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자산 서비스로 업계 균형 찾아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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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호 22면

“옛날엔 감기에 걸리면 아스피린을 먹었지만 지금은 병원에 갑니다.”

푸르덴셜증권 정진호 사장

정진호(사진) 푸르덴셜투자증권 사장은 펀드시장에 쏠림 현상이 생기는 데는 업계 책임이 크다고 말했다. 광고를 보고 펀드를 고르는 투자자 앞에서 아스피린 내밀 듯 상품을 팔았을 뿐 제대로 자산배분 서비스를 못했다는 얘기다.

그를 만난 건 푸르덴셜증권의 전신이 현대투신이었기 때문이다. 현투는 ‘바이 코리아’ 바람을 일으키며 펀드시장 덩치를 순식간에 200조원으로 키운 시장의 리더였지만, 대우채 부실 등으로 결국 무너졌다. 무엇보다 정 사장 자신이 운용업계의 산증인이다. 그는 1992년 한국 최초의 독립 자산운용사인 세이에셋코리아의 대표를 지내기도 했다.

‘바이 코리아’로부터 10년 세월이 흐른 지금, 푸르덴셜은 ‘자산관리 전문회사’의 길을 걷고 있다. “처음에 펀드를 팔 때 고객이 귀찮아할 정도로 길게 조언을 해줍니다.” 정 사장은 “단순하게 상품을 파는 회사가 아니다”고 했다. 철저하게 분산투자를 권유해 고객 1인당 펀드 수가 3.5개에 이른다. “광고를 많이 안 해도 좋은 식당은 결국 입소문을 타고 손님이 몰려요. 이런 회사가 많아져야 업계가 균형 성장을 하지요.”

푸르덴셜은 고객들에게 국제분산투자를 강조한다. 정 사장은 “자녀가 여럿이면 예술가로도 키우고, 기업가로도 키우는 게 좋지 않으냐”며 “단품으로 펀드에 드는 것만큼 위험한 게 없다”고 했다. 그는 펀드를 강매한 흔적이 있으면 본사에서 나오는 ‘경찰관(감사요원)’에게 혼줄이 난다고 했다. 이런 원칙을 지키다 보니 얼마 전엔 한국의 감독당국 관계자가 판매실태를 조사하다가 “내 펀드도 맡기고 싶다”고 했을 정도다.

물론 미래에셋도 자산배분 서비스에 힘을 쏟고 있다.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사장은 “지난해 주가가 좋지 않았지만 우리는 고객에게 해외:국내:변액연금 등으로 3:3:3의 포트폴리오를 짜게 해 높은 수익을 올렸다”고 했다.

그러나 정 사장은 “우리는 한 발 나아가 본사의 선진금융 노하우를 받아서 생애 설계까지 감안한 ‘해결사’가 되겠다”고 말했다. 펀드 시장의 큰 흐름이 ‘단품 판매→글로벌 분산투자→웰스 매니지먼트’로 옮아가고 있어 일생에 필요한 자금을 맞춰주는 서비스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런 새로운 노력을 하는 회사들이 많아져야 균형의 추가 맞춰지고, 1등도 자극을 받아 더 잘하는 선순환이 이뤄진다는 것이다.

이런 노력이 고객 호평을 받아 지난해부터 영업 성과가 나기 시작, 정착에 성공했다고 보고 70여개인 지점을 2~3년 안에 20~30개 늘릴 계획이다.

정 사장은 소문난 클라리넷 연주가다. 그는 “음악과 자산운용은 강약 템포를 잘 조절해야 한다는 점에서 닮은 꼴”이라고 했다. 특히 그는 “우리회사도 강점을 더욱 살려 자산관리 서비스를 특화할 것”이라며 “다른 회사들이 IB(투자은행) 부문을 강화한다고 열을 올리는 것과는 다른 길을 걸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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