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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重症장애인 요양시설 여주 라파엘의집 정지훈원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7면

서울에서 1백㎞ 거리에 있는 경기도여주군북내면 오지마을 산속에 자리잡은 중증장애인 요양시설인「여주 라파엘의 집」 원장 鄭知勳씨(36)는 시각장애자다.
자신도 앞못보는 장애자이면서 시각장애는 물론 다른 장애까지 겹쳐있는「중복장애인」들의 재활과 뒷바라지에 올해로 7년째 혼신의 힘을 쏟고있다.鄭원장은 원래 남들처럼 정상인이었다.25년전전북 이리중앙국교 5학년때 친구와 장난치다 다친 오른쪽 눈의 시신경파괴로 두눈을 실명하고 말았다.부득불 서울맹학교로 전학해야 했다.
처음엔 점자를 몰라 한 학년아래 4학년으로 편입한데다 갑자기실명한 충격으로 한동안 심한 대인기피증을 보이기도 했던 鄭원장에게 후천적으로 맹인이 되며 겪는 고통은 차라리 천형에 가까운것이었다.
서울맹학교를 졸업한 鄭씨는 장애인 복지를 공부하기위해 대구대특수교육과를 지원했으나『정상인들과 겨루기 어렵다』고 실감,또 한번 열등감에 빠지기도 했지만 정상인보다 능력만큼은 뒤지지 않겠다는 일념으로 노력했다.
그러나 85년 대학을 졸업한 鄭씨는 맹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낮아 마땅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전북맹인복지협회 사무장겸안마사협회 강사로 일하면서 2년여동안 맹인직업훈련에만 전념해야했다. 그러던중 한국가톨릭 맹인선교회가 장애 어린이들을 보호하기위해 서울종로구평동에 30평 규모의「라파엘의 집」을 개원하면서 대학에서의 특수교육전공을 인정받아 87년부터 이곳의 행정업무를 맡는 부원장직에 발탁됐다.
당시에는 교통비정도 되는 돈을 받아가며 자원봉사로 일하다 라파엘의 집이 수용초과로 비좁아지자 91년 현재의 장소에 건립한여주 라파엘의 집 초대원장이 된 것이다.
이곳에 수용된 장애자는 남자 49명과 여자 23명.이들은 시각장애는 물론 지체부자유.정신지체.농아등 2~4가지가 중복된 중증장애아들로 기아나 고아.영세위탁자녀가 대부분이어서 하루라도鄭원장의 보살핌이 없으면 독자적인 생활이 불가능 하다.
鄭원장은『현재 우리나라에는 약3만명의 맹중복장애인이 있고 그나마 적절한 보호를 받고있는 사람은 1%에도 못미치고 있는 실정』이라며『무관심속에 방치되고 있는 장애인들에게 평소 따뜻한 관심과 사랑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대구대 특수교육과 동문인 부인(33) 역시 현재 서울맹학교 교사로 활동,부부가 함께 장애인교육을 위해 일하고 있다.
〈金東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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