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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기획>産業硏보고서 판단 유보 삼성중공업 진출 공식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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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三星그룹의 승용차 사업 진출을 놓고 기존의 자동차 업계는 물론,정부.국책연구기관.일반소비자들의 관심과 논란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삼성의 승용차 참여는 특정 그룹의 신규사업 진출여부 이전에 우리 經濟가 先進經濟圈 進入을 위해서는 어떤 쪽으로든 正面으로結論을 내고 넘어가야만 할 여러가지「매듭」들을 복합적으로 안고있는 문제다.
개방시대의 산업정책,「소비자냐,생산자냐」로 요약되는 경제발전의 근원적 판단 기준,경제력 집중 문제,규제완화와 정부개입,엔貨동향등과 관련된 韓.美.日 사이의 未來競爭力 예측등이 바로 「三星車」가 함축하고 있는 우리 경제의 매듭들이다 .
삼성중공업은 26일 산업연구원(KIET)이「21세기를 향한 한국 자동차 산업의 발전 방향」이란 4백47쪽 분량의 연구보고서를 낸 것을 계기로 승용차 사업 진출을 공식화,7월부터 투자를 시작해 빠르면 오는 97년 하반기부터 승용차를 시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KIET는 보고서를 통해 삼성 승용차 진출 문제에 대한 명확한 입장 표명을 유보,네가지 경우를 상정한 장단점을 분석하는데그쳤다〈표 참조〉.
「三星車」를 판단하는 기준은 입장에 따라 여러 갈래일 수 있지만 결국엔「소비자이익」과「시장경제원리」로 歸結될 수밖에 없다. 三星車의 시장진입 허용여부는 다음과 같은 체크리스트를 통해판가름 날것으로 보인다.
◆생산자 보호인가 소비자 보호인가=모든 산업은 결국 소비자가있기 때문에 생겨나는 것이지 기업체를 보호하기 위해 있는 것은아니다. 과거 개발연대 시절엔「국산품 애용」으로 대표되는 국내산업보호가 경제정책의 기조였으며,또 일반 국민들의 호응을 받았었다. 그러나 우루과이 라운드(UR)로 대표되는 개방경제 시대엔 소비자이익이 경제발전의 최종 목표이자 판단 기준이어야 한다. 승용차 한 대를 사기 위해 서너달씩 기다려야 하는 한편에선이미 외국차가 전시되어 팔리고 있는 우리의 현실이 바로 소비자이익이란 무엇인가를 상징하고 있다.
◆중복투자와 정부규제=삼성의 승용차산업 진입여부는 규정상 기술도입신고서 한장만으로 결정된다.
외국의 어느 기업에서 기술을 들여오고 어디에 수출하며 국산화율을 어느 정도 달성하겠다는 내용인데「국가경제의 건전한 발전을저해하지 않는 한」받아들이도록 돼 있으며 절차상 상공자원부 수송기계과장의 전결사항이다.따라서 기술신고를 받느 냐,아니냐의 문제는 바로 정부가 나서서 국내 승용차 산업의 수요와 공급을 판단하고 중복투자냐,아니냐를 결정한다는 것을 뜻한다.
◆업계 자율조정=규제완화라는 시장논리 때문에 정부가 나서서 판단하기 어려울 때 결국 기대는 것이 업계의 자율조정이다.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고 따라서 한 순간의 판단이 대기업의 生死를 가름하게 되는 장치산업의 경우 업계의 자율조정에 신규참여자의 결정을 맡겨 과연 객관적인 판단을 얻을 수 있을지,아니면정부가 판단을 내려야 할지,또 결국엔 市場과 소 비자 선택의 事後的 판단에 맡길 수밖에 없을 지가 논의의 대상이다.
얼마전 제2이동통신 사업의 경우 정부가 간여하기 곤란해지자 全經聯으로 하여금 자율조정토록 했으나 제1,2 대주주간의 지분율 차이가 별로 없는「나눠먹기식」에 그쳐 앞으로 경영에 상당한문제가 생겨날 소지를 안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석유화학의 교훈=지난 90년 삼성.현대그룹이 석유화학 투자를 할 때도 중복.과잉투자 논란이 크게 일었었다.
결과는 가장 경쟁력이 떨어지는 업체(대한유화)가 경쟁 대열에서 밀려나는 것(법정관리)이었다.대한유화는 20년 동안의 합작파트너인 일본 마루베니社가『돈 한푼 받지 않고 철수하겠다』고 고개를 돌릴 정도로 경쟁력이 떨어져 있는 상태였 다는 것이 이제 업계의 공통된 진단이다.
80년대 부실기업 정리의 정치적.경제적.사회적 후유증은 이미다들 경험했던 바이고,그렇다면 기업의 進入과 退出을 누가 정해야하며 그 기준은 무엇인지가 이번 三星車에도 역시 판단 기준이되어야 한다.
◆韓日 조선업계 현안의 시사점=최근 최대의 호황을 누리고 있는 우리나라 조선업의 경우 量으로 보면 과잉이라고 볼 수도 있으나 경쟁력을 잣대로 한 質적인 기준으로 보면 결코 과잉이 아니며 되레 시설이 달리는 상황이다.
물론 엔高 덕택을 톡톡히 보는 것이지만 우리 조선업의 기술수준.수주능력의 우위 때문에 세계 각국의 주문이 몰려와 밤샘작업으로 겨우 수요를 대고 있는 형편이다.
그러자 최근 10여년에 걸쳐 과잉이라는 진단아래 시설을 줄여왔던 일본 조선업계는 엔高로 가격 경쟁력이 더욱 떨어지는 가운데 한국에서 시설을 늘리면 늘릴수록 일본 업체가 어려워질 것으로 보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를 통해 조선설 비 증설 자제를 권고하는등 견제를 하고 있다.
조선업계는 80년대 초반의 대규모 투자 때문에 지난해부터 호황을 누리고 있으며,달러당 엔화가 1백20엔대에 이르더라도 경쟁력이 있다고 스스로 평가하고 있을 정도다.
韓.美.日간의 자동차 시장 국제 수요.공급을 지금 판단하는 전망도 이같은 韓日 조선업계의 현안을 반드시 참고해야 한다.
◆경제력 집중 문제=삼성의 승용차 진출이 경제력 집중 문제를심화시키지 않을까하는 문제도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다.
이때 경제력집중문제는▲누가 어느 정도 기업의 주식을 갖고 있느냐 하는「소유 집중」이냐,아니면▲어느 기업의 덩치나 규모.업종이 문제냐 하는 것을 분명히 가려 따져야 할 문제다.
소유 상태와 기업이 커지는 것과는 구분해야 한다.
따라서 정부의 산업정책도 소유분산을 유도하는 쪽으로 나가야지어떤 기업이 새로운 사업에 뛰어드는 것을 막는 논리로 경제력 집중을 들고 나와서는 곤란하다는 지적이다.
경제력 집중을 단순히 기업의 덩치가 커지는 것으로 인식하면 개방과 국제화 시대에 우리 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 무엇인가가 다시 꼬리를 물고 문제가 된다.
이같은 문제는 삼성그룹이 승용차 진출과 함께 일반 국민들이나정부에 대해 분명히 하고 넘어가야 할 대목이기도 하다.
◆국제화 시대 속「규모의 경제」=기존 자동차 업계는 경쟁이 갈수록 뜨거워지는 상황에서 살아 남으려면 회사별 생산규모를 적어도 1백만대 이상으로 키워가야 한다는 입장이다.이같은 규모의경제를 통해 생산비를 낮추고 품질을 높여가야 하 는데 다른 업체에서 새로 뛰어들면 인력 스카우트가 벌어지고 부품업체를 서로갉아먹게 되는등 可用자원이 분산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삼성측은 승용차 생산규모가 30만대만 넘으면 규모의 경제 논리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또 기존의 부품업체를 최대한 활용해 전문화.대형화해 나갈 것이며 유사 업종의 우량 신규업체도 적극 발굴해 지원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한편 삼성그룹의 승용차진입 문제와 관련 세계 4대 통신중의하나인 AFP통신은 27일 오전 한국의 기존 자동차 3社가 모두 생산능력을 늘리려고 하지만 재정적인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고 전제,자신들도 경쟁력 유지를 위해 시설확장을 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삼성의 참여에 대해 과잉생산을 우려하고 있다로 진단했다.이 통신은 또 앞으로 3년동안 한국의 승용차 내수시장이매해 10%씩 증가하며 이에 따른 시설확장의 여지가 있는 기업은 삼성뿐이라는 삼성그룹측의 말을 인용보도했다.
(양재찬.박의준.이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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