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김우중 회장 일로 스트레스 쌓여" 부인 정희자씨도 대장암 수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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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중(71.사진(左)) 전 대우그룹 회장의 부인 정희자(67.(右))씨가 7일 대장암 수술을 받았다. 정씨는 남편이 치료를 받고 있는 서울 신촌 세브란스 병원에서 수술을 했다. 부부가 같은 병원에서 치료받게 된 것이다. 정씨는 1997년 외환위기 이전까지 대우 관계사인 힐튼호텔 사장을 지내는 등 활발한 경영활동을 해 왔다. 지금도 대우개발의 후신인 피코리아리미티드의 회장직을 맡고 있다.

병원 관계자는 "그동안 남편 일로 누적된 스트레스가 발암의 한 원인이 됐을 수 있다"며 "세 시간의 수술이 잘 끝나 좋은 결과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한두 주 가료 후 퇴원할 것으로 병원 측은 예상했다.

그의 측근은 "정 회장이 남편의 해외 도피생활이나 귀국 후 수감생활을 뒷바라지하느라 심신이 몹시 쇠약해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 회장은 대우그룹이 막 해체되던 1999년 말부터 5년8개월간 남편과 함께 해외를 전전했다. 그러다 김 회장은 2005년에 귀국해 대우그룹의 대규모 회계 분식과 해체 과정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검찰 수사를 받았다.

김 회장은 징역 8년6개월, 추징금 17조9253억원의 형사처벌을 대법원에서 확정받았다. 그는 최근 검찰의 형 집행정지 처분으로 세브란스 병원과 자택을 오가며 요양생활을 해 왔다.

정 회장이 이 과정에서 심각한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주변 사람들은 "정 회장은 2005년 6월 남편이 귀국해 장기간 검찰 수사와 재판을 받는 과정에서 남편을 뒷바라지하느라 몸과 마음을 상했다"고 전했다.

지난해에는 스트레스로 인한 뇌경막 하혈 증세를 보여 수술을 받았다. 이번 병환도 남편을 가까이에서 돌보면서 얻은 것이라는 설명이다.

정 회장은 지난달 24일 별세한 고 김준성 이수그룹 명예회장의 서울아산병원 빈소를 찾아 사흘이나 상가를 지켰다.

최근까지 대외활동에서 의욕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이번 주 초에 약간의 자각증상이 있어 정밀검사를 받은 결과 대장암이 꽤 진행됐다는 진단을 받은 걸로 전해졌다.

문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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