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바람새주역>3.제3섹터방식 종합무역업체 경남무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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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이달초에 문을 연 ㈜경남무역은 우리나라에선 처음 지방정부가 대주주로 참여한 제3섹터방식 종합무역업체여서 주목받고 있다.전통적으로 중앙정부의 손발 역할에 머물러 왔던 지방자치단체가 개방화.국제화시대를 맞아 홀로서기 위한 「지방경영」 으로 변신해가고 있는 대표적 변화의 현장이기 때문이다.초대사장에 취임한 金錫英 경남무역사장(49)은 『도내에서 뿐만 아니라 전국의 다른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우리의 성패를 예의주시하는 「지방경영」의시금석이 되고 있어 어깨가 무겁다』 고 말했다.
지난 6일 설립자본금 30억원으로 출범한 이 회사는 상법상의주식회사로 종합무역업및 도.소매업을 주업종으로 하고 있다.
경남무역은 경남도가 49%인 14억7천만원을 출자해 제1의 대주주이며 도내 9개시 상공회의소,경남은행등 3개 지방금융기관,在日경남도민회및 대우중공업등이 공동 참여했다.
주업무는 도내 중소기업제품의 수출대행과 농어촌특산품의 국내및해외판로 개척으로 첫해인 올해 1천만달러의 수출목표를 잡아놓고있다. 경남무역의 설립이 논의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12월 현 金爀珪지사가 부임하고서부터.
그 자신이 뉴욕에서 무역업으로 성공해 뉴욕한인경제인회장까지 지냈던 교포실업인 출신의 金지사는 취임과 함께 『경남주식회사의사장이 되겠다』며 지방행정의 일대 변혁을 시도했다.
그는 올해초 62개 도정개혁 과제중 최우선순위에 경남무역의 설립을 내세워 「자치행정의 기업경영마인드化」의 상징으로 삼았다. 『지금까지 지방행정은 중앙정부의 집행기관으로 효율성.생산성등은 큰 문제가 되지 않아왔습니다.그러나 내년의 단체장선거등으로 명실상부한 자치행정이 실현되면 스스로 벌어먹고 살아야 하는것이 최우선 과제이므로 지방행정을 지방경영 체제로 전환시키는 출발점으로 경남무역을 택한 것입니다.』 金지사는 이러한 도정방침에 따라 자신의 전공인 무역업에 눈길을 돌렸다고 했다.
경남도는 농.수.임.축산물등이 풍부하고 울산.창원등의 공업기반도 단단한 富道지만 국내산업의 수출루트가 서울.부산등 대도시에 편중돼 있어 지역의 경제활동이 국제경쟁력면에서는 중앙에 비해 뒤떨어져 있다고 판단했다.
金지사는 지역경제의 무역창구 마련 필요성에 대해 『지금까지 행정은 시설.기술지원등 생산기반의 제공에 그쳤지만 앞으로는 유통.판매등 지역경제 흐름의 전부문을 앞장서 지원해야 한다.지방행정도 기업의 감시자가 아닌 동업자로서 손익분담을 같이 하는 연결고리로 경남무역을 설립케 됐다』고 설명했다.
창원시신월동 국민연금관리공단 빌딩 93평 사무실에 문을 연 경남무역은 창업 첫날부터 1층에 따로 1백20평의 공간을 마련,상설전시관을 열었다.
개관 첫날 미국.일본에서 초청한 바이어 20여명으로부터 1백70만달러어치의 계약을 성사시킨 것을 비롯해 지금까지 중국.러시아쪽의 구매상담자들을 포함,하루평균 10여명 이상의 방문객이줄을 잇고 있다.
이 전시관에는 농산품 1백90종을 비롯,공산품.수산품.축산품.임산품등 모두 6백21개품목이 전시돼 있다.
경남무역은 현지의 건실한 교포실업인들을 무역주재원으로 지정하는 방식으로 이미 뉴욕.오사카.도쿄등에 3개의 해외영업망을 두고 있으며 무역진흥공사의 해외무역관및 농수산물유통공사의 암스테르담유통센터등을 활용하는 내용의 업무약정체결을 추 진중이다.
특히 무역진흥공사가 매년 해외에서 개최하는 각종 전시회및 박람회등에는 「경남관」을 따로 마련,지역 중소기업제품의 판로를 개척해 나갈 방침이다.
이같은 영업망을 바탕으로 경남무역은 도내 중소기업들의 소액.
소량 수출입 업무까지 성실히 대행하는 전문 무역창구 기능을 다할 뿐 아니라 주요 원자재.부자재를 비축해 적기에 공급하고 무역금융.생산자금지원및 각종 지불보증업무까지 대행할 계획이다.
농어촌 특산품의 판로개척을 위해서는 9월부터 분기별로 로스앤젤레스.뉴욕.도쿄.오사카.프랑크푸르트등의 교포가 많이 사는 지역에서 「경남 우수특산품 판매전」을 개최하고 점차 이를 상설화할 계획이다.
지역 특산품의 판로개척및 품질개선을 위해 경남무역은 도내 농수산품 가공 중소기업들로 「경남농어촌 우수특산품 수출협의회」를구성키로 하고 대상업체들을 찾고있다.
한편 지역특산품의 국내판로 확대를 위해 국내판매부를 두어 9월까지 서울.부산등지에도 경남특산품 상설판매장을 마련할 계획이다. 현재 무역부와 국내판매부를 두고있는 경남무역은 앞으로 포장개선팀을 신설,농어촌 특산품의 고부가 상품화에도 힘쓸 방침이다. 金사장은 『남해산 멸치등의 경우 그 성가에도 불구하고 포장등이 초보단계에 머물러 상품가치가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실정』이라며 『특히 전국 생산의 30%를 차지하는 경남 수산물의판로에 전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金사장은 특히 충무시를 중심한 활어수출업이 서울.부산등의 타지 대행업자들에게 맡겨져 수익성이 떨어지고 있는 점등을 감안,금년중 일본지역의 대형 구매자들을 현지로 초청해 판로를 확보하고 경남무역이 직수출하는 사업도 추진중이다.
한양대 무역학과를 졸업하고 지난해까지 21년간 무역협회의 중소기업제품 수출전담 업체인 고려무역의 수출일선에서 일해온 金사장은 경남무역의 공기업적 한계에 대한 우려에 대해서는 단호하다. 『도가 49%출자에 그친 것도 민간기업의 자율성을 최대한 살리기 위한 것인만큼 효율성을 저해할 낙하산식 인사등에 대해서는 자리를 걸고 막아낼 생각』이라는 金사장은 현재 충원된 무역부등의 수출요원 10명 모두가 5~15년씩 지역특산 품 수출에종사해온 베테랑들이라고 자랑했다.
〈鄭基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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