말 대통령 선거 결과에 따라 송파 신도시 건설 일정은 애초 정부의 발표보다 크게 늦어질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송파 신도시 건설이 순연되면 가점제가 적용되는 아파트 청약 일정도 늦어져 서울과 수도권 청약자들 사이에 희비가 엇갈리게 된다.

현재 차질이 빚어진 표면적인 이유는 개발 예정지 안에 있는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를 푸는 단계에서 '발목'이 잡혔기 때문이다. 정부의 애초 일정은 9월 안에 그린벨트를 해제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교통 대책이 마련되지 않은 점에 반발하는 서울시는 지방의회 의견 청취를 늦추고 있다. 정부가 그린벨트를 풀려면 법에 따라 주민과 지방의회의 의견을 반드시 들어야 한다.

건교부 관계자는 "서울시 의회에서 절차가 늦어져 전체 일정이 순연되는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그린벨트 해제 지연=주택 4만9000가구, 인구 12만 명 규모의 신도시 예정지(676만8000㎡, 205만 평)는 서울 송파구(78만 평)와 경기도 성남(84만 평).하남시(43만 평)에 걸쳐 있다. 서울에 속한 구역 중 165만㎡(50만 평)는 현재 그린벨트로 묶여 있다.

건설교통부는 9월 안에 그린벨트를 풀고 올해 안에 보상에 착수하기 위해 7월 서울시에 '9월 말까지 서울 시민과 시의회의 의견을 듣는 절차를 마쳐 달라'는 공문을 보냈다.

그러나 서울시는 '주민공람'만 14일에 마쳤을 뿐 서울 시의회에는 안건조차 올리지 않았다. 시의회 9월 회기는 11일로 끝났다. 10월 회기는 다음달 5일 시작한다. 시의회에선 통상 논란이 되는 안건은 2~3개월간 심의한다. 따라서 그린벨트를 푸는 절차는 예정보다 3개월 늦어져 일러야 연말에나 마무리된다. 다른 일정도 순연된다. 반면 성남.하남시는 주민공람과 시의회 의견 청취를 모두 마쳤다.

서울시 관계자는 "주민공람을 마친 뒤 시의회에 안건을 올리는 것이 순서"라며 "조만간 주민과 서울시의 의견을 종합해 시의회에 보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도시 생기면 교통지옥"=서울시와 송파구는 먼저 도로.전철 같은 교통 대책을 세우라고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송파구의회는 최근 '건교부 장관에게 드리는 건의문'에서 "송파구는 문정.장지지구 개발과 잠실 아파트 재건축으로 교통량이 현재보다 20% 이상 늘어날 전망이다. 여기에 12만 인구의 송파 신도시까지 생기면 교통량이 32%나 더 늘어나 심각한 교통 문제가 생긴다" 고 주장했다.

실제로 토지공사가 실시한 교통영향평가를 보면 신도시가 건설된 뒤 2014년 송파구 일대는 극심한 교통 정체가 예상된다.

특히 출퇴근 시간 탄천교 사거리~광평교 사거리의 평균 통행 속도는 시속 0.87㎞, 거여역 사거리~마천사거리는 1.21㎞까지 떨어질 전망이다. 차량 통행 속도가 사람 걸음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못 미쳐 최저 등급(FFF)을 받은 구간이 모두 13곳이나 된다.

송파구와 서울시는 신도시 외곽도로(15㎞), 제2양재대로(6.88㎞), 복정역~동대문운동장 구간 급행 간선철도(20㎞) 건설과 같은 교통 대책 마련을 건교부에 건의했다.

그러나 건교부는 제2양재대로만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나머지는 거부했다. 건교부는 광역 교통체계를 충실히 갖추기 위해 3조원을 투자하면 신도시 분양가가 올라간다고 난색을 표했다.

송파구의회의 박경래 송파신도시 대책위원장은 "현 정부 임기 중에는 애초 발표했던 송파 신도시 추진 일정을 맞추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렇게 신도시 추진 일정이 지연되면서 12월 19일 대통령 선거도 중요한 변수로 떠올랐다. 올해 안에 신도시 땅에 대한 보상에 들어가지 못해 당선자가 신도시 개발계획을 변경하는 게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만약 당선자가 신도시 개발 계획을 전면 재검토하면 신도시 건설 일정은 크게 미뤄지거나 전면 재조정될 수 있다.

주정완 기자, 사진=조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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