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자회담 두 달 만에 재개 北核 불능화 합의 나오나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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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호 10면

우리 정부 당국자들은 북한의 비핵화 프로세스를 자동차에 빗대 설명하곤 한다. 복잡한 핵문제를 쉽게 알려주기 위해서다. 북한이 6자회담 2·13 합의의 초기 조치로 취한 핵 시설 폐쇄(shut down)는 주행 중인 자동차의 정지에 비유한다. 자동차 후진, 다시 말해 비핵화의 시작은 핵시설 가동 중단부터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미국의 부시 행정부가 6자회담 초기 폐쇄(동결) 단계 없이 곧바로 폐기로 가야 한다고 했을 때 이를 설득 논리로 쓰기도 했다. 부시 행정부는 북한의 핵 동결과 경수로 제공을 축으로 하는 클린턴 행정부의 제네바 합의(1994년)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였다. 우리 측에 동결(freeze)의 ‘f’자도 꺼내지 말라는 태도였다. 부시 행정부가 폐쇄 단계를 인정한 것은 대북정책 전환의 산물이다.

2·13 합의상 2단계 조치인 핵 시설 불능화(disablement)는 자동차가 운행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으로 설명한다. 키의 구멍을 막거나 전선을 자르는 것 등에 견준다. 복구는 가능하지만 시간과 돈이 들 수밖에 없다. 북한의 핵시설에 적용하면 어떠할까. 5㎿e원자로의 경우 가동에 필요한 각종 지원 시설과 구동장치의 전선을 자르는 것 등이라고 한다. 원자로 안에 콘크리트를 넣거나 원자로를 부수는 것이 아니다. 이것은 차를 찌그러뜨리는 폐차, 즉 핵 폐기(dismantlement) 단계에서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불능화의 다른 대상인 방사화학실험실(핵 재처리시설)이나 핵연료봉 가공공장도 마찬가지다.

북한은 불능화를 어떻게 보나. 김계관 외무성 부상은 “황소를 거세(去勢)하는 것과 같다”고 했다고 한다. 황소는 죽지 않지만 제구실을 못한다는 비유다. 역시 절묘하다. 불능화를 자동차와 황소에 견줘 설명하는 데서는 남북간 생활 환경의 차이가 묻어난다.

이번 주 6자회담이 베이징에서 재개된다. 두 달 만이다. 최대 초점은 북한 핵시설의 불능화와 모든 핵 프로그램 신고에 관한 로드맵이 나올지다. 분위기는 낙관적이다. 이미 북·미가 제네바에서 깊숙이 협의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북핵 문제가 새 분수령을 맞는 셈이다. 불능화 일정이 합의되면 남북 정상회담에 임하는 노무현 대통령의 북핵 부담은 많이 줄 것이다.

▶지난 주

11일 미·중·러 핵 전문가 대표단, 북한 핵시설 불능화 방안 협의차 방북
12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사의 표명
12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총리에 빅토르 주프코프 지명
 
▶이번 주

17일 데이비드 페트레이어스 이라크 주둔 미군 사령관,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에 이라크 상황 브리핑
17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 주세 소크라테스 포르투갈 총리(유럽연합 의장)와 회담
18일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 마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대통령과 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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