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진공항 비행기 언제 뜨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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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진공항 공사가 중단되면서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청사 앞 보도블록 사이로 풀이 길게 자라나 있다. [사진=프리랜서 배태철]

10일 오후 울진군 기성면 봉산리 울진공항 공사 현장. 철조망이 쳐진 블록담장 옆 도로를 따라가자 2층짜리 공항청사가 나타났다. 청사엔 ‘유리조심’이란 글자가 보이고 먼지가 뽀얗게 앉아 있다. 건물 안은 책상·의자 등 집기 하나 없이 텅 비어 있었다. 주변은 임시 설치한 방범등이 전부다.

청사를 가운데 두고 좌우로 컨테이너 2~3개가 놓여 있다. 공항건설을 맡은 한라·대우건설의 현장 사무실이다. 대우건설 경비반장 최현종(63)씨는 “공사 중단 뒤 별로 할 일이 없어 가끔 바둑이나 둔다”고 말했다. 울진공항이 공정 85%(공사비 기준)에 1114억 원(7월말 기준)을 쏟아붓고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개항하더라도 승객이 없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완공이 미뤄지고 있는 것이다.

◆방치된 공사 현장=청사 앞 주차장은 황량했다. 조경수 대부분이 말라 죽거나 죽어가고 있다. 또 주차장 잔디밭과 청사 앞 인도에도 잡초가 삐죽삐죽 머리를 내밀고 있다. 소방차고 안쪽으로 보이는 활주로 주변도 잡초가 무성해 활주로가 보이지 않는다. 한라건설 홍성용(40)씨는 “공사 중단 뒤 현장 유지·관리 인력만 배치돼 있는 데다 예산이 없어 제초작업을 하지 않은 때문”이라고 말했다.

울진공항은 2000년 12월 착공 뒤 2004년 말부터 터미널 등 건축공사가, 2005년 말부터 활주로·외곽도로 등 토목공사가 중단되면서 생긴 현상이다. 건설교통부는 승객이 없을 것으로 예상해 당초 2003년이던 완공 계획을 계속 미루고 있다.

울진군 관계자는 “항행 안전시설, 레이더 송신소 신축 등 170억 공사만 남겨 두고 있지만 건교부가 개항 때 적자가 난다며 나머지 예산 확보에 난색을 표한다”고 전했다. 개항이 늦어지자 주민들도 불만이다. 공항 인근 봉산리 권명달(50)씨는 “주민이 기대한 공항 주변 개발이나 상권 활성화 등이 이뤄지지 않아 불만이 많다”며 조기 개항을 요구했다.

◆완공 기약 없는 애물단지=문제는 네 차례 완공 연기에도 내년 완공과 개항이 어렵다는 점. 항공 수요(탑승객)가 없기 때문이다. 건교부는 울진공항의 2010년도 항공 수요를 연간 10만 명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는 취항에 필요한 최소 20만 명의 절반에 지나지 않는다. 20만 명은 150인승 기준 하루 두 편 취항에 필요한 인원이다. 대한·아시아나 항공이 건교부의 설득에도 적자를 이유로 취항을 꺼리는 이유다. 건교부도 공항 운영에 필요한 공항공사 직원 20~25명을 배치하면 연간 20억 원의 적자가 생길 것을 우려하고 있다.

건교부 관계자는 “승객 확보 등 특별한 여건 조성이 안되면 내년 완공도 어려워 2009년 이후 상황을 지켜보고 개항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설명했다. 준공이 2009~2010년으로 다시 미뤄질 수 있다는 뜻이다. 이 관계자는 “99년 50만 명으로 항공수요를 잘못 예측하면서 이런 일이 빚어졌다”고 지적했다. 항공 수요를 고속도로 등에 빼앗길 것을 예견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승객을 확보하라”=울진군은 지역 정치권을 통해 건교부에 조기 개항을 요구하고 있다. 또 대한·아시아나 항공에 탑승률(울진→서울 기준)이 70% 미만 일 때 적자의 70%를 보전하고 항공사가 30%를 떠안는 방안을 제시하며 취항을 설득 중이다.

울진군의 조기 개항 요구는 지역 발전에 대한 간절한 희망 때문이다. 울진군은 동서울터미널에서 4시간, 대구에서 2시간30분 걸리는 교통의 오지로 남아 있다. 인구는 갈수록 줄어 5만6000명에 지나지 않으며, 재정자립도는 공무원 640명의 인건비를 겨우 충당하는 20% 수준이다.

울진군청 주용중(47)씨는 “비행기라도 다녀야 관광객이 늘고 지역 개발이 활기를 띠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울진군은 이에 따라 관광객 유치에 의한 항공수요 창출에 나서고 있다. 친환경농산물 및 여름해변 축제, 송이·은어축제 등 다양한 이벤트를 열고 여행객 유치 관광회사에 인센티브 제공 등을 추진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1조 원을 투입해 올해부터 2020년까지 국제적 해양관광 거점을 구축하는 ‘U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경북해양과학연구단지, 골프장 및 리조트, 해양수산전시관, 관광형 바다목장, 요트계류장 설치사업 등을 통해 인구 유입과 관광객 유치를 한꺼번에 노리는 것이다.

황선윤 기자
사진=프리랜서 배태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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