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여성>파견 사무직-전문직 보람속 불평등엔 설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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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은행.보험등 금융기관과 백화점등 유통업체에 취업한 여성 파견근로자수가 늘고 있다.카드회사의 CMS(Call Management System)부서에서 전화상담하고 있는 모습(右)과 백화점 식품매장에서 상품안내를 하고 있는 여성 파견근로 자의 모습. 모방송국에서 3년넘게 컴퓨터 그래픽 업무만을 맡아왔던 金모양(25)은 또래 친구들에겐 선망의 대상인 방송국 근무를 그만둘 작정이다.89년 상고를 졸업하고 전산학원을 다니며 취업준비를 하다가 인력 파견업체를 통해 취업했던 金양이 그 만두겠다는 이유는 뭘까.
『보너스 없이 현재 월 50여만원을 받습니다.정규직 동료직원과 월급에서 차이가 많이 나요.그리고 열심히 일해도 제가슴에 달려 있는 출입증(또는 방문증)이 사원증으로 바뀔수 없다는걸 알고는 회사를 나가고 싶지않은 심정입니다.』 노동부와 파견업계에 따르면 金양처럼 파견업체와는 근로계약에 의한 고용관계,사용업체와는 지휘감독관계라는「2중구조」에 놓인 사무직 파견여성근로자의 수는 3만6천명 정도로 25세 미만의 고졸출신이 대부분이다.이는 15만명으로 추산되는 전체 파견근로자중 사무직이 그중3분의1이고,또 여성은 그중 80%의 비율이라고 한다.
사무직 여성근로자의 파견업무는 서류정리(파일링),사무기기조작,비서,경리,전화교환.상담등 단순 업무에서부터 최근에는 CAD(컴퓨터를 이용한 디자인)등 컴퓨터설계,컴퓨터 프로그래머,이벤트 행사요원,대기업내 OA(사무자동화)강사에 이르 기까지 확대및 전문화추세에 있다.
이는 기업들이 사무자동화추세에 따라 인력관리비용 절감,유연한고용조정을 이유로 정규직을 채용하는 대신 특정 업무분야에 비정규 근로자를 활용하려는 인력정책에서 비롯한다.한국 인재파견업협의회에 따르면 전국의 사무직관련 파견회사는 70 여개.일반 생산직을 합하면 1백50여개로 추산된다고 한다.그러나 사무직 파견근로자는 청소.경비용역 근로자와는 달리 관련법이 없어 현행 노동관계법의 보호를 받을수 없는 상황이다.
『작년 여름 전화상담업무를 맡고 있던 파견직 여직원 10명이처우개선을 요구,집단으로 유니폼을 안입은 적이 있었습니다.그결과 전원이 파견회사로의「복귀」였습니다.파견직근로자에 대한 해고지요.』 Y카드 관리직에서 2년동안 파견근무를 해온 權모양(23)의 얘기다.
서강대 南盛日교수(경제학)는 작년10월 발표한 인력파견연구에서 사무.영업직과 전문직의 경우 1년미만의 근무기간이 절반을 넘고 있다고 밝혀 파견 여성근로자의 고용상 불안정성을 드러냈다.B증권회사에서 고객상담역을 맡고 있는 金모양(22)의 월급 명세서를 보자.
파견업체로부터 지급되는 월급은 60만원(기본급.업무수당),퇴직시 金양이 받게될 적립금은 월27만여원씩이다.그러나 실제로 B증권회사가 金 양의 고용과 관련해 매달 파견회사에 지급하는 액수는 1백10만원.그중 金양의 월 급여액과 적립금을 제외한 나머지 21만여원은 파견회사의 관리비(의보.산재분담금.행정관리비.교육비)로 사용된다.
같은 일을 하고 있는 정규직원과의 차이는 상여금에서 두드러진다.상여율은 4백%로 같지만 상여금기준이 金양의 경우 기본급이므로 金양은 동료사원에 비해 20~30%가까이 봉급수준이 낮다.또한 호봉승급도 기대할 수 없다.
이러한 파견근로자들의 권익보호를 위해 93년 8월 입법예고된근로자 파견법 도입을 놓고 노동단체들은 파견직 증대는 당사자들은 물론 정규직근로자의 고용조건까지 악화시킬 수 있다는 이유를들어 적극적인 반대의사를 밝히고 있다.따라서 관련법의 입법은 요원해 이들의 고민이 풀릴 가능성은 당분간 보이지 않고 있다.
가까운 일본은 86년 파견근로법이 제정되었고,미국은 20년대부터 파견근로가 일반화해 전체 노동시장인력의 1%를 차지하고 있다. 〈康弘俊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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