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 살피며 마지막카드 준비/여야 막바지협상 어떻게 돼가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총리인준 보류… 추가양보 거부/민자/6공 인사증언 계속 밑어붙이기/민주
이한동 민자·김태식 민주 양당 총무는 29일에도 피곤한 모습으로 집을 나섰다. 총무회담이 나서는 두사람의 표정은 굳어져 있었다. 이 총무는 『오늘 별안간 극적인 전환이 있겠느냐』고 부정적인 견해를 피력했다.
김 총무는 『협상에 최선을 다하겠지만 국정조사 증인문제는 양보가 없다』고 잘라말했다.
이 총무는 총무접촉에 앞서 오전 10시 김종필대표 주재로 열린 고위당직자회의에 참석,상황보고를 했다. 회의 멤버는 그밖에 문정수총장·이세기 정책의장·서청원 정무1장관.
고위당직자 회의는 격앙돼 있었다. 『양보를 하면 새로운 것을 요구하는 민주당에 더이상 끌려갈 수 없다』며 당직자들은 한마디씩 돌아가며 민주당을 성토했다.
민자당은 이현우 전 청와대 경호실장을 비롯,6공 출신 인사·현직 당의원을 증인·참고인으로 부르자는 민주당의 요구를 더이상 받아들일 수 없다는 전날 입장을 확인했다. 문 총장은 『조사과정에서 필요하면 이들을 부를 수 있다는 것이 우리당의 「마지노선」』이라고 단언했다.
민자당은 전날 심야에 상정돼있는 이영덕 총리내정자 인준안을 상무대 국정조사안과 분리시켜 우선 처리키로 했다. 그러나 강행은 하지 않는다는 전략인데 이는 다른 안건과 달리 총리인준이 무기명 비밀투표여서 시간이 오래 걸리며 야당이 실력저지로 나오면 통과시킬 묘수가 없기 때문. 민자당은 야당 입장이 변하지 않을 경우 총리인준안을 보류시키고 「총리서리」라는 편법을 쓰고 임시국회를 다시 연다는 단호한 자세.
민주당은 아침 최고회의에서 상무대 증인의 양보카드를 따져 보았지만 최소한 6공 출신 인사는 일단 다시 밀어붙이자는 태도.
당일각에서는 총리인준 문제를 분리해 처리하자는 의견도 나오는 등 외견상 다소 완화된 태도.
김상현·이부영·노무현 최고위원은 총리임명동의안을 일단 처리하자는데 유연한 입장을 보이고 있으나 여기에도 물론 증인문제가 어느정도 타결될 수 있는 가능성을 전제로 깔고 있어 완강한 입장변화에 한계를 보였다.
조홍규 수석부총무는 총리인준 문제에 대해 개인의견임을 전제,『총리경질의 잘못된 점은 충분히 부각된 만큼 그쪽에서 강행처리한다면 그대로 놔두어도 좋다』고 말했다.
그러나 야당이 총리인준안과 상무대 증인에 대해 일괄타결을 요구할 것으로 보여 협상전망은 어둡다. 그러나 민주당 지도부는 여론동향이 조금씩 불리하게 돌아가는데 대한 부담탓인지 전격 합의해줄 가능성도 없지 않다.
전날 직권으로 회기를 하루 더 연장시킨 이만섭 국회의장은 『총리인준은 이제 더 미룰 수 없는 것 아니냐』며 『국민들도 할 일은 하라는 여론인 것 같다』고 말했다.<김기봉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