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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 KBS 5000회 장수 프로 '아침마당' 10년째 진행 이금희 아나운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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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유명 스타보다 옆집 처자 같은 친근함으로 인기를 끄는 그는 모교인 숙명여대 언론정보학과 겸임교수이자 박사과정 학생이기도 하다. 스스로 “일 중독에 낙천병·긍정병 환자”라며 “무개성이 내 개성, 타고난 게 없으니 더욱 노력하게 된다”고 말했다. “사람 좋아하고, 사람에게 받은 상처를 신기하게 잘 잊는다”는 그는 방송계 마당발로도 유명하다. 일반인 출연자와 눈높이를 맞추는 진행 역시 사람 잘 사귀는 ‘인화술’의 결과가 아닐까. 그가 살아가는 방법을 바이러스로 만들어 퍼트리면 세상이 훨씬 좋아질 것이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아침마당’ 진행이 벌써 10년째다.

 “매일 매일이 기억에 남고, 또 매일 매일이 기억에 남지 않는다. 가정에서 성공해야 인생에서 성공한다는 걸 깨달은 게 큰 수확이다. 나 역시 일 중독이라 가족은 늘 뒷전이었다. 프리랜서를 하기 전 11년8개월 동안 휴가는 딱 두 번 갔다. ‘국악한마당’ 등 5개 프로를 맡았던 5년6개월간은 단 하루도 쉰 적이 없었다. 요즘 가족과 최대한 많은 시간을 보내려 한다.”(다섯 자매 중 넷째 딸인 그는 어려서부터 살아온 서울 은평구 불광동에서 부모님·동생과 함께 살고 있다)

 -서민 프로를 많이 했다. 불만도 있었겠다.

 “누굴 사랑할 때 어디가 멋져서가 아니라 전체를 다, 단점까지도 사랑하지 않나. 마찬가지다. 방송이 좋고 일이 좋다. 이 프로, 저 프로 구별이 없다. 주부라면, 못나도 내 남편이 최고라며 믿고 사는 스타일이랄까.”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동료를 보면 부럽기도 했을 텐데.

 “난 참 촌스러운 사람이다. 뭘 입어도 세련되지 않고 예쁘지 않다. 화려한 프로가 안 어울린다. 그 때문에 열등감을 느낀 적도 있다. 죽어라 노력하는데, 별 노력 없이 외모로 승승장구하는 사람을 볼 때다. 하지만 그것도 재주다. 난 타고난 게 없으니,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되는 거고. 이런 얘기를 한 잡지에 썼는데, 중학교 1학년 국어 교과서에 실렸다. 제목이 ‘촌스러운 아나운서’다.”

 -세상을 상당히 긍정적으로 본다.

 “타고난 낙천병·긍정병 환자다. 뭘 먹어도 맛있고, 머리 대면 3초 안에 잠들고, 자고 나면 세상이 온통 핑크빛이고. 실연해도 먹고, 아프면 잘 먹어서 빨리 나아야지 하고 먹고. 살이 찔 수밖에. 하하. 왜 이렇게 모든 밥이 단지 모르겠다. 식욕 없어 보는 게 소원이라니까.”

 -‘퀴즈의 힘’(MBC) 때는 뚱뚱한 게 문제가 됐다.

 “그때까지 외모에 관심이 없었다. 살 찌는 것도 옷 치수가 늘어나네, 정도로 받아들였다. 처음엔 내가 진행잔데 왜 외모를 문제 삼는지 납득이 안 됐다. 방송에는 다양한 사람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하고 말이다. 하지만 곧 방송은 서비스업이고, 외모도 서비스 품목의 하나라고 생각을 바꿨다.”

 -외모를 공격한 사람이 밉지 않았나.

 “사람에게 받은 상처를 잘 잊어버리는 재주가 있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겠지 하면 상대가 절로 이해된다. 사람 좋아하는 건 타고난 성품이다. 애기 때부터 붙임성 하나는 끝내줬다. 딸 부잣집 넷째의 생존 노하우랄까.”

 -장년·노인들을 편하게 대하는 재주가 남다르다.

 “입장 바꾸기, 역지사지를 많이 한다. 일반인 출연자라면 3일 전부터 잠도 안 오고 얼마나 떨리겠나. 방송 전 ‘실수하는 게 당연하다. 우리는 실수를 잡아드리려 있는 사람이니 걱정 마라. 무슨 일이 생기면 우리가 책임진다’며 긴장을 풀어드린다. 또 내가 서민적인 동네에서 어렵게 자랐다. 집에서 봉제인형에 눈도 붙였고, 다섯 자매가 한 방에서 잤다. 처음 취직해서 방송사에 내 책상이 있다는 게 얼마나 좋았는지 모른다. 집에 보일러 논 지도 얼마 안 됐고, 프리랜서를 선언한 이후에야 경제적 여유가 생겼다. 모두 엄마 같은 분인데, 편히 대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본인 목소리에 대한 생각은.

 “성대모사가 잘 안 되는 목소리라고 한다. 개성이 없다는 뜻일 게다. 목소리도, 나란 사람도 그렇다. 그런 평범함, 무개성이 내 개성일 거다. 어려서는 누굴 닮았다는 소리를 많이 들어서 얼마나 싫었는지 모른다. ‘낮은 도’ 같은 목소리란 얘기도 들었다. 그 말 참 좋아한다. 화음 맞출 때 꼭 들어가는 기본 음이니까. 요즘은 진행이나 내레이션이나 다 세게, 튀게 하니까 편안한 소리가 되레 특별하게 여겨지는 것 같다.”

 -목표가 있다면.

 “주변에서는 프로그램 기획·제작을 해라, 이름 단 프로를 해라 권하는데 욕심 없다. 나는 진행자일 뿐이고, 어디 문패 없다고 내 집이 아닌가. 좋은 진행자란, ‘우리 엄마가 좋아하는 내 친구 같은 존재’란 얘기가 있다. 그런 진행자가 되고 싶다. 잘났든 못났든 내 남편, 내 가족이 최고라 믿고 사는 여느 사람들처럼 내 프로가 최고라 믿으며 지금 하는 프로를 잘하고 싶다. 제대로 살고 싶고, 즐겁게 일하며, 말 한마디라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게 잘 살아야겠다, 그렇게 마음을 다진다.”

 -결혼계획을 안 물을 수 없다. 최근 스캔들에 대해서도.

 “노처녀가 될 줄은 나도 몰랐다. 결혼하면 진짜 잘살 자신 있는데. 아이를 너무 좋아해 아이 낳을 수 있는 나이가 얼마 남지 않았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급해진다. 하지만 내가 누군가. 긍정병·낙천병 환자에 마음 정리 하난 끝내준다. 걱정 없다. 결혼은 반드시 언젠가 하고, 잘살 거다. 조용필 아저씨와의 스캔들은, 정말 근거 없다. 내 취향은 연하의 꽃미남이라니까. 하하.”

글=양성희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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