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mily건강] "폐암 표적 항암제 이레사 구토·탈모 부작용 적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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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담배가 폐암의 가장 확실한 도화선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대부분은 순한 담배를 피우면서 ‘그래도 조금은 낫겠지’하며 자위한다. 하지만 지난 2~6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제12차 세계폐암학술대회(WCLC· 조직위원장 이진수)에서는 순한 담배가 오히려 더 해롭다는 조사결과가 발표됐다. 전 세계의 폐암 전문가 5000여 명이 참석한 이번 대회에선 알림타·이레사·타세바 등 폐암 치료 신약들이 주목을 받았다. 완치는 아니지만 말기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이고, 수명을 연장시키는 데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순한 담배가 더 위험=1970년대 초반까지 미국에선 필터가 없거나 타르 함량이 높은 담배가 주로 팔렸다. 이 당시 흡연으로 인한 폐암의 대부분은 편평상피암(비소세포폐암의 일종)이었다. 독한 연기가 기도를 자극해 기침을 심하게 하는 환자가 많았다. 그래서 개발된 것이 필터를 끼워 연기를 거르고 타르 함량을 줄인 순한 담배다. 이 담배의 등장으로 폐암이 크게 감소할 것으로 내심 기대했다. 그러나 예상은 빗나갔다.

 미국 터프츠 뉴잉글랜드 의료원 게리 스트라우스 박사는 “75∼2003년에 걸친 30만 명의 폐암 환자를 분석한 결과 필터 담배, 저타르 담배가 보급되면서 편평상피암이 줄고 대신 선암(비소세포폐암의 일종)이 늘어나는 등 폐암의 주류가 바뀌었다”고 밝혔다. 50년만 해도 전체 폐암의 5%에 불과했던 선암은 90년 이후 47%를 차지할 만큼 급증했다는 것.

 삼성서울병원 호흡기내과 김호중 교수는 “필터 담배를 피우면 연기를 더 깊게 빨아들여 발암물질이 기도 깊숙이 들어온다”며 “편평상피암은 기도 입구에 주로 생기는 데 반해 선암은 기도 깊은 곳에서 다발한다”고 설명했다. 선암이 여성과 젊은 층에서 흔한 것도 이와 관련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에서 선암 급증=국내에서 폐암의 네 종류(편평상피암·선암·대세포암·소세포폐암) 가운데 발생률 1위는 편평상피암이다. 전체 폐암의 40% 가량을 차지한다. 그러나 최근 들어 선암이 거의 따라잡았다. 이미 전체 폐암의 30∼35%가 선암이다.

 강남성모병원 종양내과 강진형 교수는 “선암은 간·뇌 등으로 전이가 잘 된다”며 “작은 크기의 선암은 잘 발견되지 않아 수술 시기를 놓친 뒤 진단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국립암센터 이진수 연구소장은 “선암은 예후가 나쁜 암에 속한다”며 “순한 담배를 즐기는 사람은 폐암의 조기 진단에 더 각별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표적 항암제 ‘제값’ 하나=이번 학회에서 비소세포성 폐암의 표적 항암제 1호인 이레사(아스트라제네카)와 2호인 타세바(로슈)가 집중 조명됐다. 폐암의 표적 항암제는 암세포의 성장과 전파에 필수적인 EGFR(표피성장인자 수용체)을 억제하는 신개념 항암제다. 기존의 항암제가 암세포와 정상 세포를 모두 죽이는 것과 달리 표적 항암제는 암세포만 식별해 공격하므로 구토·구역질·탈모 등 부작용이 적다.

 미국 MD앤더슨 암센터의 에드워드 김 박사는 “24개국에서 1400여 명의 진행성 비소세포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시험한 결과 이레사와 도세탁셀(폐암의 기존 항암제) 약효가 거의 동등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발표했다.

 부작용은 이레사가 분명히 적었다. 또 도세탁셀은 정맥주사제인데 비해 이레사는 하루 한번 복용하는 경구약이어서 폐암 환자의 삶의 질을 높여준다는 것이 김 박사의 설명이다.

 타세바는 말기 폐암 환자의 생명을 3개월가량 연장시키는 것으로 밝혀졌다.

 홍콩 차이니즈대 임상종양내과 토니 목 교수는 “6000여 명의 진행성 비소세포폐암 환자에게 타세바를 하루 한 알씩 복용케 했더니 생존기간(중앙값)이 7.5개월이었다”며 “다른 임상시험에선 가짜약을 복용한 폐암 환자의 생존기간이 4.7개월이었다”고 풀이했다. 알림타(일라이 릴리)는 표적 항암제는 아니지만 기존의 항암제와 효과는 비슷하면서 탈모·위장장애 등 부작용과 이로 인한 입원율을 현저히 줄여주는 것으로 조사됐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김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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