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바루기] 태풍 이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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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제11호 태풍 '나리'가 한반도를 강타하면서 많은 피해를 냈다. 강풍과 폭우로 10여 명이 사망하거나 실종되는 등 제주와 남부지방에서 큰 피해가 발생했다. 제주에서는 기상관측 이래 하루 최대 강우량을 기록했다고 한다.

이번 태풍 '나리'는 백합을 뜻하는 우리말 이름이다. 태풍의 이름을 처음으로 붙인 것은 호주의 예보관들이었다고 한다. 당시 예보관들은 자신이 싫어하는 정치인의 이름을 붙여 화풀이를 했다고 한다.

북태평양에서 발생하는 태풍은 99년까지 괌에 위치한 미국 태풍합동경보센터가 정한 이름을 사용했다. 그러나 2000년부터는 아시아태풍위원회가 아시아 각국 국민의 태풍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경계를 강화하기 위해 서양식 이름에서 아시아 지역 14개국의 고유한 이름으로 변경, 사용하고 있다.

각 국가에서 10개씩 제출한 총 140개가 국가의 알파벳 순에 따라 각 조 28개씩 5개 조로 구성되고, 1조부터 5조까지 순차적으로 사용된다. 140개를 모두 사용하고 나면 1번부터 다시 시작한다.

우리나라는 개미.나리.장미.수달.노루.제비.너구리.고니.메기.나비를, 북한은 기러기.도라지.갈매기.매미.메아리.소나무.버들.봉선화.민들레.날개를 제출했다. 남북을 포함하면 전체 1백40개의 태풍 이름 중 우리말이 20개다.

우리말 이름인 이번 태풍 '나리'는 2조에 속해 있다. '나리' 다음은 위파, 프란시스코, 레키마, 크로사다. 다음 태풍인 위파(WIPHA)는 일본 오키나와 남동쪽 해상에서 이미 발생해 북상하고 있다.

배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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