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古文書 6만4천여점 발굴-精文硏 경남.전남 18회 답사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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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한국정신문화연구원(精文硏)이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는 고서적및 고문서를 발굴,마이크로필름화 작업을 벌이고 있어 학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난해 8월 國學진흥을 위해 10년 계획으로 시작된 국학자료발굴작업은 현재 경남.전남지역을 집중적으로 조사,1차발굴을 끝낸 상태.
精文硏의 丁淳佑.朴丙練교수등이 이 지역을 18회 답사해 얻어낸 자료는 소지(所志.백성이 억울한 뜻을 관에 전하는 글).통문(通文.선비들의 의견을 모으기 위해 돌린 회람).等張(상소문).書院儒生案(학생명부).토지문서.노비문서등 총 6만4천여점에이른다. 특히 경남 산청군의 德川서원과 거창군의 葛川서당,우리나라 두번째 賜額書院인 藍溪서원등의 전적.고문서들이 몽땅 포함돼 있어 분류작업이 끝나면 조선시대 주민 생활사와 촌락사 연구에 크게 활기를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된다.
학계의 체계적인 연구과정을 거쳐야겠지만 이번 1차작업에서 발굴된 고서적이나 문서중에는 얼핏봐도 중요한 것들이 수두룩하다.
그 대표적인 것이 창원具氏 문중에서 나온『勝聰明』.月峰 具尙德이란 인물이 영조 1년인 1694년부터 36년동안 쓴 일기장이다.5권으로 된 이 일기장에는 쌀.고기.생선등 생활필수품 가격과 지진.기근은 물론이고 李麟佐의 亂,어사 朴文秀의 활약까지 상세히 기록돼 있다.이인좌의 난 당시 난을 평정하러 관군이 빠져나간 자리를 僧軍이 대신 지켰다는 내용도 눈에 띄는 부분이다. 南冥 曺植이 설립한 덕천서원에서 나온 고서적.고문서들은 그동안 미개척 분야로 남았던 16세기 서당연구에 결정적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당시 퇴계학파와 쌍벽을 이뤘던 남명학파의 본거지였던 이 서원에서 나온 所志에는 국가에서 場市의 세금을 거둬들일 권리까지 서원에 부여했음을 알려주는 내용이 들어 있다.
서원이 토지와 노비등을 소유하고 면세혜택을 받았다는 사실은 알려져 있으나 장시의 세금까지 거두었다는 기록은 별로 없었다.
정신문화연구원 고문서 발굴팀은 이런 민간 자료를 총체적으로 파악할 경우 지금까지 관찬으로 이뤄진 중앙중심의 역사기록에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鄭命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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