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에서>존 덴버 내한공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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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팝송을 안다는 것이 젊은이들의 지적 자랑이기도 했던 70년대초 존 덴버의『고향으로 데려다 주는 시골길(Take Me Home Country Road)』은 대부분의 청소년들에게 팝송 입문곡으로 통했다.
영어를 처음 배우면서 이 노래를 따라부르던 세대가 30~40대의 기성세대가 된 지금,23일 올림픽공원에서 열린 존 덴버의내한 공연은 이들에게 상쾌한 추억거리가 될만했다.
콧수염을 기른 50대의 존 덴버는 여전히 맑고 편안한 목소리로 70년대 전성기의 인기곡들을 회상시켜줬다.
존 덴버의 잔잔한 음악에 귀를 기울인 2만여 청중들은 그러나같은시간에 올림픽공원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이문세.김현철.박정운등의 잼 콘서트에 몰린 10대들의 열광에 비해 너무 풀이 죽어있었다. 연중 최고의 날씨였던 이날 저녁 드넓은 올림픽공원 잔디위에 퍼진 존 덴버의 유명한 노래들은 음악적으로만 보면 너무성의없고 답답할 정도로 왜소해 보였다.
레퍼토리가 잔잔한 컨트리 음악이었다 해도 대형 공연장치고는 연주음악이 지나치게 단순하고 볼륨도 인색하게 가라앉았다.
『애니스 송』『선샤인 온 마이 숄더』『칼립소』등 누구에게나 귀에 익은 곡이 흘러도 따라부르는 관객이 별로 없었다.
한국인들이 가장 많이 이름을 기억할 팝송 가수인 존 덴버가 앙코르송 한곡 부르지 않았다는 것은 어찌보면 음악적 감성이 열렬한 편인 우리에게 매우 아쉬웠다.
〈蔡奎振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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