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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세계를본다>戰時상황 달러 防禦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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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걸프전쟁때의 미국 합참의장 콜린 파월은 용병술과 관련,묵직한어록 하나를 남겼다.『전쟁을 빨리 끝내려면 초장에 압도적인 군사력을 투입하라』였다.미국 달러貨의 느닷없는 급락을 막기위해 4일 세계 주요 16개국 중앙은행등이 연합대작전 을 펼쳤다.
엔화와 마르크화를 내다팔고 하나같이 달러를 사들인 것이다.하루 매입량은 30억~50억달러,걸프전쟁이후 처음있는 결속의 과시였다. 달러는 지난 금요일(29일)100.65엔,마르크에 대해 1.644까지 떨어졌다.당황한 미국 연방준비은행(FRB)이8개월만에 개입했다.월요일(2일)세계최대 외환시장인 런던은 마침 노동절 휴일이었다.다음날인 3일 달러화는 혼미속에 다시 하락기미를 보이기 시작했다.미국 단독개입으로는 勢부족이었다.3일밤과 4일 오전 워싱턴과 유럽.동경을 잇는 핫라인에 불이 붙었다.「敵」은 시장의 큰손 투기꾼들이었다.「개입할 바에는 대량으로,단번에 敵을 압도해야한다」는 파월의 전 략이 동원됐다.
달러의 급락은 교과서 이론과는 정반대현상이었다.미국의 금리는지난 석달새에 세차례나 올랐다.독일의 금리는 도리어 하락세고 경제성장 역시 미국이 가장 활발하다.
미국의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으면 외화자산을 달러로 보유하는 것이 유리하다.따라서 갖고있는 엔화나 마르크를 팔고 달러를 사들이게되고 이런 수요증가로 달러값은 오르게 된다.그럼에도 달러는 도리어 떨어졌다.
「기대심리」때문이다.현실 경제상황보다는 그 현실을 거래자들이어떻게 느끼고 있느냐는「感」이 시장의 향방을 더 좌우한다.『미국의 금리상승은 상한이 멀지 않았다.일본의 취약한 새정부로 미루어 美日간 무역불균형시정은 당분간 기대하기 어렵 게 됐다.일본의 흑자축소를 위해 미국정부는 달러화약세로 은근히 엔高를 계속 획책해 나갈 것이므로 엔화를 보유해 두는 것이 더 이득이다…』-시장의「感」은 항상 현실을 앞서간다.
달러하락으로 마르크와 엔이 강세가 될 경우 불황속에서 허덕이는 독일과 일본등 여타국들은 더욱 입장이 어려워진다.특히 달러당 1백엔은「심리적 마지노선」「한 단의 추가적인 볏짚이 낙타를쓰러뜨리는 치명성」을 안고있다.하룻밤새 16개국 의 연합전선 규합도 이런 다급한 사정때문이다.
달러의 급락은「금리를 성급하게 올린」FRB,또 클린턴의 경제무역정책과 그 리더십에 대한 세계市場의「불신임」이라는 해석도 뒤따른다.외환시장을 교란하는 소위「투기적 공격」(Speculative Attack)은 컴퓨터와 하이테크로 무 장된 고도의 전자게릴라전법이다.사막에 노출된 사담 후세인 군대와는 차원이 다르다는데 통화당국들의 고민이 있다.
〈本紙객원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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