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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살집」 인식만이 해결 열쇠(아파트부실 막을길 없나: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1면

◎정부가 감리지정 「대충주의」 추방/가격 현실화로 품질 향상 유도를
아파트 부실공사,막을 방법은 무엇인가.
중앙일보는 「아파트부실 막을길 없나」 시리즈를 마치면서 그 대책을 찾아보기 위해 건설부 조우현 주택국장,현대건설 김희선상무와 부실공사 파동을 겪고 있는 평촌신도시 부영 2차아파트 부녀회장 이일순씨등 3자 좌담을 마련했다. 6일 오후 본사 편집국에서 열린 좌담에서 당국·업체·입주자 등 당사자 세 사람은 각자 입장에서 여러 의견을 내놓았다.<편집자주>
▲이 부녀회장=중앙일보에도 최근 보도됐지만 내집마련의 꿈을 안고 아파트에 입주한 직후 누수·균열 등 수많은 하자를 발견하고는 어떻게 준공검사가 났는지 의아스럽더군요.(부실현장이 찍힌 사진을 내놓으며) 이웃집에선 설거지도중 싱크대가 내려앉아 주부가 머리와 턱을 다치기도 했어요.
▲조 국장=시공회사나 시에서는 어떤 반응이었습니까.
▲이 회장=참다못해 하자접수를 했지만 담당 공무원이 무덤덤한 반응이었습니다. 1천7백10가구중 15평형 7백여가구 전체가 난방으로 고생했고 옥상누수로 지난해 옥상층 입주자들은 곰팡이에 지칠대로 지쳐 있습니다.
▲김 상무=업체에 몸담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대신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려야 할 정도로 심한 것 같습니다. 그 같은 부실은 먼저 건설업체가 너무 난립한게 한 원인이라 생각합니다.
또 기능공 구인난과 자재난으로 저질노동인력이 투입되고 철근·콘크리트 부족으로 레미콘업체가 강사 대신 해사(바닷모래)를 이용,부실은 이미 예정됐었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조 국장=부녀회장님의 아파트는 어떤 의미에선 특수한 경우라 봅니다. 기존에 건설된 아파트 2백57만여가구에 대해 최근 일제점검한 결과 특별관리 대상은 전체의 1%인 2만8천여가구이고 이중 2천1백여가구는 위험 판단으로 철거지시가 내려졌습니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신규 아파트는 골조·천장 등 구조체 문제보다 마감부문 하자가 대부분이고 마감 관리가 제도 미비와 감시인력 부족으로 미흡한 것이 사실입니다.
▲이 회장=입주민 입장에서 볼때 무엇보다 큰 원인은 건설업자들의 양심문제라고 생각해요. 「내가 살집」이라고 생각한다면 어떻게 그렇게 허술하게 지을수 있겠습니까.
▲김 상무=이제 우리 업계에서도 부실시공 추방에 적극 나서고 있습니다. 저희 회사의 경우 4월부터 하자보수 24시간 접수를 위한 고객서비스센터를 만들었고 사전에 하자발생요인을 제거하기 위해 문제를 찾아내는 사전점검제도를 도입해 앞으로의 공사에 적용할 계획입니다.
▲조 국장=부녀회장님은 물론 흔히 국민들이 정부의 관리감독 허술과 감리부실을 지적하는데 솔직히 말씀드리면 정부의 감리부분이 허술했기 때문에 부실시공의 여지를 높여주었다고 봅니다. 이같은 폐단을 없애기 위해 최근 감리비를 우선적으로 현실화하는 한편 감리강화를 위해 설계자와는 별도로 감리자를 지정할 계획입니다.
▲이 부녀회장=부실시공을 사전에 막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만 입주자 입장에선 하자보수도 큰 문제입니다. 저의 아파트의 경우도 개별적으로 하자보수 신청을 하고 아무리 보수를 요구해도 소용없었습니다. 난방계량기는 세번이나 얘기했지요. 안양시와 건설부에도 몇차례 찾아갔지만 해결해주지 못했어요.
▲김 상무=앞서도 말씀드렸지만 부실시공이나 하자보수를 위해 고객서비스센터를 발족하고 무한서비스체제에 들어갔습니다.
또 협력업체가 책임시공하도록 하자요인을 체계적으로 분석해 부실시공 예방에 활용하고 발주단계·가공·제작·품질관리 등은 물론 협력업체의 부품제작 현장까지 전공정에서 자체 감독을 강화해 나갈 것입니다.
▲김 상무=선진국에서도 전문 하도급업체를 이용하고 있고 건설업체에서 예컨대 미장공만 2만여명을 고용할순 없기 때문에 하도급을 통해 건설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회사에서는 매년 등급을 매겨 부실업체는 자연도태시키고 경쟁을 유도합니다.
▲이 부녀회장=부실아파트를 없애기 위해서는 업자들은 적자 운운하며 이윤만 추구하지 말고 진짜 「내가 살집」을 짓는다는 생각으로 책임시공해야 하고 당국은 관리·감독을 철저히 해야 합니다.
입주자들에게는 최소한 50년은 마음놓고 살 수 있는 아파트가 절실합니다.
▲김 상무=업계도 반성해야겠지만 업계입장에서 부실시공을 없애기 위해 무엇보다 정부가 표준건축비를 현실화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최소한 노임단가·자재가 상승 등 기본물가인상 요인을 반영하고 최소한의 이윤을 보장해주어야 양질의 아파트를 지을수 있습니다.
▲조 국장=두분께서 좋은 말씀을 해주셨는데 정부입장에서는 앞으로 시장·군수가 감리를 지정하고 공사중지권도 갖도록해 대충대충 짓는 부실시공 원인을 제거하도록 유도할 방침입니다.
신규 아파트 하자의 경우도 철근·기둥 등 내력구조부 하자에 대해서는 현행 3년에서 5년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을 강화했습니다.
또 아파트 단지에 공사기록 표지판을 세워 경쟁을 유발하고 영업제한제도 계속 운영해 하자가 나면 벌점제를 통해 업체에 융자·주택자금 중단 등 불이익을 주도록 할 계획입니다. 이와함께 시장·군수가 연2회 안전점검·특별관리를 실시할 수 있도록 법개정을 서둘러 하반기부터 실시하고 하자보증제를 정착시켜 하자발생업체에 대해선 보증료를 인상해 경쟁체제를 만들어 나갈 방침입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적당주의를 없애 책임시공을 하는 것입니다.<정리=홍병기·김동호기자>
□좌담회 참석자
▲조우현 건설부 주택국장
▲김희선 현대건설 상무
▲이일순 평촌신도시 부영 2차아파트 부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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