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는 비좁아 해외진출 러시-美 대형유통업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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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美國의 대형 유통업체들이 국내시장에 안주해온 경영방식에서 벗어나 해외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다.
대규모 유통체인인 프라이스-코스트코는 최근 英國.캐나다.멕시코에 진출해 성공을 거둔 경험을 바탕으로 올해안으로 韓國.臺灣에 상륙할 채비를 갖추고 있다.해외 15개국에 이미 점포를 개설한 장난감전문 유통업체 토이즈러스도 판매망을 덴 마크.스웨덴.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연합 등으로 확대하고 있다.대형슈퍼마켓 체인인 K마트의 13개 직판장이 체코.슬로바키아에 개점을앞두고 있는 한편 싱가포르에도 두곳을 신설할 예정이다.
이처럼 미국 유통업체들이 해외진출을 서두르는 것은 현재 미국국내시장이 포화상태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이들 업체는 80년대말까지만 해도 거대한 미국시장의 수요 때문에 외국으로 눈을 돌릴 필요가 없었다.그러나 유통업에 신규참여가 늘어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질뿐 아니라,소비자의 절약풍조도90년대 들어 틀을 잡게됨에 따라 이들 업체는 국내시장에서 처음으로 고전하게 됐다.
소매업체들의 판매총액은 지난 5년동안 제자리 걸음을 하게 됐으며,지난 80년 미국 20大 유통업체에 속했던 공룡급 기업들의 절반 이상이 오늘날 멸종해 버렸다.
이들 기업은 거리가 가까운 캐나다.멕시코,그리고 문화가 비슷해 선호되어온 유럽에서 점차 경제적 잠재력이 높은 남미와 아시아.東유럽으로 진출방향을 확대하고 있다.
유통업체들의 해외진출은 80년대 한차례 유행했지만 대부분의 경우 실패로 돌아갔다.미국의 경기침체와 해외시장에 대한 지식.
경험 부족이 원인이었다.그러나 미국경제가 빠른 속도로 회복되고있는 상황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이번 시도는 과거 실패의 경험을바탕으로 강력하게 추진되고 있어 주목된다.
특히 우루과이라운드(UR)타결로 무역장벽이 허물어지고 있는 가운데 국내시장에서 벼랑으로 몰린 이들 소매업체들은 해외시장 잠식을 위해 필사의 노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추세대로라면 머지않아 한국에도 미국 대형유통업체들의 진출이 몰아닥칠 전망이다.
〈李碩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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