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화산책>3.생트 빅투아르 산-폴 세잔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5면

모네를 사로잡았던 추상실험이 화면의 자율성을 일깨웠다면 폴 세잔(Paul Cezanne.1839~1906)은 미술관의 그림처럼「영속적이고 항구적인 것」을 논리적으로 구축했다고 말할 수 있다.「형체.색채.색조를 어떻게 화면 위에 본 질적인 모습으로 구축하는가」라는 것이 세잔이 추구했던 과제였다.
먼저 형체의 본질을 깊이 생각한 끝에 세잔은 1904년 에밀베르나르에게『모든 대상은 원기둥.공.원뿔로 분해할 수 있다』고썼다.세잔은 자연을 보다 깊이 이해하기 위해 카메라의 표피적인시각이나 심지어 모네의 외눈으로 관찰한 듯한 시각을 벗어던졌다.나아가 인간의 시각에 의한 분석방법 대신 물리적이고 기하적인논리로 자연과 인간을 재해석했다.
사람을 그릴 때 머리는 공,상체는 거꾸로 세운 원뿔,팔다리는원통등 기하적 도형으로 그리는 방식은 이미 15세기 피렌체의 피에로 델라 프란체스카에 의해 논증된 바 있었다.그러나 세잔은인체를 그리는 수단으로서가 아니라 자연의 내적 차원을 단순화및시각화하는 방법으로 이 경험적 기하학을 사용했다.
그것이 형체의 논리였다면 색채에 있어 세잔은 공기와 원근조차색채로 표현되어야 한다고 믿었다.그 결과 공기를 나타내는 파란색의 파장은 땅을 표상하는 황색의 진동과 화음을 이루어 마치 대류를 일으키는 것처럼 느껴졌다.따뜻한 색이 찬 색보다 가깝게느껴진다는,이른바 한난대비를 세잔은 잘 알고 있었다.그는『그림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거리다.나는 색채로 원근감을 나타내려고 노력한다』고「작가노트」에 썼다.그리하여 그에겐 르네상스 이래,가까운 것은 크고 또렷하게,멀 리 갈수록 작고 흐릿하게 그리는 투시도법과 공기원근법 대신 색채의 지각학이 자리잡는다.
그것은 인간 중심의 화면 구성에서 논리적인 화면 구성으로 이행하는 20세기 미술의 시점을 잘 보여준다.
세잔의 세번째 과제인 색조에 관한한 모리스 드니의 물리적 관점과 동일한 접근방식을 보여준다.세잔을 경배하는 그림을 그렸던드니는「20세기 화가의 제1신조」를 발표했는데,그림은 정서와 소재가 아니라 캔버스 위에 물감의 덩어리라■ 주 장했던 것이다.세잔의 그림에서 우리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 이래 서구미술의 전통이 되었던 스푸마토(sfumato)나 키아로스쿠로(chiaroscuro)를 찾을 수 없다.스푸마토란 선이나 윤곽이 없이연기처럼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이 섞 이는 음영법을 말하고 키아로스쿠로란 빛과 그림자를 극적으로 대비시키는 명암법이다.대신 고갱의 그림에서처럼 뚜렷하게 윤곽선을 칸막이처럼 표현하는 클로아조네(cloisonne)기법이 세잔에게서 자리잡았다.
이렇게 형체.색채.색조에서 철저히 르네상스의 전통 대신 화면의 논리로 구축해 나간 세잔은 20세기 미술의 대부로 평가되기도 한다.그 말은 실제의 업적이 그 후속세대인 마티스.피카소.
칸딘스키를 기다려 완성을 보게 된다는 뜻을 담고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