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코니석에서] 퍼져 나가는 市響들의 '교가 녹음 운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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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 높은 기상 뻗어온 들판/ 탐라의 빛난 전통 간직한 터전…배움에 뜻을 모아 꿈을 키워서 빛내자/ 우리학교 아름다운 송당교"

제주도 북제주군 구좌읍 송당리 송당초등학교 학생들은 다음달 2일 개학식부터 교가를 오케스트라 반주로 부를 수 있게 됐다.

지난해부터 제주시립교향악단(지휘 이동호)이 전개해온 '교가 녹음해주기 운동'에 신청했기 때문이다. 제주도 초.중.고교 68개교 중 58개교다.

이달 말 4장짜리로 출반된 CD에는 제주시립합창단의 노래를 곁들인 교가 반주에다 국경일 노래, 졸업식 노래, 스승의 날 노래, 국기에 대한 경례, 애국가 등 각종 의식곡까지 포함돼 있다.

지난해 10월 6~9일 제주 학생문화원 대극장에서 열린 반주 녹음에 시향.시립합창단 단원들이 무료 출연, CD 2백 세트를 제작하는 데 2백만원밖에 들지 않았다.

제주시향 상임지휘자 이동호씨는 "월요일 아침마다 이웃 초등학교 조회 시간에 반주 녹음 없이 교가를 부르며 애를 먹는 것을 보고 제주시 문화체육과와 제주도 교육청에 교가 녹음을 제안했다"며 "이번 사업을 계기로 시민 곁으로 더욱 가까이 가는 시립예술단의 모습을 보여 주고 싶다"고 말했다.

또 "관광지에서 배경음악으로 틀어주고 있는 제주 민요도 변변찮아 지난해부터 제주 민요를 채보.편곡.녹음한 '제주의 노래'시리즈를 CD에 담고 있다"고 덧붙였다.

제주시립예술단의 '교가 녹음해 주기 운동'은 학교 방문 콘서트 못지않은 효과를 거둘 것으로 보인다. 교가를 부를 때마다 관현악 음색을 체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땅한 반주 음악이 없어 악보와 전혀 다른 선율로 구전(口傳)되면서 불려온 교가를 바로잡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도 있다. 이 소식을 접한 포항시향.인천시향에서도 올해 중 '교가 녹음해주기 운동'을 시작한다는 얘기가 들린다. 이 운동이 전국으로 퍼져나간다면 오케스트라와 시민이 더욱 가까워지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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