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의 첫째 자질은 책임감 남이 못하면 내가 할 수밖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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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최대의 맥주회사인 칭다오(靑島) 맥주의 옌쉬(43.여.사진)부사장은 지난해 60개국에 80억 병의 맥주를 판 중국의 대표적인 여성기업인이다. 그는 노동자의 둘째 딸로 태어나 한때는 중국의 수영 국가대표였다. 대학 시절 미국 자동차 회사인 크라이슬러사를 회생시킨 아이아코카의 자서전을 읽고 경영학 공부를 시작했다. 지금은 칭다오 맥주 영업.판매 부문 최고 사령탑이다. 사내에 그보다 높은 여성은 없다. 그는 자신을 성공시킨 리더십으로 '책임감'과 '현장을 누비는 솔선수범'을 꼽았다. 12~14일 서울에서 열리는 '세계여성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10일 한국에 온 그의 도전과 성공담을 들어봤다.

-어떤 성과를 냈나.

"1999년 칭다오 맥주에 스카우트됐다. 당시 회사는 3500만 위안의 적자를 내고 있었다. 이듬해 7500만 위안의 흑자회사로 만들었다. 지난해엔 4억 위안의 순이익을 냈다. 그 공으로 지난해 중국 언론이 정한 '10대 중국 여성기업인'으로 선정됐다."

-비결이 있을 것 같다.

"현장을 샅샅이 훑는 솔선수범 리더십 덕분이다. 입사 이후 광둥.후난성 등 남부 지역 6개 성, 464개 현을 다 돌았다. 소비자의 입맛을 따라잡는 데 현장만큼 좋은 교과서가 없다. '작은 강이 넘쳐야 큰 강이 넘칠 수 있다'는 나의 경영이념을 상인들에게 전파하는 기회로도 활용한다."

-요즘도 현장 경영을 계속하나.

"차에서 먹고 자는 강행군을 멈추지 않고 있다. 지난해에도 사흘에 이틀은 해외나 지방으로 출장을 다녔다. 한번 나서면 하루에 1000㎞ 정도 달린다. 칭다오 맥주로 오기 전 11년간 근무했던 주장(珠江)맥주그룹에서도 똑같은 현장 경영으로 매출액을 5~6배 올렸다."

- 힘에 부치지는 않나.

"열두 살에 시작해 8년 동안 수영 국가대표 선수였다. 체력에는 자신 있다."

- 중국 최고의 '술 장사'라 할 수 있는데 주량은.

"한 방울도 마시지 않는다. 술을 다루면서 술에 취하면 일을 그르칠 것 같아서다."

-수영선수에서 경영자가 된 계기가 있을 것 같다.

"선수 생활을 접고 대학에 다닐 때 아이아코카 자서전에서 읽은 '젊은이여 도전을 하라. 도전하고 싶으면 기업가가 돼라'는 말에 인생의 행로를 바꿨다."

- 체육대학 출신으로 어려움도 많았을 텐데.

"끊임없이 공부했다. 베이징대학 경영대학원을 인터넷 강의로 마쳤다. '불치하문'(不恥下問: 나보다 어린 사람에게 물어보는 것을 부끄러워 하지 않는다)이라는 말을 새기며 부하직원에게도 부지런히 물었다."

- 리더의 첫째 자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책임감이다. 나는 열세 살 때 아버지로부터 책임감을 배웠다. 어느 날 나를 10m 높이 다이빙대에 데리고 가서 뛰어내리라고 했다. 무서웠지만 다이빙을 하지 않고선 집에 갈 수 없다고 생각됐다. 그날 이후 다른 사람이 대신할 수 없는 일이라면 내가 할 수밖에 없다는 책임감을 깨우쳤다."

-결혼은 안 한 것인가 못 한 것인가.

"일생 일만 하느라 아직까지 못했다. 가끔 내가 바보라고 생각한다. 아직도 백마 탄 왕자가 나타나길 꿈꾼다."

문경란 여성전문기자

◆칭다오맥주=중국 칭다오 지역을 조차했던 독일이 1903년 독일의 설비를 들여와 만든 회사가 모태가 됐다. 지금은 중국을 대표하는 브랜드가 됐지만 정통 독일 맥주에 근간을 두고 있는 것이다. 현재 세계 12대 맥주 기업으로 성장했으며, 한국에는 2001년 수입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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