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20세기 조각사-미로.사피로 국내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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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최근들어 민간화랑들이 세계적인 작가들의 국내전을 적극적으로 유치하고 있는 가운데 20세기 전.후반기의 대표적인 조각가 2인의 전시가 동시에 열려 관심을 모으고 있다.
40~50년대에 초현실주의 미술사조를 주도했던 거장의 대표작을 볼 수 있는 가나화랑((734)4093)의 『후앙 미로展』(5월7일까지)과 80~90년대의 모더니즘계열을 대변하는 조형흐름을 엿볼 수 있는 서미화랑((546)9740) 의 『조엘 사피로展』(5월18일까지)이 그것.
이들 전시는 40년대의 창조력과 90년대의 조형력으로 이어지는 조각계의 흐름을 압축해 보여준다는 점에서 주목되며 특히 두사람이 흔한 일상의 사물을 새로운 이미지로 재생시키는 묘한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도 비교될만한 전시로 꼽힌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출생으로「회화양식의 파괴를 시도한 최초의 사람」으로 불리는 후앙 미로는 회화뿐 아니라 조각.세라믹.판화등 다양한 재료실험을 통해 금세기 미술운동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 대표적인 초현실주의 작가.
이번에 선보이는 작품은 대표작『새』를 비롯한『인물』시리즈등 조각작품과 2백호 크기의 유화『여인과 새』등을 포함,모두 30여점.미로가 가장 왕성하게 활동했던 60년대 작품을 중심으로 40년대및 70년대 작품이 일부 포함됐다.
반면 베네치아 비엔날레.카셀 다큐멘타.바젤조각전등을 통해 세계화단에 진입한 조엘 사피로는 미니멀리즘.개념예술등이 성행했던70년대에도 모더니즘 조각의 기호학적 일관성을 유지해온 대표적인 작가로 꼽힌다.
소외,회상과 부정의 이중성,슬픔과 기쁨등으로 해독되는 사피로의 조형세계는 친근한 사물의 이미지를 낯선 현실로 전환시켜 인간의 인식방식을 교란시키고 재조정하는 특징을 지녀 흔히「고독의기하학」으로 불리기도 한다.이번 전시에는 직육면 체 브론즈덩어리를 조합한 조각품 8점과 드로잉 4점등 모두 12점이 소개된다. 〈鄭淵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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