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대학가면 헤어지는 '대입 이혼' 한인사회서 급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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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인생을 찾아서….

다이아몬드바에 살고 있는 김모(47.여)씨는 최근 20년이상 함께 산 남편과 헤어졌다. 그녀는 3년전 남편의 외도사실을 알아챘을 당시 곧바로 갈라서려했으나 사춘기의 외딸에게 충격을 주기 싫어 남편과의 동의하에 이혼을 미뤘다. 그동안 '각 방'을 쓰며 별거아닌 별거생활을 하던 두 사람은 지난달 딸이 대학에 진학하면서 뉴욕 기숙사로 떠나자 이혼도장을 찍었다.

최근 남가주 한인사회에 60대의 황혼이혼에 이어 40~50대의 '대입이혼'이 늘어나는 신풍속도가 형성되고 있다.

'대입이혼'은 특시 사춘기의 자녀들에게 악영향을 줄까 이혼을 미뤄온 부부가 자녀의 대학 입학과 동시에 갈라서는 것.

한인가정상담소(소장 피터 장)에 따르면 이혼 상담자 중 40~50대가 차지하는 비율이 꾸준한 증가추세를 보여 2002년 한해 이혼관련 상담건수 중 20% 정도였으나 올해 들어서는 40%로 무려 2배가 증가했다.

피터 장 소장은 "40~50대 이혼 상담자 대부분은 자녀를 대학에 입학시킨 중년 부부들"이라며 "이는 얼마전 자녀가 결혼한 뒤 부모가 갈라서는 황혼이혼과는 또다른 세태"라고 말했다.

'대입이혼'의 주된 이유는 근래들어 이혼에 대한 부도덕하다는 사회 관념이 자연스런 현상으로 전환되고 있는데다 자녀부양 책임감에서의 조기 해방 경제적인 측면 등을 고려한 때문으로 분석된다.

즉 이들 대부분이 '최소한 대학 입학까지는 뒷바라지 했으니 됐다'는 자녀 양육 부담에서 하루속히 벗어나고 싶어하는 심리와 '조금이라도 능력이 있을 때 빨리 갈라서고 싶다'는 경제적 이유가 맞물리기 때문으로 상담 전문가들은 보고있다.

특히 가정폭력에 시달렸던 가족의 경우 자녀가 대학입학이나 결혼 뒤 부모에게 오히려 이혼을 권유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는게 전문가들의 전언.

지난 2월 '대입이혼'을 결정한 강 모씨(54.여)는 "예전에는 경제적인 이유로 이혼을 망설였지만 이젠 싱글여성에게도 일할 수 있는 기회가 많다"며 여성 경제력의 독립을 그 이유중 하나로 꼽았다.

한편 가정상담소의 올해 상반기 통계에 따르면 이혼.별거에 관한 문의는 205건(1.4분기)에서 246건(2.4분기)으로 증가했다.

[미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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