잭 웰치 부부의 성공 어드바이스 <23> 신용위기를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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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호 20면

잭 웰치(72·오른쪽)는 전설적인 경영인으로 세계 최대 기업인 제너럴 일렉트릭(GE)의 최고경영자(CEO)를 20년간 맡았다. 웰치의 아내인 수지 웰치(48·왼쪽)는 세계적 학술지인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편집장을 지냈다.

Q: 지금 벌어지고 있는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 때문에 미국 경제가 무너지는 것은 아닐까요? 이럴 때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조언을 부탁합니다. (미국 플로리다 주피터에서 자크 울쉔거)

“하늘이 무너지는 지금이 돈 벌 기회”

A: 하늘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겠지요.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 상황에 비춰볼 때 당신이 그렇게 생각한다고 해도 무리는 아닙니다. 미국 뉴센트리와 아메리칸 홈 모기지 등 주택금융회사와 소우드 캐피털 매니지먼트 등 헤지펀드가 줄줄이 파산을 선언했거나 사실상 파산 상태입니다. 초대형 사모펀드가 추진한 기업인수 작업이 중단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비즈니스 리더인 당신이 다급한 상황을 핑계로 도망가거나 몸 사리는 행동을 보인다면 그것은 옳지 않습니다. 지금이야말로 과감하게 모험을 해볼 타이밍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공격적으로 나가야 할 순간이라는 얘기지요. “얼씨구 좋다!”라고 말하십시오. 일생일대의 기회를 포착했을 때처럼.

달리 말해 이전에는 (인수가격이 너무 올라) 엄두조차 내지 못한 전략적 인수합병(M&A)을 추진해볼 만한 기회가 찾아오고 있습니다. 값이 떨어진 수많은 기업과 자산이 가득한 창고의 문이 활짝 열린 셈입니다. 모든 경제·금융 위기 때마다 이런 일은 되풀이됐습니다. 미래를 보는 눈으로 이런 자산을 적극적으로 찾아야 합니다. 눈에 띄면 배짱을 가지고 즉시 베팅하십시오.

그렇다고 현재 진행형인 서브프라임 사태를 걱정하지 말라는 얘기는 아닙니다. 우리 부부는 돈값(이자율)이 싼 시대가 저물어가고 있음을 지적해왔습니다. 개인과 기업, 금융회사, 사모펀드들에 고통스러운 순간이 찾아올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서브프라임 사태는 금융권 일각의 사건이라고 우리는 판단합니다. 경제 전체가 아마겟돈(최후의 종말)을 맞고 있다고 보는 게 아닙니다. 과거 위기와 마찬가지로 이번 사태도 짧게는 몇 달, 길게는 1~2년 진행될 것입니다. 1980년대 미국 대부조합(S&L) 사태, 95년 멕시코 사태, 97년 아시아 금융위기, 2000년 인터넷 거품붕괴 등을 잘 곱씹어 보십시오. 그 순간 모든 사람이 마치 죽을 것처럼 비명을 질렀습니다. 치명상을 입고 수많은 개인과 기업이 쓰러졌습니다. 정부가 사태 수습에 나서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결국 시장의 힘에 의해 잠잠해졌습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세계 경제의 밑바탕이 탄탄하기 때문이지요.

물론 세계 경제가 둔화하거나 침체에 빠질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세계화와 왕성한 경제활동 덕분에 세계 경제는 과거 어느 때보다 힘차게 되살아날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지금이야말로 크게 출렁이는 글로벌 시장 상황을 잘 활용할 수 있는 완벽한 기회입니다. 서브프라임 사태가 얼마나 갈지가 문제겠지만, 모험을 감행하면 엄청난 수익을 챙길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잘못되면 큰 손실을 입을 위험도 따르긴 합니다.

이미 일부 비즈니스 리더들은 베팅에 나서고 있습니다. 예를 하나 들어볼까요. 바로 미국 뱅크오브아메리카(BOA)입니다. 이 은행은 20억 달러를 들여 유동성·신뢰성 위기를 겪고 있는 미국 굴지의 모기지 회사인 컨트리와이드 파이낸셜을 과감하게 사들였습니다.

BOA는 이 모기지 회사를 사들여 평가차익을 남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모기지 시장에 뛰어들 수 있는 기회를 잡았습니다. 새로운 예금을 유치할 수도 있게 됐습니다. 전체 금융시장에서 위상을 높일 기회를 잡은 셈이기도 합니다. 경쟁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수도 있습니다. 사업 부문의 다각화라는 이점은 굳이 말할 필요도 없겠지요.

일본 금융시장이 마구 흔들린 1990년대 미국 AIG와 리플우드 홀딩스, 씨티그룹은 그 나라의 좋은 금융회사를 싼값에 사들였습니다. 오랜 기간 닫혀 있던 일본 시장에 진출하는 데에도 성공했습니다. 많은 사람이 “일본 경제는 끝났다”고 말할 때 이들 기업은 모험을 불사한 결과 나중에 엄청난 수익을 거둬들였습니다.

투자의 귀재인 워런 버핏은 미국 에너지기업인 엔론이 분식회계로 무너진 직후 이 회사의 송유관 부문을 헐값에 사들였습니다. 제너럴 일렉트릭(GE)은 엔론의 풍력발전 부문을 사들여 대체에너지 시장에 뛰어들었습니다. 모두 막대한 수익을 거둬들였습니다. 경제사를 돌이켜 보면 위험천만한 도박이 나중에 노다지로 변한 에피소드는 무수히 많습니다.

문제는 인간의 속성입니다. 다른 사람(또는 통념)을 따라 하기를 좋아하는 속성이지요. 아주 편한 전략입니다. 그래서 고독한 결정을 내리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세상 사람들과 다르게 생각하고 트렌드와 다르게 움직이기가 말처럼 쉽지 않다는 얘기입니다. 그러나 내일의 승자는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위험을 기회로 삼아 기민하게 움직이는 쪽에서 나올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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