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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합니다, 아직은 부끄러운 우리들의 '기부성적표'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27호 02면

아름다운재단이 지난해 발표한 한국인의 기부행태 보고서를 보고 있습니다. 전국 남녀 1000명을 설문조사해 만들었네요. 조사 항목과 그 결과를 살펴보며 저 자신을 체크해보려 합니다. 여러분도 함께 해보시죠.
 
1.‘작년 한 해에’(이하 생략) 자원봉사활동에 참여한 적이 있습니까.

-조사 대상 네 명 중 세 명은 ‘없다’고 답했네요. 부끄럽지만 저도 없었습니다.
사회복지단체나 개인(경조사비 제외)에게 기부한 적이 있습니까.
열 명 중 일곱 명은 ‘있다’고 했네요. 저도 기부한 적은 있습니다.

2.기부한 연간 금액은 얼마입니까.

-평균 10만원이네요. 저도 매달 1만원씩, 12만원을 냈으니까 평균과 비슷하네요. 그런데 한국인의 평균 경조사비 지출액은 연간 50만~60만원입니다. 저는 100만~150만원을 냈습니다. 경조사비가 사회복지 기부금의 10배나 됐네요.

3.지하철, 마트 계산대에 비치된 모금함이나 재활용 기부함에 기부한적이 있습니까.

-열 명 중 여섯 명은 없다고 했네요. 저는 딱 한 번 해봤습니다. 서울역에 있는 한 할인점 기부함에 헌 옷 몇 점을 집어넣었습니다.
자선가게·바자에서 물건을 산 적이 있습니까.
열 명 중 일곱 명은 없다고 했습니다. 꼼꼼히 생각해봤는데, 저도 지난해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제 ‘기부성적표’가 조사대상자의 평균과 거의 같네요. 여러분은? 국내 기부문화는 꾸준히 성장해왔습니다. 전체 기부금액만 보면 후진국 수준을 벗어난 것만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기업 기부에 비해 개인 기부는 초라하기 짝이 없습니다. ‘수우미양가’ 중 ‘양’ 정도라고 할까요.
기부 동기 역시 아직은 건강하지 않습니다. 설문조사에는 ‘기부를 하시는 이유는 무엇입니까’라는 항목도 들어가 있더군요. ‘동정심 때문에-가족문화 때문에-사회의 책임감 때문에-개인의 행복감 때문에’ 순으로 결과가 나왔습니다. 거꾸로 돼야 선진사회 아닐까요.
작은 기부를 하며 행복을 느끼는 가을이 됐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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