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감각 뒤지면 낙오는 필연”/공무원들 외국어교육 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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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새벽출근 바람… 강좌마다 “만원”/외국 공무원들과 합숙훈련까지
공무원사회에 국제화 바람이 거세고 일고 있다.
공무원들이 바쁜 시간을 쪼개 새벽부터 외국어를 배우고 있는가 하면 정부의 공무원 교육기관도 외국공무원들과 아예 외국어만을 쓰는 합숙훈련을 계획하고 있다.
이같은 분위기는 공무원 스스로도 국제화·개방화시대에 외국어를 모르고선 낙오되지 않을 수 없고 정부도 개방화 추세의 새로운 국제질서에서 정부를 구성하는 공무원들이 국제적 감각을 갖추지 않으면 경쟁에 이길 수 없기 때문이다.
29일 오전 7시20분 서울시의회 회의실.
서울지하철 건설본부 김남훈부장(53) 등 40여명의 시청 직원들이 젊은 강사로부터 영어를 배우느라 귀를 세우고 있다.
옆방에서는 도로국의 권문현계장(45) 등이 일어를 배우느라 여념이 없다.
이같은 강의는 지난달 11일부터 본청에 개설되었으나 인기를 얻으며 은평·강동·송파 등 구청에까지 확산되고 있다.
공식등록한 공무원은 영어·일어 각 1백20명씩 2백40명이었으나 최근엔 도강생들(?)도 늘어 2백80명을 넘어서고 있다.
근무시간보다 1시간30분 앞서 출근해 영어강의를 듣는 김 부장은 『UR가 타결되어 외국업체들이 몰려오면 업무상 외국인들을 접촉해야 되고 외국어를 모르면 낙오될 수 밖에 없어 늦은 나아지만 배우기로 했다』고 말했다.
서울시 민강태 인사과장은 『외국어강좌의 인기가 좋아 내년에는 산하 사업소로 확대할 예정이며 우수한 직원은 해외연수를 시켜 시의 국제화를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도 공무원들의 국제화교육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 중앙부처의 각급 교육기관도 외국어 교육과정을 신설하거나 증설하고 외국인들과의 합숙교육을 계획하고 있다.
중앙공무원교육원은 오는 9월부터 중앙부처의 서기관·사무관급 공무원 35명을 말레이시아정부의 중앙부처 과장급 공무원 15명과 함께 1주일동안 합숙교육을 받도록 한다.
공무원 국제화의 일환으로 실시되는 이번 교육은 강의와 토론이 모두 영어로 진행되며,두나라 공무원들은 자기나라 정부·문화소개 등을 하고 관악산 등산 등 여러 친교 프로그램을 갖는다. 이는 공무원들의 어학실력을 높이며 서로를 더 잘 이해하게 함으로써 우리 공무원들의 국제화뿐 아니라 외국공무원 가운데 지한인사를 늘릴 수 있는 장점도 있다. 교육원은 이같은 외국공무원들과의 합숙교육을 올해 5차례 실시할 예정이다.
중앙공무원교육원은 또 지금까지 영어·일어·중국어 한 프로그램씩을 둔 외국어 교육과정을 올해부터는 영어 4개,일어는 2개 과정으로 늘려 매과정당 30∼70명의 공무원들에게 회화중심의 교육을 할 계획이다. 내년에는 2개 과정을 더 늘린다.
또 국제협상기술을 향상시키기 위한 35명 정원의 국제협력 발전과정 교육은 최근 인기가 높아 지난해 1개과정을 늘린데 이어 내년에도 2개 과정을 늘릴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는 협상기술뿐 아니라 국제 에티켓 등도 가르치고 있다. 외무부 산하 외교연구안보연구원도 국제협력 발전과정을 올해부터 신설해 외국공무원들을 교육하고 있다.<김진원·이계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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