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阿共 총선 배경.전망-소수 백인통치 마감 흑백동거정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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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3천만 흑인의 기본적 인권과 참정권이 전체 인구의 13%에 불과한 백인 소수세력에 의해 무참히 짓밟힌 상태에서 가난. 무지의 질곡에 빠진 흑인과 백인 특권세력간 저항.보복폭력의 비극적 역사가 부단히 반복됐다.
부족간 반목.대립으로 분열된 흑인세력과 정치폭력을 조장하며 차별정책을 고수해온 백인정부가 유혈분쟁의 뿌리를 자르고 공존의틀을 마련키로 한 것은 프레데릭 데 클레르크대통령의 黑白화합정책이 결정적 밑거름이 됐다.
反아파르트헤이트 운동의 기수이며 흑인인권운동의 대부인 넬슨 만델라 아프리카민족회의(ANC)의장이 27년간의 투옥 생활끝에석방된 것도 데 클레르크대통령의 단안에 의해서였다.
그가 이끄는 집권 국민당은 또 흑인 자유운동을 합법화하고 ANC를 정치적 실세로 인정,민주화개혁과 黑白분규 종식협상의 파트너로 삼아 4년간의 우여곡절 끝에 역사적 다인종 총선을 성사시킬 수 있었다.
하지만 남아공 최대 종족인 줄루族의 인카타자유당(IFP)이 새로운 변수로 등장했다.IFP의 망고수투 부텔레지 당수와 줄루족 族長 굿윌 즈웰리티니를 추종하는 줄루족 자치주의자들은 흑인경쟁단체인 ANC의 집권이 확실시되자 선거불참을 선언하고 폭력으로 선거를 방해할 뜻을 공공연히 밝혀왔다.
결국 데 클레르크대통령과 만델라 ANC의장,부텔레지 IFP당수는 즈웰리티니를 상징적 족장으로 인정하고 총선후 국제 중재단이 줄루지역 자치 확대요구를 검토한다는 조건으로 IFP의 총선참여를 유도했다.
2천2백만 유권자들은 총 27개 정당 후보가 난립한 이번 총선에서 각각 임기 5년인 4백의석의 중앙의회와 9개 지방의회 의원을 별도 투표로 선출하게 된다.
유력지 요하네스버그 데일리가 이달초 여론조사기관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에선 ANC가 50%이상의 지지로 무난히 승리할 것으로 전망됐다.
데 클레르크 대통령의 국민당은 14%로 2위를,보수당이 4%로 3위,자민당과 IFP가 각각 3%로 그뒤를 이을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아직 유권자의 25%가 지지정당을 결정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나 ANC가 개헌에 필요한 3분의2 의석을 확보할 수 있을지 여부는 부동표의 향배에 달려있다.
또 부족의 전통적 가치를 존중하는 줄루족 노장층과 저교육층의표를 확보하고 있는 IFP가 나탈州 일원에서 여전히 강세를 보이고 있어 제3당이 될 가능성도 높다 제반 상황을 감안할 때 새정부는 ANC와 국민당의 동거정부가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따라서 차기 정권구도는 만델라 대통령-데 클레르크 부통령이 유력하며 의회는 ANC에 의해 주도될 것이 거의 확실하다.
[聯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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