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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청탁 들어주고 신씨 그림 사게 했다면 "제3자 뇌물수수죄 적용 가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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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변양균 전 실장의 소환이 임박했다. 보도진이 13일 서울서부지검 입구에서 변 전 실장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김형수 기자]

신정아(35.여)씨의 학력위조 사건이 '그림 로비' 의혹으로 확산되고 있다. 신씨가 짧은 기간에 미술계의 '스타'로 성장한 배경에는 정부와 기업들의 집중적인 후원과 미술품 구입이 한몫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그 배경에는 신씨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어온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영향력이 있다고 보고 있다. 수사가 확대되면서 정부 부처의 부적절한 예산 집행 실태나 또 다른 청탁이 밝혀질 가능성도 있다.

◆그림.후원 로비에 수사력=서울 서부지검은 이틀째 정부 부처 미술품 구매 담당자를 불러 조사했다. 각 부처의 그림 구매 내역 자료도 확보해 분석 중이다. 특히 변 전 실장이 근무했던 기획예산처는 신씨를 통해 장관실 미술품을 대폭 교체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부지검 구본민 차장검사는 13일 "신씨를 통해 미술품을 교체하는 데 변 전 실장이 개입했는지를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 차장검사는 "100만원짜리를 1000만원 주고 샀다든지 하는 구체적인 부분을 확인한 뒤 처벌 여부를 판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술품의 경우 일부 유명 작가의 작품을 제외하면 가격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하기 힘들다. 검찰은 각 부처가 신씨가 중개한 미술품을 사들이면서 터무니없이 비싼 금액을 지급했는지를 집중 조사하고 있다. 구 차장검사는 "조사 대상 정부기관에 청와대도 포함됐느냐"는 질문에 적극적으로 부인하지 않았다.

신씨가 근무하던 성곡미술관이 기업들로부터 이례적으로 많은 후원을 끌어들인 과정도 수사 중이다. 해당 기업들은 변 전 실장에게 잘 보이고자 신씨가 기획한 미술전에 후원을 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검찰은 변 전 실장에 대해 '제3자 뇌물수수 혐의'를 적용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 이 혐의가 성립하려면 부당한 청탁이 있어야 한다. 검찰은 각 기업이 후원의 조건으로 청탁을 했는지를 밝히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압수영장 기각, 벽에 부닥친 수사=신씨와 변 전 실장이 주고받은 e-메일을 복구되면서 급물살을 타던 검찰 수사가 갑자기 주춤하기 시작했다. 11일 변 전 실장의 자택과 거주지, e-메일 계정에 대해 신청한 압수수색 영장이 기각됐기 때문이다. 영장을 기각한 서울 서부지법 허명욱 판사는 "직권남용 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고 사생활 침해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검찰 관계자는 13일 "압수수색이라는 것은 밀행성이 생명인데 기각되면서 노출되고 상대방에게 증거를 인멸할 수 있는 기회를 준 꼴이 됐다"며 "지금 재청구를 하더라도 과연 우리가 바라는 자료를 확보할 수 있을지 실효성에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여러 관련자와 변 전 실장이 주고받은 e-메일 분석을 통해 신씨가 동국대 교수 임용과 광주비엔날레 감독으로 선임되는 과정에 개입했는지를 확인하려던 계획에 차질이 생겼기 때문이다. 검찰은 당초 압수물 분석을 통해 물증을 확보한 뒤 변 전 실장을 이르면 이날 소환해 추궁할 계획이었으나 '압수수색 이후'라는 조건을 붙이면서까지 소환을 무기한 연기했다. 구 차장검사는 "핵심 참고인들을 소환해 조사를 벌이고 있지만, 모두 사실만 말하는 것은 아니다"며 압수수색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검찰은 조만간 압수수색 영장을 재청구할 방침이다.

박성우.권호 기자 <gnomon@joongang.co.kr>
사진=김형수 기자 <kimhs@joongang.co.kr>

◆허명욱(45) 판사=1985년 연세대 행정학과를 나와 사시(96년.38회)에 합격했다. 올 2월부터 서부지법 형사6단독 판사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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