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말리는 내조 24시-프로야구 감독부인들의 애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8면

이겨도 걱정,져도 걱정.
연승과 연패,희비의 쌍곡선을 그리고 있는 프로야구 태평양 丁東鎭감독의 부인 金孝子씨(49)는 요즘들어 부쩍 말수가 적어졌다.굳이 남편의 함구령이 아니더라도 자신의 말 한마디에 부정이라도 탈까 겁이 나는 것이다.
지난 19일부터 야간경기에 돌입함으로써 본격적으로 시작된 프로야구시즌.그 녹색 다이아몬드의 승부에 울고 웃는 女心이 있다.바로 8개구단 감독의 부인들.남편이 승부에 나서는 시즌개막이야말로 이들에겐 피를 말리는 나날들의 시작이다.
프로야구감독들이 집에서 잘 수 있는 날은 1년에 많아야 2백여일.서울에 집이 있는 쌍방울 韓東和감독의 경우 서울경기 때조차 선수들과 호텔숙소에서 묵는 경우가 많아 부인 金永淑씨(47)가 직접 전주로 원정을 가곤 한다.하지만 아무리 생과부 심정이 애달프다해도 며칠씩 이어지는 원정경기를 다 따라다닐 수는 없는 노릇.우선 감독들이 경기장에 부인이 나오는 걸 꺼리는데다아이들 뒷바라지가 수월치않다.
대부분의 감독부인들과는 달리 홈경기엔 자주 간다는 OB 尹東均감독의 부인 張福子씨(44)만해도 중3인 딸때문에 지방경기 원정은 꿈도 꾸기 힘들다.둘째가 고3인 한화 姜秉徹감독의 부인朴慶芸씨(47)도 같은 처지.그래서 이들은 시간 이 닿는대로 절을 찾아 기도를 한다.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쌍방울 韓감독의 부인 김영숙씨도 시어머니 田玉順씨(74)와 함께 자주 교회를 찾아 마음의 평정을 찾는 케이스.절이건 교회건 이들의 기도는 한가지.남편팀이 좋은 성적을 내게 해 주소서-.
감독부인들의 남편 건강관리에는 인삼이 단연 인기 1위다.삼성禹龍得감독의 부인 林明子씨(41)는 남편이 집에서 묵는 날은 아침마다 당근주스나 야채즙을 내놓곤 한다.감독들은 바깥에서 선수들과 육식을 자주 하기 때문에 집에서는 주로 생선을 찾는다고.그래서 모처럼 집에 오는 날이면 집집마다 식탁에 생선이 끊이지 않는게 특색이다.원정경기가 많아 고속도로에서 시달리기 일쑤인 감독들이기에 어쩌다 쉬게돼도 부인들은 따로 운동을 즐기거나야외로 나가자고 조르기가 미안하다 .그나마 등산을 즐기는 LG李廣煥감독의 경우 시즌 중에도 이따금씩 부인 尹明子씨(41)와아들을 데리고 서울근교의 산에 오르고,강병철.한동화감독은 부부가 필드에 나가 골프를 즐기는 정도다.
『코치 때보다 더 얼굴 보기가 힘들어서인지 만날 때마다 새로운 느낌이에요.』최연소 감독인 롯데 金用熙감독의 부인 張恩實씨(39)에겐 감독부인 역할이 아직은 낯설기만 하다.다만 오늘도머나먼 전화코드선 너머의 남편 목소리가 여느때처럼 밝 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가슴 졸인다.
〈金廷修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