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아자나눔장터] 물건값 흥정하며 경제교육·수익금 이웃돕기 나눔교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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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제동에 사는 유재은(38.앞줄 가운데)씨와 남편 김종곤(46.뒷줄)씨, 아들 경목(13).딸 민경(10)이가 위아자 나눔장터에서 팔 물건들을 정리하면서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김성룡 기자]

서울 홍제동의 주부 유재은(40)씨 가족은 초등학교 4학년생인 딸 민경(10)양의 제안에 따라 아버지.오빠까지 포함한 네 식구 모두가 16일 위아자 나눔 장터(서울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에서 물건을 팔기로 했다.

민경양은 일곱 살 때부터 본격적으로 저축을 시작한 홍예담양의 사연을 엮은 실명 경제 동화 '예담이는 열두 살에 1000만원을 모았어요'를 최근 읽었다. '예담이는 열두 살에 1000만원을 모았어요'는 주인공 예담이가 애써 모은 돈의 일부를 어려운 이웃을 돕는 데 쓴다는 점에서 위아자 나눔 장터와 똑같다.

민경양은 "책 속의 예담이처럼 내 힘으로 직접 돈을 벌고, 그 돈을 어려운 친구들을 돕는 데 쓰면 더 보람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유씨는 "장터에 참여하면 근검절약을 익힐 수 있어 민경이 제안을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민경이네 집의 장터 참가는 동네에서도 화제가 됐다. 이웃들이 대신 팔아 달라며 카시트.장난감.옷가지 등을 맡기고 있다. 민경양도 아끼던 전자오르간을 선뜻 내놓았다.

나눔 장터는 훌륭한 자녀 교육의 현장이다. 1000원.2000원짜리 물건을 흥정을 통해 사고 파는 '소박한 상행위'를 하면서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돈과 경제에 대한 개념을 깨닫고, 어려운 형편의 친구.이웃을 위하는 마음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한번 나눔 장터를 경험한 가족들은 계속 장터를 찾는다.

서울 신천동의 주부 황은주(38)씨 가족이 그런 경우다. 황씨는 지난해 초등학교 2학년이던 재윤(9)이와 두 살배기 서윤이 자매와 함께 위아자 나눔 장터에 참가했다. 처음에는 재윤이에게 고생만 시키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황씨는 장터 참가 직후 생각이 바뀌었다. 아이가 흥정을 하면서 적극적으로 물건을 팔았기 때문이다. 재윤이는 학교에서 장터 참가 소감을 친구들 앞에서 발표하기도 했다.

아름다운가게 박설경 간사는 "서울의 경우 일반인에게 배정된 600개의 판매 자리 중 절반 이상이 가족 단위 참가일 정도로 가족 장터는 인기"라고 말했다.

자세한 위.아.자 나눔 장터 내용은 홈페이지(weaja.joins.com)에서 확인할 수 있다.

신준봉.김경진 기자<kjink@joongang.co.kr>
사진=김성룡 기자 <xdrag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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