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일본도 중요하나 미국 더 중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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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中)가 10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J-글로벌 포럼 2007’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마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왼쪽부터 우젠민 중국 외교학원 원장, 김영희 중앙일보 대기자, 이 후보, 후나바시 요이치 아사히신문 주필, 문정인 연세대 교수. [사진=박종근 기자]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가 10일 '중앙(J) 글로벌 포럼'에서 발표한 '신한반도 구상'을 이 후보의 측근은 '이명박 독트린'이라고 표현했다. 외교와 남북 문제에 그만큼 심혈을 기울인 작품이라는 것이다. 한나라당 경선에서 선출된 뒤 이 후보가 언론 행사에 나타나 자신의 주요 정책을 천명한 것은 중앙일보가 처음이다.

오전 9시15분쯤 행사장인 신라호텔 2층 다이너스티 홀에 입장한 이 후보는 중앙일보 홍석현 회장, 중앙일보 고문인 이홍구 전 총리, 후나바시 요이치 일본 아사히신문 주필, 사회자인 김영희 중앙일보 국제문제 대기자와 반갑게 인사한 뒤 곧바로 기조발표를 했다. 20분으로 예정됐던 일문일답은 청중의 뜨겁고 깊은 관심과 질문에 15분 더 길어졌다. 이 후보는 "물론 제가 겨울 대선에서 승리해야 하겠지만…"이라든가 "대통령으로 인정해주고 질문하는 듯해 기분 좋다"며 조크를 했다. 민감한 한.일 간 문제를 답할 때는 "제 말에 오해가 없기를 빈다"거나 "일본이 이런 인상을 주면 곤란하다"는 외교적인 화법을 구사하면서도 쓴소리를 다했다. 또 '북한 김정일 위원장에 대해 평가해 달라'는 질문엔 영어로 "답변하기 곤란하다(For me, it's difficult to comment)"라고 양해를 구한 뒤 답변하기도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후나바시 요이치(아사히 신문 주필)="대북정책에 있어 김대중.노무현 정부와의 차이점은."

▶이 후보="김대중(DJ) 전 대통령이 햇볕정책을 시작할 때와 차기 정부가 맞이하는 대북관계 환경이 다르다. DJ 정부 시작 때는 북핵 문제가 없었다. 지난 두 정권 때와 달리 차기 정부의 대북정책은 핵 문제를 가장 염두에 둘 수밖에 없다."

▶후나바시="대미정책은 어떻게 다를까."

▶이 후보="객관적으로 볼 때 지난 10년간 대미관계가 다소 소홀했다고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차기 정부에 있어선 대미 관계를 매우 중요시하는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고, 그렇게 갈 것이다. 대중.대일 관계도 중요하지만 미국과의 관계를 중시하는 대외정책으로 나가게 될 것이다."

▶가지와라 마코토(니혼게이자이신문 논설위원)="납북자 문제를 비롯한 북.일관계에 대한 견해는."

▶이 후보="우리 입장에서 볼 때 6자회담에서 일본은 납북자 문제에 집착하고 있다고 본다. 중요한 문제인 것은 인정한다. 그러나 핵 문제는 동북아 국가 모두가 관련되는 중요한 과제다. 일본도 북한의 핵 포기 논의에 적극 참여해주기 바란다. 납북자 문제 때문에 6자회담의 핵 문제 논의에 소홀하다는 인상을 주는 것은 좋지 않다."

◆이명박의 '신한반도 구상'은=이 후보의 구상은 모두 3단계로 구성돼 있다.

이날 이 후보는 1단계를 주로 언급했다. 북한이 약속대로 올 연말까지 핵시설을 불능화하는 것을 전제로 상응 조치를 언급했다. 차기 정부 출범 직후인 내년 2월 말 북한에 '남북 경제공동체 실현을 위한 협의체(남북경제협의체)' 설치를 제안해 북한 경제 회생을 위한 협의를 시작하겠다는 것이다. ▶서울~신의주 간 고속도로 건설 ▶북한 내 100대 기업 육성과 5대 자유무역지대 설치 ▶각종 기술교육센터 설립 등 북한의 핵 폐기 욕구를 자극할 아이디어들이 제시되는 단계다.

2단계는 북한이 이미 보유 중인 핵무기까지 폐기하는 단계다.

이 경우 북한에 더 구체적인 제안이 들어간다. 북한 사회간접자본(SOC) 지원을 위한 400억 달러 상당의 국제협력기금 마련 대책도 이 단계에서 구체화된다. 남북경제협의체에선 경협 활성화를 법적.제도적으로 뒷받침할 '남북 경제공동체 협력협정(KECCA)'을 마련하게 된다.

북한 경제 회생을 위한 실질적인 행동은 고농축 우라늄(HEU) 핵개발에 대한 의혹과 장사정포 등으로 인한 군사적 위협이 사라지는 마지막 3단계에서 가능하다. 핵 폐기가 완전히 확인된 만큼 '북한 경제를 10년 안에 국민소득 3000달러 수준으로 만드는 작업'이 실제로 북한에서 이뤄지기 시작하는 것이다."북한의 1인당 국민소득이 3000달러는 돼야 통일의 기반이 마련될 수 있다"는 건 이 후보의 오랜 신념이다.

이 후보는 이날 "(1단계인) 불능화가 핵 문제의 완전한 해결이 아니고, 불능화 이후 훨씬 어려운 협상이 될지 모른다"며 "지나친 비관도 낙관도 하지 않고 북한의 변화를 조심스럽게, 열린 마음으로 보고 있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서승욱 기자<sswook@joongang.co.kr>
사진=박종근 기자 <joke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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