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대상 고상현군집 가정교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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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요즘 아이들에 대해 어른들은 걱정이 많다.저만 알고 남을 배려할줄 모르며 어려운 것을 참아내지 못하고 버릇도 없고….그러나 올해 서울시 어린이대상을 받은 홍대부국 6학년 高相鉉군(12)을 보면 우리 모든 어린이들이 그런「응석받이」 만은 아니며「자식은 부모 가르치기 나름」임을 깨닫게 된다.
상현이는 7대독자 외동아들이다.그의 하루는 오전6시40분 증조할머니의 얼굴을 물수건으로 닦아드리는 일에서부터 시작된다.
올해 아흔여섯,거동이 불편해 누워계시지만 아직 말씀은 자유로우신 증조할머니가『어이구 시원해』하고 기특해하시면 상현이는 신이난다. 오전7시20분 아침식사 시간,증조할머니.할머니(72).아버지.어머니가 모두 둘러앉아 식사를 시작하면 증조할머니 곁에 붙어서 밥을 떠 먹여드리는 것도 상현이의 몫이다.
노환이 심해 거동을 잘못하시는 할머니의 용변기저귀를 어머니와함께 갈아드리는 일까지 상현이에겐 자연스러운 일과다.
『엄마,아빠가 할머니에게 하시는 걸 보고 자연히 따라하는 것뿐인데요.』상현이의 말.
아버지 高建一씨(50.제조업)와 어머니 宋秉姬씨(42)는 이같은 집안분위기를『전혀 특별할게 없는 당연한것』이라며『단지 요즘 사람들이 잊고 지내왔던 것일 뿐』이라고 말한다.
「아이는 부모를 보고 배운다」는 평범한 진리를 꾸준히 실천해왔을 뿐이라는게 高씨부부의 말이다.
열살때 아버지를 여의고 할머니.어머니와 살았던 高씨가 그 평범한,그러나 다른 사람들이 못하는 진리를 실천하게 된 것은 총각시절 한 친구가 다른사람에게『애비없는 자식』이라는 욕을 하는것을 듣고였다.
『그런 소릴 듣지 않기위해서라도 결혼하면 가정교육만큼은 철저히 시키자고 다짐했죠.』 부인 宋씨도『우리는 효를 실천해나가자』는 남편의 말에 흔쾌히 따랐다.
高씨 부부는 상현이가 아장아장 걷기 시작할때부터 손을 잡고 함께 아침.저녁으로 어른들께 문안인사를 올리는「교육」을 시작했다. 할머니를 부축해 식탁으로 모신뒤에야 항상 식사가 시작됐다. 지방출장때도 高씨는 현지에 도착해서,잠자리에 들기전에,서울로 출발할때등 수시로 전화를 걸어 연로한 할머니.어머니의 안부를 살핀다.
증조할머니가 노환으로 거동이 불편해진 뒤로는 세가족만의 여행은 일절 중단됐고 외식도 삼간다.
『두분(어머니와 할머니)이 함께 못가시는데 우리끼리만 즐기는게 죄송하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高씨는 아버지로서 모범을 보이기 위해 상현이가 철이 들면서 즐기던 담배를 5년전 끊었고 술자리 횟수도 줄였다.
『살다보면 마찰이 없을리가 있겠어요.하지만 한번 참고 넘어가면 다 풀리게 돼요.그게 가족이죠.』부인 宋씨의 말이다.
『제가 할머니 다리를 주무르는 걸 곁에서 지켜보던 상현이가 어느날「엄마,내가 한번 해볼까」라고 하길래 그렇게 하라고 했지요.그후론 학교에서 돌아오면 으레 할머니 팔다리 주무르는 일을거르지 않더군요.』 상현이는 5학년 때인 지난해 11월「전통예절」시간에 강사로 초빙돼 6학년 형들에게 한복입는 법,절하는 법,제삿상 차리는 법등을 가르치기도 했다.
『제사 지내는 방법을 모르는 형들이 많더라고요.그래서 아버지에게 배운 제사지내는 예절을 알려줬어요.』 4대가 모여 살면서도 서로 화목하고 사랑과 효가 넘치는 상현이네 가정은 특별한 예이기는 하지만 우리가 잊고지내는 우리 전통일 따름이다.
〈李相列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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