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부총리 이후 통일·안보정책 향방/기존정책 유지하며 균형 초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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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신교수4인방」 매끄러운 팀웍기대/남북회담·경협 전향적 대책이 숙제
이홍구 통일부총리 임명은 정부의 통일·외교 정책변화의 신호탄인가.
통일원·외무부 당국자들이 이같은 질문에 대해 한결같이 「노」라고 대답하고 있다.
오히려 이 부총리 임명을 계기로 우리의 핵외교와 남북관게라는 정부의 대북정책 두 바퀴가 좀더 균형을 이룬 상태로 굴러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하고 있다.
당국자들은 자신들이 기존 정책 고수론을 자신있게 내놓은 가장 큰 근거로 김 대통령이 통일부총리 자리에 이홍구씨를 골랐다는 점을 꼽고 있다.
즉 우리같이 대통령중심제를 채택하고 있는 나라에서는 결국 대통령 뜻에 따라 정책흐름이 좌우될 수 밖에 없는데 김 대통령이 「이 통일부총리·한승주 외무·정종욱 외교수석·김덕 안기부장」 카드를 선택한 것은 그동안 외교·안보팀에 대한 강력한 신임표시라는 해석이다.
이밖에도 「신교4인방체제」간의 개인적인 성향도 향후 외교·통일정책팀의 매끄러운 운영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우선 이 부총리 자신이 극단적인 반공론자도 아닌 국민적 신뢰를 중시하는 현실론자다.
그의 이같은 이미지는 정부로서는 일부 언론으로부터 그동안 각각 진보·보수라는 이유로 비난받아온 전임 한완상씨나 이영덕부총리에 비해 한결 돋보이는 정치적 자산이 아닐 수 없다.
그동안 정부의 통일·외교팀 내부의 불협화음도 이번 이 총리의 임명을 계기로 한결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우선 이 부총리가 30일 정부의 외교안보팀에 대해 『평소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 후배 교수들』이라고 표현한데서 알 수 있듯이 비슷한 성향을 가진 신교수 4인방은 손쉽게 팀웍을 이뤄갈 것으로 분석된다.
물론 이 부총리 임명이 거시적으로 정부의 외교·안보정책의 선회로 이어진다고 보기는 힘들다. 그러나 새로 외교안보팀의 좌장이 된 이 부총리가 대북정책 분야에서 할 일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첫째로 손댈 분야는 남북대화 분야다. 현재 남북관계는 평양의 한국 배제전술과 우리의 선특사교환 포기결정으로 인해 개점휴업 상태다.
따라서 이 부총리의 1차 과제는 기존의 핵통제공동위 재개를 포함,서울과 평양 양측 모두가 수용할 수 있는 남북대화 카드를 찾아내는 일이 될 것이다.
정부 관계자들은 이 부총리가 지난 88∼90 통일원장관 재직시 현 정부의 통일정책인 3단계 통일정책의 근간이 됐던 「한민족 통일방안」의 설계자라는 점에서 이 대목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
둘째는 정부가 고수하고 있는 「선 핵해결 후 경협」 연계 정책의 재검토다.
지난 2년간 정부는 경협 중단이 대북 지렛대가 된다는 믿음에 근거,위탁가공을 제외한 일체의 남북경협을 중지시켜왔다.
그러나 그동안의 경험은 연간 1억2천만달러 규모의 남북 경협이 대북 지렛대가 못된다는 것만을 입증했을 따름이다.
또 정부의 이같은 입장은 남북경협을 준비중인 기업들에게 도대체 어느 수준의 핵문제 해결이 경협재개의 전제조건이냐의 여부를 놓고 혼란만 가중시켜왔다.
따라서 이 부총리는 이같은 그간의 사정을 감안,경협문제에 대한 전향적인 대책과 논리를 세울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도 있다.
셋째는 정부내 외교·안보기구의 정비와 효율성 제고다.
현재 정부안에는 통일관계장관회의·고위전략회의·통일안보정책조정회의·전략기획단 회의 등 기능이 비슷한 협의기구가 옥상옥식으로 중첩돼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련부처간에는 핵·벌목공 등의 현안이 발생할 때마다 끊임없이 불협화음이 새어나오고 있다.
이 부총리는 이들 가운데 종적 채널은 1∼2개로 과감히 정비하는 한편 실무자간 횡적 협의 기능은 한층 강화시켜 나아가야 할 것이다.<최원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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