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한국피해자학회장 민건식 변호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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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성폭력은 남성중심사회의 그릇된 통념때문에 유일하게 피해자가비난을 받게 되는 경우가 많은 범죄입니다.따라서 최근의 성희롱판결이나 성폭력특별법의 시범적용등은 약자보호를 위한 획기적 일이며 피해자학적 시각(被害者學的 視角)이 폭넓게 받아들여진 매우 고무적인 현상입니다.』 23일 한국교총회의실에서「성폭력특별법과 성범죄피해자의 보호」를 주제로 학술회의를 개최하는 閔建植한국피해자학회장(63.변호사)은『올해초부터 준비해온 연차학술회의지만 날을 잘 받은 것같다』며 최근의 사건들을 예로 들면서 얘기를 시작했 다.
『이 판결이후 술꾼들 사이에는「이제 술집에 가서도 몇천만원 안들면 말도 못 거는 것 아니냐」는 농담이 나올 정도』라고 한閔회장은『이 판결은 전통적 남성위주사회의 관점에서는 충격적일수도 있지만 약자.피해자보호라는 거스를 수 없는 큰 흐름으로 봐야한다』며 국제화.개방화가 경제뿐만 아니라 규범.제도.풍속.문화에서도 급속히 진전되고 있는 한 단면이라고 했다.
「성폭력특별법과 성범죄 구성요건」(李榮蘭 숙대교수),「성폭력특별법과 형사절차상 피해자보호」(韓寅燮 경원대교수)등 2개 주제로 나눠 고찰해 보는 이번 학술회의는 지난 1일부터 시행에 들어간 성폭력특별법의 피해자학적 의미를 분석하고 미 흡한 점을찾아내기 위해 준비돼 왔다.
일반인에게는 좀 생소한 피해자학은 범죄자.가해자에 대한 인권보호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홀하게 취급되어 온 피해자의 권익보호와 원상회복문제를 다루는 것으로 2차대전후 유럽의 복지국가들을중심으로 발전돼 왔다.
그는 성폭력특별법의 경우 피해자학의 관점에서 볼때「법은 가정에 들어가지 않는다」는 전통적 법명제를 깨고 친고죄를 폐지하거나 존속에 대한 고소를 가능케 한 것등은 진일보한 것이지만 그피해를 복구하고 구조하기 위한 사회적 장치가 아 직 자원봉사단계에 머무르고 있어 이에대한 보완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특히 언어에 의한 성폭력의 한계설정등 앞으로 성폭력특별법이 우리사회에 정착되기까지는 전통적 가치관과의 갈등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는 그는 우리도 피해자보호를 위한「피해자 헌장」을 명문화해야 할때라고 말했다.
올8월 호주에서의 세계피해자학회 참가를 준비중이다.
〈鄭基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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