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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에건다>3.가구-소비자 마음속에 새상품 金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5면

「생각은 길게,액션은 짧게」.
(주)파란들의 개발실요원 29명은 이말을 항상 가슴에 담고 다닌다.소비자가 원하는게 뭔지 찾아내기 위해서는 몇날 며칠이고머리를 싸매고 고민하지만 일단「소비자의 가려운 곳」을 발견하고나면 이를 바로 제품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기동성 있는 이같은 파란들의 디자인 전략은 9백여업체가 난립하고 있는 국내 가구업계에 후발업체인 파란들을 이른바 패션가구의 대명사로 인식시키는데 견인차 역할을 해왔다.
가구하면 으레 나뭇결이 드러나보이는 목재가구만 떠올리던 80년대 중반 파란들은 산뜻하고 혁신적인 색채와 디자인으로 안방공략에 성공,이른바「디자인에 성공한」 업체로 꼽힌다.패션에 민감한 20~30대를 겨냥,철제에 빨강.흰색.검정.녹 색등의 색깔을 입힌 옷걸이.책장.의자.TV스탠드등 소품가구와「쌀통 겸용 전자레인지臺」가 주부들 사이에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 파란들은가정용가구업체로 발돋움하기 시작했다.
가정용가구로 철제를 꺼리던 인식을 바꿔놓는등 가구업계에 신화를 일으킨 파란들은 현재 소품.주방.혼수가구등 모두 3백50여종을 생산하는 종합가구업체로 성장했고 지난해 모두 4백40억원의 매출을 올려 가구업체 10위권진입에 성공했다.
『고급화.고품질화를 위한 소재개발과 고객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새로운 기능의 가구를 만드는데 디자인 전략의 초점을 맞추는 한편 쌀의 변형을 방지하는 항균도료 개발등 새로운 기능이 가미된 복합기능의 신제품 개발에 주력하고 있습니다.』개 발실의총지휘를 맡고 있는 黃盛燁이사의 말이다.
보루네오가구는 실험적이고 다양한 디자인으로 가구업계의 선두주자를 고수하고 있는 업체.원목의 무늬결이 그대로 살아있는 가구일색이던 지난 84년 보루네오는 국내 최초로 하이그로시라는 공법을 도입,유색가구의 길을 열었다.가구의 표면에 도료를 부은뒤자외선을 쬐여 건조시킨 하이그로시가구는 다양한 색상을 내면서도광택이 있어 혼수가구로 각광받으며 급속도로 번져나갔으며 90년대 유색가구 시대를 열었다.
또한 원룸시스템이 늘어나는등 생활패턴이 가벼워지고 자신만의 공간에 대한 욕구가 커지는데 착안한 소품 가구업체들도 작지만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의자.테이블.벽걸이 장식.장식장등 다품종소량생산업체인 까사미아.우드토픽등은 심플하면서도 고급스런 디자인으로「작지만 비싼 값」을 받고 파는 디자인가구 업체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가구업체는 해외시장 진출의 어려움과 유수의 외국업체들에 의한 국내시장 잠식이라는 二重苦를 겪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 수입된 가구는 9천9백만달러어치로 92년(7천만달러)보다 2천9백만달러나 늘어났다.반면 수출은 1억3천4백만달러로 88년 2억달러를 정점으로 해마다 감소하는 추세다. 이탈리아.유럽연합(EU)등은 대부분 원목이 자급자족되는자원보유국이란 것외에 디자인과 품질이 뛰어난 강국들로 1개당 2백만원이상의 고가품들을 앞다퉈 수출,우리 소비자를 유혹하고 있다. 모두 3만개의 가구업체가 있다는 이탈리아의 경우 연 80억달러의 가구를 수출,외환보유고를 높이는 한편 디자인 왕국의자존심을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스웨덴 또한 특유의 소재와 디자인으로 세계 가구시장에서 나름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 다.
대한 가구공업 협동조합연합회 무역과장 楊都旭씨는『산업 구조의고도화와 디자인이야말로 앞으로 우리가구업계가 살아남을 수 있는유일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세계적으로 환경보호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원목등 자재난은 더욱 가중될 것이고 내부적으로는 인건비등이 비싸 원가가 올라갈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가구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길은 디자인이 뛰어난 고품질의 가구를 만드는 것밖에 없다는 얘기다.
◇사진제공=파란들.(주)에이스침대.(주)메서드산업디자인연구소. 〈李貞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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